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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10/04 23:02:41
Name   골든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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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이득을 줍는 사람들


‘사람이 아니라 상품이 되어야 한다’
아버지에게서 뛰쳐나와, 직접 살림을 꾸리며 원룸에서 허름하게 삶을 살 때였다. 로스쿨에서 나는 모종의 충격을 받았는지 작은 수첩을 구해 10개의 챕터를 나누고 각각의 챕터에 이름을 붙이고 일기 겸 일종의 잠언집 같은 것을 썼는데, 그중 한 챕터에 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한 페이지에 나는 10번도 넘게 그렇게 썼다.
뒤늦게 자본주의적 삶에 들어오게 되면서 받은 충격을 꾹꾹 응축해서 적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세네카는 말했다.
우정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누구도 그것이 좋단 걸 부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같은 이유로 좋은 식사, 좋은 장소, 좋은 이벤트에 간 것을 매번 자랑하며 각자의 아비투스를 뽐내는 사회가 됐다.
그 와중에 선현들이 쌓아올린 글과 그것이 표본이 된 교과서는 일종의 귀족 예의 교육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버린 모양이다.
사람들의 말씨는 그 어느 때보다 친절한데 (너 T야?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거처럼) 그 안에 담긴 속셈은 그 어느 때보다 쌀쌀맞다. 가끔은 예전 귀족들처럼 서울 사람들이 죄다 살고 있단 느낌도 든다.

그 와중 내가 학대를 당했건, 말했건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비투스는 내가 이해하기로 거의 판타지 소설 속의 마나와 같은 신비한 현상이다. 우리는 수백, 수천 개의 아비투스로 서로 각축전을 벌이는데 게임 판타지가 흥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상태창” 하면 모바일 토스 앱이 딱 뜨고 당신의 재산세 납부 상황이 등기부가 또 당신의 소환수의 수준을 알려주지 않던가.

그럼에도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 나아야 해서. 그동안 현실도 뭣도 모른 채 계속 해서 내 상처만을 탐구했나보다.
그래도 내 이야기가 피곤하다고 상처를 준 친구에게도 축의금을 보내고, 결혼 축하 메세지를 보낸다. 건강하게 잘 살길 바란다고 전혀 상처 받지 않은 척 인스타에 댓글도 썼다.

아직도 세네카가 말한 것 같은 우정을 꿈꾸고, 맥베스처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나의 바보 같은 교과서에 대한 우직함이다. 나의 부모가 되어주고 형제, 자매, 피와 살이 되어준 글자들에 대한 코끝 찡한 사랑이자 열정이다.

아직도 무언가‘다운’ 무언가, 이득 너머의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인 더러운 버림받은 소녀였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내가 크게 되어 흘려버리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작은 말 한마디로, 웃음 하나로, 단어들 몇개로 다른 사람들을 이삭 줍듯 주워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주우려면 줍고 버리려면 버리시오” 하고 대자로 눕는 수밖에 없다.



에휴. 이런 걸 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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