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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2/05 13:51:05 |
Name | 셀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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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절에서 생활하면서 |
피맥 모임후 수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연휴 기간에 해인사 공양간(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규모가 큰 곳이고 특히 행사가 있는 시기에는 사람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장기로 절에서 거주하시는 분들도 많았더라고요. 20~30대 청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조건으로 숙식 제공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하고 들어왔습니다. 다른 데에서 템플스테이한지 얼마나 됬다고 그 것도 바쁜 시기에 절에 들어가 살며 일을 할 생각을 했는지 사실 저 자신도 이해가 안갔습니다. 불자도 아니면서...작년에 겪었던 일들에 대한 상처와 지금까지 살아온 흔적에 대한 응어리와 회한이 제 마음에 깊숙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고 그를 잠시나마 떨쳐버리기 위함 거일 수도 있겠죠. 새벽 5시에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닥을 쓸고 닦고 의자와 주전자를 테이블에 똑바로 맞추는 것부터 신도들이 들어오면 안내하고 점심 때는 배식도 하고..밥을 다 먹고 나면 수많은 그릇들을 행주로 닦고 또 닦고 치우고 닦은 행주들을 옮겨 소독하는 일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들어오는 야채랑 과일 다듬고 써는 일을 도와드리기도 했고요. 세상에 쉬운 일 없다고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버티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스님들의 식사 준비 부터 절에 살거나 순례오는 수많은 신도들의 밥을 차려주고 준비하고 무거운 식재료들을 옮기려면 힘도 좋아야 하고 깡다구도 있어야 한다는 것.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면 안되고 기계 마냥 동작도 빨라야 하죠. 공양간 위층에 있는 원주실(공양간이랑 후원 사무 및 물품 관리하는 곳)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들 두 명 중 한 명은 쌀가마니도 거뜬히 옮기기 까지 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비리비리한 저에 대한 열등감과 공양간 직원 분들의 안쓰러운 시선이 문득 겹쳤어요.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청소를 하든지 사무를 보든지 돈을 벌든지 봉사를 하든지 어떤 곳에서 나 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쓸모가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요. 사람이 너무 연약해보이면 사람들이 안쓰럽게 생각할 망정 일을 맡기는 데 주저하고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신뢰를 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곳에서도 많은 생각이 오갔고 또 내려놓기도 했고..밤에는 가져온 닌텐도 스위치로 못한 게임을 하고..ㅋㅋ 어쨌든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습니다. 공양간에서는 과일과 간식을 잔뜩 챙겨주셨고 주변 암자 몇 군데를 구경하고나서 하루는 대구를 여행하고 나서 집에 왔습니다. 몸은 고달팠지만 일 하는 동안에는 나를 고통스럽게 한 존재와 잡생각을 할 틈이 없었고 예불도 드리고 책도 읽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가끔은 절에 들어와서 생활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P.S 팔만대장경 내부 구경은 다음에 꼭 신청을 하고 보러가야 겠습니다! 너무 아쉽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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