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6/11 17:42:17
Name   메존일각
Subject   로케이션 헌팅을 아십니까?
'로케이션 헌팅'이란 게 있습니다. 로케헌팅 이렇게 줄여 말하기도 하는데요. 용어가 생소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쉽게 말해 촬영에 필요한 장소를 찾아보는 겁니다.

영화나 뮤비 등에서 (세트장이 아닌) 멋드러진 자연 배경이 보인다. 이건 대부분 누군가 로케헌팅을 열심히 한 결과물입니다.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로케매니저라고 하는데요.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전국을 돌며 열심히 운전하는 게 이 분들의 일입니다.

로케헌팅은 단순히 배경을 찾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콘티가 나오면 샷의 크기(배경을 아주 넓게 담을 수 있는 곳인지, 출연자 몇 명만 담기에 적당한지)도 맞아야 하고, 시간대별 느낌은 어떤지, 촬영이 용이한지, 촬영 허가는 나는지 등등 모두 파악이 되어야 합니다. 이 조건들에 맞는 장소를 찾고 동선을 짠 뒤 촬영할 수 있도록 세팅해주는 사람이 로케매니저고요.

보통은 개개인이 전국 구석구석을 이렇게 다양하게 가볼 수가 없고, 전국에 어떤 배경들이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구상한 느낌에 꼭 맞는 장소를 직업적으로 찾는 사람이 생긴 건데요. 적당한 배경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찾아서 촬영까지 가능하도록 세팅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입니다. 사유지라면 적당한 비용만 지불하면 되니 차라리 쉬운데, 공공장소면 지자체 등 협조를 얻는 게 제법 변수가 많습니다.(허가 해준다고 했다가 안 된다고 통보한다거나)

사진 작가들도 로케헌팅을 꾸준히 합니다. 많이들 알려진 장소부터 자기만이 아는 장소까지. 자기만 아는 장소들은 보통 잘 공유를 안 하려고 합니다. 자기만 알고 싶다는 게 있고, (보통 외진 곳이라) 사람이 많아지면 출입 제한이 걸리는 까닭도 있습니다. 풍경 사진 작가들과 차박족은 그래서 서로 대척점에 있기도 합니다.

인물 스냅 작가들도 로케 헌팅을 합니다. 직업 작가들은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은 일부러 로케헌팅을 합니다. 보통 1시간 반~2시간 제한된 시간 동안 촬영을 하기 때문에 미리 스무스한 동선을 짜둘 필요가 있고, 동선에 걸리는 스팟들을 여러 개 찾아둡니다.

예컨대 (제 예를 들긴 좀 부끄럽지만) 저는 선유도공원을 최근 2년새만도 대여섯 번쯤 갔습니다. 유명한 곳이니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곳은 비교적 좁은 면적에(한 바퀴 둘레가 1km 약간 넘습니다) 배경 변화가 다양합니다. 촬영하기 참 좋은 공간이죠. 그래서 이곳에서는 웨딩 촬영도 잦고 스냅 촬영이 흔하게 있습니다.

이젠 좀 가기가 지겹지만 계절마다 다르고 시간마다 느낌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좁은 곳도 갈 때마다 새로우니 매번 새로운 스팟을 발굴해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갈 때마다 평타는 치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업으로 하시는 분은 더 디테일하게 자기만의 스팟을 찾아두셨을 거고요. 사람이 자주 찾는 유명한 장소 말고도 일부러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가본다거나, 사람이 적은 습지를 찾는다거나 자기만 아는 장소를 부지런히 발굴합니다.

영상이나 사진에서 배경의 중요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장소를 찾아본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누군가는 지금도 열심히 로케헌팅을 하고 있습니다.



7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54 과학/기술지구의 온난화와 빙하기 4 모모스 15/10/27 19592 8
    1298 기타세계화, 무역 그리고 전염병 8 마르코폴로 15/10/20 12439 8
    1275 역사사도 - 역적이되 역적이 아닌 8 눈시 15/10/16 10249 8
    1250 역사사도 - 그 때 그 날, 임오화변 16 눈시 15/10/14 9780 8
    1179 일상/생각미생 & 얼어붙은 왕좌 10 이사무 15/10/05 8160 8
    955 역사두 형제 이야기 - 아버지가 남긴 것 12 눈시 15/09/09 5778 8
    93 일상/생각넌존잘이 왜 이런 식으로 기억되는지 모를 일입니다. 44 구밀복검 15/05/30 17369 8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5 트린 25/12/03 516 7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61 7
    15852 오프모임11/21(금) 전주에서 겉절이를! 19 라떼 25/11/17 789 7
    15842 오프모임폰금지 독서&각자할일 급모임(오늘 18:30~ ) 44 25/11/12 1160 7
    15814 오프모임11.1일 같이 뛰실분 구합니다. 14 kaestro 25/10/30 933 7
    15764 스포츠도쿄6대학야구리그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7 길을 잃다.. 25/10/07 847 7
    15759 일상/생각결혼준비부터 신혼여행까지 (2) 6 danielbard 25/10/04 943 7
    15737 게임올해 최고의 모험을 즐길수 있었던 게임 —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6 kaestro 25/09/21 1037 7
    15657 일상/생각댄스 학원 정기 공연의 주인공은 누구여야 하는가? 8 메존일각 25/08/07 1329 7
    15650 사회교통체계로 보는 경로의존성 - 2 1 루루얍 25/08/05 1144 7
    15647 도서/문학『편안함의 습격』- 절대반지의 운반자는 왜 호빗이어야 했는가 10 kaestro 25/08/02 1382 7
    15607 철학/종교복음서 소개-(1) 마가복음 part 2 권능의 왕 예수 2 스톤위키 25/07/12 988 7
    15564 사회러브버그 박멸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 21 Leeka 25/06/29 2012 7
    15552 일상/생각결국은 그냥 반품했다. 4 방사능홍차 25/06/26 1661 7
    15550 기타농업 보조금에 대한 일상 소소한 생각 7 잔고부자 25/06/25 1287 7
    15515 문화/예술로케이션 헌팅을 아십니까? 14 메존일각 25/06/11 2207 7
    15509 경제주주간계약의 필요성과 체결시 주안점 김비버 25/06/10 1284 7
    15462 일상/생각손버릇이 나쁘다고 혼났네요. 8 큐리스 25/05/25 2360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