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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2/14 13:39:25수정됨
Name   하얀
Subject   '자폐아가 많은 부모의 직업'과 관련된 고도로 체계화하려는 성향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자폐아가 많은 부모의 직업.jpg' 란 글을 보고,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편집된 이미지는 '책식주의'라는 유튜버가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만든 것이었어요.

 



이 요약을 보고 '체계화 능력'에 대한 내용이 제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원전이 되는 사이먼 배런코언 교수의 책 '패턴 시커'를 읽고, 그 배경이 되는 논문도 찾아보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체계화 매커니즘은 '만일-그리고-그렇다면(IF-AND-THEN)' 패턴을 끊임없이 찾는 뇌 속의 엔진을 뜻합니다.

"체계화 메커니즘은 발명가, STEM분야(과학,기술,공학,수학) 종사자,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음악가, 장인, 영화 제작자, 사진가, 운동선수, 사업가, 변호사 등)의 마음 속에서 아주 높은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이들은 정확성과 아주 사소해 보이는 세부까지 집중하는 '고도로 체계화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 시스템을 향상하는 방식을 생각하는 걸 즐긴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P.40

책에 나온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없다'는 저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뇌인지 마음인지는 모르지만 이 엔진이 제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과 좀 다르다고 느꼈던 그 부분이니까요. 저는 오히려 '왜 다른 사람은 저렇게 안하지?' 이런 의문을 늘 품고 있었어요. 왜 다른 사람은 어떤 지점을 갈 때 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비교하고, 가장 최적의 경로를 선택한 다음에 어떤 운송 수단을 사용해서, 어떤 시간으로, 어느 칸에서, 어느 좌석에 앉을지까지 '구성'해서 환상적인 환승과 적절한 시간(보통은 최소)으로 아름답게 도착하는 방법을 찾지 않지? 이게 보통 아닌가. 난 이게 정말로 엄청 재미있는데...

제 동생은 고전적 자폐 장애가 있었으며 늘 교통 노선을 그렸습니다. 지하철, 버스 노선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저자가 말하는 체계화 능력일까? 궁금했습니다.

책에서 체계화지수 SQ와 공감지수 EQ는 정규분포곡선을 그리는데, 이를 결합해 뇌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1. 공감지수 EQ, 체계화지수 SQ 둘 다 높음( EQ ↑, SQ ↑) : B형 (Balanced)
2. 공감지수 EQ는 높고, 체계화지수 SQ는 낮음( EQ ↑,  SQ ↓ ): E형(Empathizing)
3. 공감지수 EQ는 낮고, 체계화지수 SQ는 높음(EQ ↓, SQ ↑) : S형(Systemizing)
4. 극단 E형
5. 극단 S형

내 뇌는 어디에 속할까? 책 부록에 간이 검사지도 있지만, 인터넷 체계화 테스트가 있어서 편하게 해봤습니다. 

☞ 체계화 지수 검사

☞ 공감 지수 검사

다섯 가지 유형별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P102~108)

(1) E형

이들은 공감 점수가 체계화 점수보다 높다.  (중략) E형 뇌를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과 편하게 어울리면서 쉽게 대화를 트고, 인간관계의 역동성을 바로 파악하며, 다른 사람의 기분에 쉽게 동조하고, 상담이나 구호단체 등 남을 보살피는 직업에 끌릴 가능성이 크다. (중략) 체계화에 관해서 생각해보면, E형 뇌를 지닌 사람은 콕 집어 알려주면 새로운 패턴을 볼 수는 있지만 좀처럼 자연스럽게 파악하지는 못한다. 필요하다면 기술을 이용하지만 그것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2) B형

B형인 사람은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균형 잡힌 유형이라고 하는 것이다. 역시 인구의 3분 1 정도를 차지하며,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비슷하다.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을 사용할 때 어렵거나 쉽다고 느끼는 정도가 비슷하다. 의사소통과 기술 사용 시에도 비슷할 정도로 편안함과 어려움을 느낀다.

(3) S형

S형인 사람은 E형과 반대로 공감 점수보다 체계화 점수가 훨씬 높다. (중략) 시스템 작동 과정과 패턴을 쉽게 파악한다. 설명서 없이도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어떤 장치든 금방 작동법을 알아낸다. 언제라도 실험을 통해 사물의 작동 방식을 '한번 알아내 볼' 준비가 되어 있다. (중략) 공감 능력에 관해서라면 그럭저럭 쫓아가지만, 이들에게 공감이란 직관적이고 편하고 재미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4) 극단E형

공감 능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체계화 능력은 평균 미만이다. (중략) 공감회로가 극히 높은 수준에 맞춰져 있어 아무 어려움 없이 직관적으로 남에게 공감한다. 누군가 어덯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대화 중에는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 바로 알아차린다.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 민망해하거나 화가 나면 가장 먼저 알고, 남에게 어떻게 해주면 가장 좋을지 미리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상황이 변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늘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체계화 능력에 관해서라면 이들은 패턴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체계화 메커니즘이 매우 낮은 수준에 맞춰져 있으며, 기술을 사용하는 일은 주변 사람에게 맡긴다.(중략)

(5) 극단 S형

(중략) 극단 S형은 복잡한 패턴을 바로 파악한다. (중략) 극단 S형은 시스템의 일탈이나 불일치를 찾아내고, 오류를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해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을 잘한다. 사회적 기술에 관해서라면 공감 능력이 평균에 못 미치기 때문에 종종 대화 중에 퉁명스러우며, 생각한 것이나 떠오른 것을 앞뒤 재지 않고 꾸미지 않은 말로 불쑥 내뱉는다. 그래 놓고도 말한 내용이나 방식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른 체 그게 사실 아니냐고 강변한다.  친구를 사귀거나 우정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으며, 좀처럼 남에게 공감하지 못하므로 이용당하기도 쉽다. 함정 속으로 들어가면서도 그것이 함정임을 보지 못한다. 오랜 기간 세상에 맞춰 어울리려고 노력했지만 사회적으로 배제당한다는 느낌에 시달린 나머지 우울해질 위험도 크다. 남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 참고로 책 부록의 간이 검사지는 여기에 있습니다.
(책 내용을 정리하는 김에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체계화 능력이 자폐나 유전과 관련이 있다면, 자폐인 형제가 있는 원 가족과 이제 시작한 제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홍차넷에는 블로그에 적은 내용 중 일부를 최대한 간결하게 적으려고 합니다. 이미 상단의 유투버 요약 이미지도 훌륭하고, 또 기니까요. 성별 분포, 자폐인과 연관성 등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블로그에 추가 정보가 있습니다. ☞ 바로가기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과 자폐의 연관성' 

제 인터넷 검사의 결과는, SQ는 76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나, EQ는 36점으로 보통 수준입니다. 책의 간이 검사로는 SQ는 19점 EQ는 8점으로 극단S형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테스트가 제게는 몹시 즐거웠습니다. 저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은 심정이었거든요. 물론 저는 '극단 S형'의 전형적인 모습에는 해당되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혼자보다 사람들과 지내는 것을 좋아하고, 먼저 인사하고 먼저 스몰토크를 시작하는 편이거든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연애에 있어서 제가 가진 의문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비슷한 사람끼리 끌릴 수 있다고 하는데 (아니면 사회성이 부족해 늦게까지 남아 있다 서로를 발견하거나ㅠ) 저는 '고도로 체계화 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을 연애 상대로 꺼려했거든요. 물론 같이 세부적인 내용까지 파고든 이야기를 하거나 할 때는 즐겁고 신났으나 그 뿐이고, 오히려 연애에 대하여는 흡사 '근친상간'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습니다. 감정은 강렬한데 원인은 알 수 없어서, 늘 에둘러 표현하곤 했습니다. 
"나와 비슷한 전공은 좀...", "남자의 직업과 학벌보다는 외모를 본다", "남자의 눈물에 약하다." 등등 
저는 본능적으로 감성적인 면모가 강한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단순 취향이었을 수도 있고요. (그러기엔 좀 지나쳐서 스스로 의아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혹시 결혼 전이고 본인의 체계화 지수가 높다면, 최대한 감성적인 사람을 찾으시길...(※ 주의 : 결론이 몹시 자의적임) 

 

 + 아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안 썼군요. 이런 체계화 하려는 성향 자체가 자폐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자폐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지속적 연구의 대상입니다. 이 내용은 자폐 스펙트럼 중 일부의 내용에 대한 실마리 정도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테스트도 재미로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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