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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2/29 20:03:20 |
Name | ORIFixation |
Subject | 그날 나는 무엇을 들은걸까 |
일년차를 시작하고 2달즈음 된 어느 수요일로 기억이 됩니다. 5월부터 과에서는 해부학 세미나를 시작했었고 1년차도 물론 준비해서 발표를 해야했습니다. 발표는 매주 토요일 아침이었고 1년차가 미리 카데바를 해부를 해야 윗년차들이 필요한 범위를 공부할 수 있어 제가 재빨리 준비를 해야 했지만 너무 힘들고 바뻐서 도저히 밤에 시간이 안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윗년차들의 갈굼을 들으며 월요일, 화요일이 지나갔고 수요일에 드디어 마음을 먹고 해부학실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환자 상태가 안좋아지며 결국 일을 마친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어서였습니다. 마침 5월의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병원에서 의대의 해부학실로 올라가는 길은 그 어느때 보다도 음산했네요. 미리 받아놓은 해부학실 열쇠로 육중한 철문을 열었을때 봄비의 습기로 가득 찬 해부학실에서는 카데바의 포르말린 냄새가 코로 확 밀려왔습니다. 입구에서 해부할 카데바가 놓인 곳까지는 학생들이 해부중인 많은 카데바가 있었습니다. 슬슬 마음 한구석에서 올라오는 무서움을 애써 외면하고 다가가 포를 걷고 잠시 묵념 후에 해부를 시작했습니다. 해부를 열심히 하던 중 필요한 도구가 카데바 냉동고실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갑자기 머리뒤가 간질간질 거리며 꼭 공포영화에 나오듯 문이 닫힐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문을 열어 놓고 도구를 챙기는둥 마는둥하며 얼른 밖으로 나왔고 다시 해부를 시작했습니다. 얼추 네시가 되었을까 아마 잠시 해부를 하던중에 졸았던 모양입니다. 중요한 구조물을 끊을뻔한 위기에서 얼른 칼을 멈추고 책상에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을때 "야!! 너 이XX야 뭐하는 거야!" 청천벽력같은 고함소리에 눈을 번쩍떴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머리 뒤에 누가 있다는 감각과 지금 얼른 일어나지 않으면 X될거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드는데 역시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칠흑같이 어두운 창밖에선 봄비가 떨어지는 소리와 등뒤에선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리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뒤를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으로 뛰어가 누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역시 깜깜한 복도 뿐이었습니다. 더욱 놀란 사실은 아직 시간은 세시라는 것이었고 그때부터는 어디부터가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않았습니다. 멘탈이 흔들리며 당장이라도 뛰어내려가고 싶었지만 이대로 내려가면 내일 벌어질 일이 더 끔찍할거 같아 어떻게든 마치고 5시쯤 내려갔고 그 다음부터는 혼자 새벽에 올라가지 않기위해 오프를 반납하고 저녁에 하게 되며 그런일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그날의 목소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대로 잠들면 넌 꼭 X되고 만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을까요. 아니면 정말 윗년차라도 올라와서 자는 모습을 보고 욕을 한바가지하고 내려간걸까요. 가끔씩 생각나는 기억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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