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2/02 15:25:51
Name   모모스
Subject   육두구 이야기
17세기 이전 향신료는 유럽에서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는 사치품이었습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섬들에서 재배되는 후추, 정향, 육두구 등이 인도-아라비아-베네치아로 이어지는 무역통로를 통해 유럽에 전해지므로 유럽에서는 산지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었습니다. 이 무역을 통해서 아라비아와 베네치아가 엄청난 부를 축척해가고있었습니다.

포르투칼의 용감한 모험가들은 아라비아-베네치아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아 수많은 시도 끝에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넘어 직접 인도에까지 갈 수 있는 항로 (실제 포르투칼의 모험가들은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항해한 것이 아니라 대서양을 남미쪽으로 거의 다 건너 바람을 타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항로를 찾아냈습니다. 당시 이는 극비사항이었습니다.) 를 개척하여 인도에서 직접 향신료를 구매해 유럽에 가져와 엄청한 부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향신료는 씨앗을 가져와서 유럽에서 재배해봤자 자라지도 않아 무조건 현지에서 가져와야하는 대체불가품 (몇가지 향신료는 서아프리카지역에서 재배하기도 했습니다.) 이고 값도 비싸고 부피도 작아서 배 한 척만해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향신료는 단 한번의 성공만으로도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어서 목숨을 걸만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수많은 포르투칼 개척가들은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죽어갔는데 이들을 이런 모험으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향신료로 일확천금에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진짜 한방이었죠. (도박 중독과 비슷할라나 모르겠네요.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면 가능성이 낮더라도 물불가리지 않고 목숨이라도 걸고 모험을 하는 열정 많은 사나이들) 포르투칼의 성공을 보고 스페인은 포르투칼과 다른 방법으로 향신료의 섬에 닿기 위해 콜롬부스를 지원하여 서쪽 항로를 개척하려고 했고 이는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영국은 북극항로를 개척하여 향신료의 섬으로 가려다가 많은 영국모험가들이 북극해유빙에 갇혀 죽기도 했습니다. 실제 유럽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태평양으로 가는 방법은 핵잠수함이 개발된 20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해집니다.

이런 향신료 중에서도 육두구는 가장 특별했습니다. 육두구는 Mysistica fragrance 라고 불리는 향신료로 지금은 후추보다 약간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팔리는 사소한 향신료입니다.(후추가 어마어마하게 싸니 육두구도 엄청 싸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는 사람도 적습니다.) 고기 냄새를 제거하는 향신료로 쓰이던 육두구가 14~16세기에 유행했던 흑사병에 효과가 있다는 낭설에 17세기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납니다. 당시 육두구를 갈아서 향낭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면 그 향기로 흑사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여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귀족이나 부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육두구를 구입하기를 원했고 같은 무게의 금값과 비교될 만큼 비싼 값으로 거래가 되었습니다. 17세기 육두구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최남단 외진 곳인 반다 제도의 특정 섬에서만 생산되었습니다. 다른 향신료에 비해 더욱더 공급이 제한적이라 유럽에 수입해 올 경우 수익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당시 반다제도에서 구입한 육두구를 유럽에서 팔면 600배 넘게 비싸게 팔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선원들이 주머니에 몰래 육두구 몇 개만 넣어와도 신세를 고칠 정도라 하니 목숨을 걸고 육두구를 구하러 유럽에서 반다제도까지 멀고도 위험한 항해에 너도나도 지원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포르투칼의 향신료 독점은 곧 끝나고 영국 동인도회사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들이 향신료직거래무역을 주도하게 되고 이들은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향신료의 섬들을 식민지화해갑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들은 육두구를 가져올 때 선원들에게 주머니가 있는 옷을 입지 못하게 하거나 주머니를 모두 없애버립니다.) 육두구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반다제도을 둘러싸고 영국과 네덜란드는 혈투를 벌였고 결국 반다제도는 네덜란드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그나마 반다제도에서 영국지배권이었던 런섬도 영국이 네덜란드에 양도합니다. 이때 반대급부로 네덜란드 지배의 북미 대륙 뉴암스텔담 ( 현재 뉴욕의 맨하탄) 을 네덜란드가 영국에 양도합니다. 육두구의 섬을 네덜란드에 주고 지금은 금융의 메카가 된 맨하탄을 영국이 얻었습니다. 지금 가치로 보면 맨하탄이 말할 것도 없이 훨씬 중요하지만 당시엔 영국이 손해라는 평이 우세했습니다. 그 후 육두구의 섬은 네덜란드에서 이주한 식민지 경영인들이 노예를 부리면서 대를 이어 수익을 얻어가며 호화생활을 하다가 결국 다른 지역에서 육두구 재배가 성공하고 육두구 자체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금은 잊혀진 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일스 밀턴-향료전쟁" 참고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지금은 절판이더라구요.

각국의 의료보험 https://redtea.kr/?b=3&n=2145
오줌병 이야기 https://redtea.kr/?b=3&n=1519
지헬슈니트 (낫질) 작전 - 1940년 독일-프랑스 전투 https://redtea.kr/?b=3&n=1461
지구의 온난화와 빙하기 https://redtea.kr/?b=3&n=1354
설사병 이야기 https://redtea.kr/?b=3&n=1322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https://redtea.kr/?b=3&n=1310
쓰레기 유전자 ( Noncoding DNA ) 와 유전자 감식 https://redtea.kr/?b=3&n=1297
생명체의 과밀화 https://redtea.kr/?b=3&n=1269
X 염색체 - 인간의 기본형은 여성? https://redtea.kr/?b=3&n=1259
각인 - 애들은 엄마, 아빠 누구 머리를 닮나? https://redtea.kr/?b=3&n=1252
정자왕 침팬지 https://redtea.kr/?b=3&n=1243
이스터섬 https://redtea.kr/?b=3&n=1234
불멸의 세포 https://redtea.kr/?b=3&n=1215
히스파니올라섬 https://redtea.kr/?b=3&n=1200
천연두 바이러스 https://redtea.kr/?b=3&n=1191
기생충 이야기 https://redtea.kr/?b=3&n=1183
기생충에 대한 또다른 인간의 방어법 IgE https://redtea.kr/?b=3&n=1175
가축화된 포유류는 어떤게 있나? https://redtea.kr/?b=3&n=1161
섹스의 진화 https://redtea.kr/?b=3&n=1147
외계로부터의 생명 전달 https://redtea.kr/?b=3&n=1097
항생제 이야기  https://redtea.kr/?b=3&n=1091
소주 이야기   https://redtea.kr/?b=3&n=1075
콜라 이야기   https://redtea.kr/?b=3&n=1057      
커피 이야기 - Caffeine https://redtea.kr/?b=3&n=1051
보스턴차사건 (Boston Tea Party) - 보스턴홍차사건 https://redtea.kr/?b=3&n=1034
유전자조작식물 (GMO)  https://redtea.kr/?b=3&n=1024



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16 7
    14949 게임[LOL] 9월 2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9 65 0
    14948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9 + 나루 24/09/28 251 8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06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46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688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54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11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38 2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654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542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613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577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214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571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900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22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403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86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288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85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57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53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305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4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