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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3/24 21:45:31 |
Name | nm막장 |
Subject | 평범한 동네 이야기 |
안녕하세요. 대략 1년에 한번씩 글쓰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그냥 5년산 우리동네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요. 1. 스타일리시 한 광인(?) 아저씨. 폐지를 수집하며 다니는 아저씨가 한분 계십니다. 키가 꽤 큰 편인데 뽀글뽀글 어깨까지 내려오는 사자머리에 아쉽게도 정수리만 대머리입니다. 7부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며 조끼도 가끔씩 착용하는데 키가 커서인지 뭘 입어도 태가 잘나는 느낌을 줍니다. 한적한 동네라서, 누군가와 말을 하는 것은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무래도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는거 같지만,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멋진 직업을 가지지 않았을 까 생각이 듭니다. 화가? 수제화 장인? 늘 약간의 미소와 함께, 날씨가 따뜻해지면 높은 확률로 저녁 7시~8시즈음에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약하게 비오는 날엔 괜히 신나 하시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2. 난전 아저씨 버스 정류장 앞에 깨, 찹쌀, 모자, 파스 따위를 널어놓고 파는 분이 있습니다. 새(특히 까마귀)가 많은 동네라서 잠시 내려 앉아 참깨? 되 위에서 쪼아 먹는 걸 몇 번인가 봤습니다. 어쩌면 사람보다 새가 더 많은 것도 같습니다. 아주 조용한 아파트 사이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라 장사가 될까 싶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이분도 장사 시작을 위해 차에서 짐을 꺼내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최신형 싼타페였습니다... 3. 세탁소 아저씨 일주일에 두 어번 아파트 20층부터 '세에~~탁' 이라고 구수하게 외치면서 내려오는 분이 있습니다. 소리가 크고 억양이 전형적인 그 느낌이라 방안에 있어도 잘 들릴정도 입니다. 저도 한 두번 세탁물을 맡긴 적 이 있습니다. 처음에 소리를 듣고 후다닥 와이셔츠 4장을 들고 뛰어갔는데 어느새 아저씨가 계단을 다 내려가버렸습니다. 여기까지 온게 아까워서 1층까지 헐레벌떡 쫓아가서 "아저씨!!" 하고 외쳤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라며 '사장님 나빠요' 억양의 입술이 굵은 아저씨가 저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외국인였습니다. '세에~~탁'은 영락없는 동네 세탁소 아저씨 느낌이었는데.... 이후에도 세탁물 맡길때 얘기해보면 한국말 잘하시더라구요. 4. 동네 커피집 직원 아저씨만 있으면 섭섭해서 적어봅니다. 동네 M커피 프차에 평범해 보이면서도 눈에 띌만한 미모의 직원이 있습니다. 저의 출근 동선이 매우짧긴 하지만 어쨌든 그 카페는 딱 중간에 있어서 꼭 들리게 됩니다. 늘 제일 싼 아메리카노 핫/아이스 를 주문합니다. 이게 내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카페 발을 들이면 바로 샷 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대기 인원 대비 제 커피가 빨리 나오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안녕히 가세요~'란 말을 더 상냥하게 하는 거 같습니다. 하하하. 그냥 저는 마지막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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