-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5/26 16:58:44수정됨
Name   메존일각
Subject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기 위한 적정 셔터 스피드 구하기
우리가 사진을 촬영할 때, 대낮에는 대충 찍어도 사진이 흔들리지 않지만 실내나 저녁~밤에는 신중하게 찍어도 사진이 흔들리는 경우를 흔하게 봅니다. 받아들이는 빛의 양에 따라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가 변화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기 위해 셔터 스피드를 어떻게 맞추는 게 좋은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귀찮으니 이미지 따위는 없...습니다. (???)


#손떨방? 핸드블러?

손떨방이 뭡니까. 수전증 아니아니 삼각대 등의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카메라를 손에 들었을 때 발생하는 흔들림, 즉 핸드 블러를 막아준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흔들림이 뭘까요? 필름을 쓰던 시절에는 필름의 착란원 직경 얼마에서 어떤 수준에 도달했을 때 '초점이 맞고'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얘기까지 하면 너무 산으로 가니까 거칠게 생략하겠습니다.(야매글의 한계)

사진을 찍을 때는 셔터스피드(이하 셔속)를 높일수록 흔들릴 확률이 줄어듭니다. 예컨대 셔속이 (거리에 따라 어떤 움직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충) 1/2000s 이상이면 어지간하면 (포커스가 잘 맞았냐는 별개로 하고) 카메라가 막 흔들리는 와중에 셔터를 눌러도 피사체가 거의 정지한 것마냥 선명하게 찍힙니다.

하지만 빛이 적은 환경일수록 셔속이 낮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셔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조금이라도 빛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내 능력이 닿는 만큼 셔속을 낮추려 하기 때문입니다.


#흔들림 없는 사진의 요구 셔속은?

그러면 사진을 찍을 때 적정 셔속은 얼마일까요? 이론적으로는 [렌즈 초점거리와 동일한 수치의 셔속](초점거리=1/셔속s)을 미니멈으로 계산합니다. 50mm 초점거리 렌즈면 1/50s, 200mm 초점거리면 1/200s 정도로 잡습니다. 망원으로 갈수록 흔들림폭이 커지기 때문에 요구되는 셔속도 커지는 것이죠.

하지만 셔속과 초점거리가 동일한 건 미니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는 이 정도 셔속만으로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초점거리x2 정도가 권장 셔속으로 얘기됩니다. (공식적인 건 아닙니다) 85mm 초점거리면 1/170s 이상을 잡아주시는 게 좋고, 200mm 초점거리면 1/400s 이상 잡아주시는 게 좋습니다.


#카메라 손떨림 보정 기능의 이해

요즘 카메라에는 핸드블러를 최소화하는 소위 손떨방(손떨림방지) 기능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바디는 기본이고 손떨방 기능이 있는 렌즈도 있습니다. 근데 '손떨방'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으며, [손떨보](손떨림 보정, OIS[Optical Image Stabilizer])가 더 맞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손떨방이란 말이 더 흔하게 사용되니까 계속 그대로 쓰겠습니다.

카메라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손떨림 보정 기능이 몇 스탑이나 렌즈 손떨방이 몇 스탑이냐 하는 식으로 [스탑]이란 용어를 함께 사용합니다. 카메라에서 스탑이란 빛의 증감을 표현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빛의 양을 몇 배 증감할 만큼 셔속을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2의 제곱 개념으로 표현되며 3스탑은 2^3이니까 8배가 됩니다.

즉, 3스탑 손떨림 보정 기능이 제공되는 카메라는, 현재 설정된 셔속에서 8배 높은 셔속과 동일한 효과를 제공해준다는 얘기입니다. 예컨대 카메라의 셔속이 1/100s면 1/800s와 동일한 성능이라는 거죠.(자세히 파고들면 얘기할 거리가 많은데 일단 이 정도로)

그러면 3스탑 보정 기능을 지닌 카메라에 70-200mm 렌즈를 장착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최대 초점거리인 200mm로 촬영한다면 1/400s(초점거리x2) 정도는 돼야 하고, 스펙상으로는 카메라의 3스탑 보정 기능으로 8배 낮은 1/50s 셔속으로도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정말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얻으려면

한데 좀 이상합니다. 요즘 나오는 카메라들의 손떨방은 5~6스탑 정도이고 때로는 렌즈의 손떨방 기능의 도움도 받을 수 있는데요. 5스탑이면 32배이며, 200mm 초점거리의 권장 셔속인 (1/400s)/32 = 12.5. 200mm 망원에서 고작 1/12.5s 셔속만으로 사진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정말일까요? 믿을 수 있으신가요?

운이 좋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이루어지기 어려운 얘기입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를 추가로 고려해야 합니다.

1) 인간이 핸드헬드로 가능한 셔속은?

사진을 찍는(=셔터 버튼을 누르는) 건 보통 사격(shooting)으로 얘기됩니다. 소총을 사격할 때는 총의 개머리판을 최대한 어깨에 밀착한 채, 숨을 들이마신 다음에 2/3 정도 내뱉고 멈춰서 쏘라고 합니다. 사진도 거의 비슷합니다. 팔을 몸통에 딱 붙이고 숨을 멈춘 채 셔터를 눌러야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훈련된 사진사의 경우 1/30s를 거의 미니멈으로 봅니다. 일반인의 경우는 분당 정상 심장 박동수인 60회에 맞춰 1/60s를 미니멈으로 잡습니다. 이 이하의 셔속으로 촬영할 수 없다가 아니고, 이 정도를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미니멈으로 본다는 얘기입니다. 흥분되어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 셔속도 비례해서 올라가겠죠. 

2) 제조사의 스펙 사양이 뻥카일 경우?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N스탑은 자기들의 측정 기준에 의해 어느 정도 보정을 하게 됩니다. 복잡하게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손떨방 기능은 '손떨림을 완전히 막아준다'는 게 아니고 흔들리는 사진을 얻을 확률을 줄여준다라고 보는 게 가장 현명합니다. 경험적으로 통상 제조사 제시 스펙을 절반 정도로 낮춰서 생각하면 대충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4스탑이면 2스탑, 5스탑이면 2.5스탑, 6스탑이면 3스탑 정도로만 계산하는 거죠.

6스탑 보정이 되는 카메라로 200mm 초점거리 촬영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1/400s에서 3스탑 낮춘(400/2/2/2 = 50) 1/50s보다 높으면 실질적으로 쓸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1)과 2)를 함께 고려하여 사람이 물리적으로 흔들림 없이 찍을 수 있는 셔속으로 보정해주셔야 합니다.

따라서 손떨방 기능이 아무리 훌륭해도, 개인의 능력치에 따라 적정 셔속은 다르겠지만 전문가 기준 1/30s, 저 같은 일반인 기준 1/60s 정도는 돼야 가까스로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건 미니멈 수치니까 사격하듯이 흔들림을 최소화시키고 신중하게 찍어야 하는 것이고, 당연히 이보다 더 높은 셔속이 권장됩니다.

제 경우 85mm 렌즈를 마운트하고 야간에 1/30s까지 셔속을 낮추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정말 사격하는 느낌으로 신중하게 찍고, 결과물을 확대해서 흔들림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그리고 대개는 35mm 이하의 광각이라도 1/60s 이상으로 찍습니다.


#결론 및 요약
글을 황급히 마무리한 것 같아 결론 및 요약을 추가하였습니다.

1) 흔들림 없는 상을 얻기 위한 적정 셔터 스피드는 렌즈 초점거리 X 2 정도로 계산하는 걸 권장.
2) 요즘 카메라에 대부분 포함된 손떨림 방지 기능은 제시 스펙의 절반 정도로만 계산하는 게 적당. (4스탑이면 2스탑으로, 5스탑이면 2.5스탑으로)
3) 사람은 숨을 쉬고 완전히 정지 움직임을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 기준 1/30s, 일반인 기준 1/60s 셔속을 미니멈으로 계산하는 것이 적당.
4) 2)와 3)을 둘 다 고려하여 더 고속 셔터 스피드를 구하면 됨. (카메라 손떨방을 고려했을 때 1/50s가 나오더라도 1/60s로 맞춰서 촬영) 


# 참고

핸드블러 말고 모션블러도 있습니다. 사람이 가만히 있을 때, 걸을 때, 뛸 때, 자동차가 지나갈 때를 흔들림없이 잡으려면 거리에 따라 요구되는 셔속도 달라집니다. 예컨대 (거리를 빼고 말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가만히 있는 사람은 1/15s 이상 돼야 한다고 얘기됩니다.

또, 스튜디오 촬영에서 권장되는 셔속은 1/125s~1/250s입니다. 보통 스튜디오에서 격렬한 움직임을 촬영하진 않기 때문에 피사체의 모션블러보다는 핸드블러를 막을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셔속으로 이 정도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상으로 적정 셔속 구하기 글을 마칩니다.
사실 잘 몰라도 되는 영양가 없는 내용인데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515 음악[팝송] 제이슨 데룰로 새 앨범 "Nu King" 김치찌개 24/03/08 508 0
    14533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6. 고구려의 ‘이일대로’ meson 24/03/14 508 3
    14687 스포츠[MLB] 이정후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 2 + 김치찌개 24/05/18 511 0
    14631 방송/연예범죄도시4로 보는, 4월 1일~28일까지의 극장 관객 수 3 Leeka 24/04/29 512 1
    14548 음악[팝송] 리암 갤러거,존 스콰이어 새 앨범 "Liam Gallagher & John Squire" 6 김치찌개 24/03/20 517 1
    14736 사회장애학 시리즈 (4) -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고 가르친다는 것 2 소요 24/06/11 522 6
    14638 기타드라마 눈물의 여왕 김치찌개 24/05/01 528 0
    14552 음악[팝송] 저스틴 팀버레이크 새 앨범 "Everything I Thought It Was" 김치찌개 24/03/22 528 1
    14691 게임다크 소울과 마리오를 필두로 한 게임에서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 4 kaestro 24/05/20 528 2
    14683 일상/생각작고 소중한 28회의 클릭 2 kaestro 24/05/16 533 4
    14672 일상/생각인체공학을 염두에 둔 내 pc용 책상 세팅(2) 4 kaestro 24/05/12 541 0
    14538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7. 선택과 집중 1 meson 24/03/15 544 3
    14704 꿀팁/강좌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기 위한 적정 셔터 스피드 구하기 18 메존일각 24/05/26 544 7
    14541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8. 태산봉선(泰山封禪) meson 24/03/16 549 1
    14742 일상/생각 3 하얀 24/06/13 552 24
    14707 게임우마무스메 육성 개론(1) - 200만원으로 우마무스메 12/15관을 달성한 비결 16 kaestro 24/05/27 566 1
    14628 꿀팁/강좌우리 아파트 관리비 성적표 확인 무미니 24/04/28 568 2
    14527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4. 침공군의 진격 1 meson 24/03/12 572 2
    14758 오프모임북토크 번개! 3 김비버 24/06/23 574 5
    14528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5. 예고된 변곡점 2 meson 24/03/13 574 3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580 0
    14586 음악VIRGINIA (퍼렐 윌리엄스) 신보 카라멜마끼아또 24/04/08 587 2
    14542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9. 나가며 2 meson 24/03/17 590 3
    14662 창작와우에서 고마운 분 그리기 7 흑마법사 24/05/09 593 2
    14708 오프모임(홍대) 이토준지 호러하우스 전시회 함께해요! 6 바삭 24/05/27 601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