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3/10 18:21:16
Name   Toby
Subject   알파고/이세돌 대국에 대한 체스 챔피언의 글
과거 딥블루와 경기했던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가 이 대결이 시작되기 전에 작성했던 글이라고 합니다.


[개리 카스파로프가 최강의 바둑기사를 향한 인공지능의 도전을 가늠하다]


1996년과 1997년에 있었던 나와 딥 블루의 두 번의 체스 대결은 "인류 지성의 마지막 저항" 으로 불렸고, 최초의 달 착륙에서부터 영화 '터미네이터'까지 온갖 것들에 비유되곤 했다. 나는 첫 번째 매치에서는 이겼으나, 훨씬 더 유명한 일 년 뒤의 두 번째 매치에서는 패했고 이 시점에서 IBM은 그들의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그 뒤로 (인공지능의 인간에 대한)비슷한 도전이 일어날 때마다 나에게는 온갖 문의와 관심이 쇄도한다.

그 중 가장 최근의 사례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유럽 챔피언을 5:0으로 이긴 후 한국의 바둑 챔피언 이세돌에게 도전한 것이다. 나는 이 고대 중국의 게임을 플레이할 줄 모르기에 다음 주에 벌어질 대국의 결과를 예측할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 대국의 결과가 바둑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잘 알고 있다.

컴퓨터는 결점 없는 완벽한 계산에 탁월하고, 우리의 뇌는 보통 장기적 계획과 일반적 개념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차이는 인간과 컴퓨터가 대등해지는 잠깐의 시간 동안 흥미로운 대결을 만들어낸다 - 20년 전의 체스와, 오늘날의 바둑에서처럼.

초기의 체스 인공지능은 사각지대와 파고들 수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보통의 (인간과 하는 것처럼)게임을 하는 대신 이러한(컴퓨터만의 특수한)약점을 공략하고자 하는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딥 블루를 상대할 때 이러한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체스나 바둑과 같은 정신스포츠는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고, 이러한 집중력이 컴퓨터를 속이고자 하는 유혹에 의해 분열되면 결국은 스스로 자기 꾀에 넘어가서 이상한 수를 두게 된다. 인공지능이 강해지면 이러한 수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육체와 실리콘의 가장 큰 차이는 기계가 가진 한결같은 일관성이라는 장점이다. 컴퓨터는 (최소한 체스에서는)커다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반면, 인간은 한 번의 실수로 바로 재앙에 빠져버린다. 기계는 안주하지도 않고, 걱정하거나 지치지도 않는다. 내가 딥 블루와의 대국에서 패했던 1997년에 나는 거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경기했다. 그건 내 커리어 사상 최악의 게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18세기의 가짜 체스기계 Turk 이래로 게임 인공지능에 대한 흥미가 정점에 달했던 굉장히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오늘날 알파고는 진정한 AI를 추구하는 머신 러닝 프로젝트를 대표하고 있고 그렇기에 이러한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다.

세돌이 알파고보다 훨씬 강해서 아직 인간의 불완전함이 결정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바둑은 체스보다 훨씬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으며 체스보다 정적인 게임이고, 이 두 가지 요소는 기계를 상대할 때 인간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늘날, 딥 블루 혹은 어떠한 인간 그랜드마스터도 무료 체스 프로그램을 탑재한 적당한 랩톱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 체스머신이 예측가능하고 약했던 상대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12년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바둑, 너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Go, your clock is ticking).


본문의 내용은 디씨 바둑갤에서 봤습니다.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66869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17 7
    14949 게임[LOL] 9월 2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9 80 0
    14948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10 + 나루 24/09/28 300 11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12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51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702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56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14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43 2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658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548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616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581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218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575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903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27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407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88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291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86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59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54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306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4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