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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5/07 10:55:57수정됨
Name   Daniel Plainview
Subject   백종원 사태에 대한 생각
1
일단 프랜차이즈라는 업의 특성과 상장회사가 잘 들어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여기서부터 다 틀어졌다고 생각함. 주주를 위해서 프랜차이즈는 돈을 많이 벌어와야 하는데, 그걸 위해서는 결국 점주들을 쥐어짜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 그렇다면 다시 높은 폐업률을 갖게 되고, 다시 백종원이 갖고 있던 대중적으로 좋은 이미지는 하락하게 됨. 스타 CEO에 기댄 상장이지만 그 상장의 많은 부분이 좋은 이미지에서 기인하는 것 아닌가.

2
처음 논란이 터졌던 게 빽햄이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함. 더본이 점주에게서 이득을 취하지 않게 되면 결국 자체 PB상품의 매출에서 이득을 봐야 함. 그래서 한돈농가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스팸이랑 동일가격을 받았는데 결국에는 백종원의 후광효과를 통한 더본의 매출/영익 상승을 꾀한 것. 이게 나쁜 전략은 아님. 그런데 누군가가 품질/가격 이슈를 제기하니까 갑자기 이미지로 가려졌던 게 보일 뿐.

3
또다른 논란이 터진 것도 지역축제 관련 컨설팅 비용인데 (위생문제는 별 관심없음) 이것도 역시 프랜차이즈에서 돈을 벌지 못하니까 외부사업을 통한 영업이익으로 볼수있음. 어떻게 보면 백종원은 더본이라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꽤나 다각화된 활동을 해왔다고 볼 수 있음. 다만 이게 폭리 논란이 있어서 문제지...

더본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면 여러 외주사업, pb, 편의점 제휴 도시락 등을 통해 돈을 벌어와야 함. 일반적인 식품회사처럼. 그런데 여기서 전문성이 아주 높진 않았다고 봄... 본사 그룹의 전문성이 낮은데 식품회사처럼 움직이는 게 어려움. 백종원 1인의 개인기로도 불가능한 영역.

4
프랜차이즈로 넘어가보면, 프랜차이즈는 결국엔 사업에 능숙하지 못한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반대로 그로 인한 수수료를 받는 개념임.

그런데 백종원의 노하우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느꼈지만 결국엔 산업공학적인 것임. 다른 말로 해보면 <어떻게 홀 서빙 인원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인가> 즉, 최소한의 인건비로 매출을 평타로 낼 것인가.

식당은 1명의 알바를 더 쓰게 되면 200이상이 들게 됨.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알바 한명을 줄일까, 이게 백종원 노하우의 핵심이라고 생각함. (백종원의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서 홍콩반점을 보면 초반에 메뉴가 3개인가 2개뿐이었음. 그리고 홀서빙은 없고 음식 나오면 가져다 주는게 끝. 단무지나 이런건 혼자서 가져와야함. 만들어지는 라인도 최대한 동선 최적화가 되어있었음.

홍콩반점들을 보면 상권분석을 해서 적은 권리금으로 좋은 입지에 들어가지 않음. 그냥 좋은 입지에 비싼 권리금으로 들어감. 반대로 주방장의 실력은 떨어짐. 그러니까 이 가게가 어디에서 매출이 나오는지를 봐야함.

손님이 많은 건 권리금/임대료랑 상쇄되고, 저가형 메뉴들은 박리다매라면 돈은 인건비에서 나온다는 것임.

5

그러니까 백종원 프랜차이즈에서 역설적으로 '메뉴'는 큰 의미가 없음. 어떤 메뉴를 팔든 인건비를 줄이는 게 목적이라 문어발식으로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음. 골목식당에서도 백종원 솔루션은 비슷했음. 잘 팔리는 메뉴에 집중하고 단가 최대한 줄일 수 있게 하고 미리 준비과정 할 수 있는 메뉴 만들어서 최대한 인건비 줄이기.

그런데 매출의 영향은 메뉴의 영향을 크게 받음. 그러니까 중국집은 되는데 볼카츠는 안됨. 아무리 사장님 혼자서만 운영할 수 있게 메뉴를 간소화해도 볼카츠는 단독 프랜차이즈가 안됨. 백종원 솔루션이 안 먹히는 메뉴가 있는 것임. 노하우는 맞는데, 그 노하우가 안 먹히는 것.

반대로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메뉴에 노하우가 있음. 레시피, 특이한 메뉴 등등.

왜 연돈볼카츠에서 처음으로 문제가 생겼는가. 백종원이 요리를 못해서라기보다는 백종원식 프랜차이즈가 파는 노하우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는 것.

6

프랜차이즈는 역설적으로 인테리어 장사임. 가맹점 수 늘려서 그들로부터 고정비용(인테리어 등)을 자기 자회사인 인테리어 회사를 만들어서 그들에게만 수주시키면서 가맹점들의 고정비용을 프랜차이즈의 변동수익으로 가져감.

그동안 많은 대외활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프랜차이즈의 양적 성장에 집중하고 질적 하락을 외면한게 문제가 아닌가 싶음.

나였다면 프랜차이즈 사업부는 확장을 줄이고(백다방을 제외하고는) 그냥 cash cow로 뒀을 것 같고, 본사의 개발역량이나 자문 역량을 증가시키는 데 초점을 뒀을 듯.

모든 사업 모델이 이상한 건 아니지만, 문제가 터져 나오는 지점들은 전부 그럴 만 한 지점에서 나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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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못해본지점인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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