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15 15:35:48
Name   Raute
Subject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거둔 압승, 어떻게 보십니까?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하면 호남-리버럴의 동거가 끝나고 더민주의 PK-충청 공략, 장기적으로 호남의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거든요.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호남에서 너무 심하게 몰아붙였다
호남 28개 지역구 중 국민의당이 23개를 가져갔고, 더민주는 3개로 2개인 새누리와 고작 1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득표율로 봐도 일방적이었는데 더민주가 40% 이상을 득표한 곳이 9개에 불과했고 이중에서 5개가 전북이었습니다. 단순 득표가 아니라 격차로 따져봐도 더민주가 패한 25개 지역구 중 5% 이내로 진 것은 5개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4개가 전북이었습니다. 즉 호남 전반적으로 더민주가 쓸렸고, 특히 광주-전남에서는 아예 승부가 안 됐다는 얘기입니다. 광주야 공천 막장으로 했다고들 합니다만 그렇다고 전부 막장이냐 하면 그건 아니었거든요. 선관위에서 허위사실 유포를 인정한 권은희가 이용섭을 7% 차이로 이겨버렸고, 현역의원 우윤근이나 김영록이 10% 넘게 깨지고, 문재인 영입인사인 하정열, 박희승 등이 박살난 걸 보면 '정말 공천 문제 때문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호남에서 경쟁을 유도했다거나 회초리를 들었다가 아니라 더민주를 외면한 수준이죠. 물갈이 하겠다더니 더민주만 물갈이했거든요.

2. 그런데 더민주가 살아남았다
수도권에서 더민주는 정말 압승을 했습니다. 거의 탄핵 정국에 맞먹는 수준이며 신승한 지역구도 있지만 대체로 득표율도 잘 뽑았습니다. 비례 3위 때문에 전략 투표 논란이 있습니다만 어쨌든 우리나라 정치판은 지역구 중심으로 돌아가고, 이 정도로 쓸어담은 건 더민주에게 엄청난 성과죠. 여기에 강원, 충청, TK, PK 가릴 거 없이 야금야금 잡아먹으면서 전국정당 소리까지 나오고 있고요. 더민주 입장에서는 '호남 없이 대승'을 거뒀으니 굳이 호남에 목매달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호남을 포기하는 건 대선 버리겠다는 거고, 전국 각지에 흩어진 호남계 표를 버리는 미친 행위일 겁니다. 그러나 호남을 완전히 버리는 게 아니라 비중을 줄이고 그 역량을 다른 지역에 투입한다면? 당초 더민주는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호남 말고 제대로 공략하질 못했습니다. 그나마 문재인이 막판에 PK에 가덕 공항 떡밥을 던져줬을 뿐이죠. 정말 후보들과 지역당의 노력으로 이만큼 뚫어낸 것인데 여기에 중앙당까지 거든다면?

3. 호남의 중요성은 점점 내려오고 있다
어차피 호남이 다시 더민주를 지지해줄지 아닐지 모르는 거고, 19대 의원들이 국민의당으로 몰려가면서 지역구 네트워크가 싸그리 날아갔기 때문에 PK 공략보다 호남 탈환이 더 쉽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런데 인구 구조상 호남의 중요성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더민주가 호남 3개 구역에서 먹은 비례표는 총 78만 8964표입니다. 근데 PK에서만 먹은 표가 78만 7270, 25% 가량 지지해준 PK와 30% 가량 지지해준 호남이 거의 차이가 안 납니다. 이왕 호남 정당 타이틀 날아간 거 대신 PK를 공략하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정재호, 조승래, 김종민, 박완주, 강훈식 등 안희정 계열이 대거 당선되면서 안희정을 내세운 '충청대망론'을 활용할 수도 있고요. 굳이 호남에 목매달 거 없이 PK문재인-충청안희정으로 공략하는 게 더 나아보입니다.


호남이 더민주를 버렸건 더민주가 호남을 버렸건 어쨌든 둘의 동거는 끝났고, 호남과 리버럴은 갈라섰습니다. 파트너에서 단순한 비지니스 관계가 된 것인데, 당장 캐스팅보트로서 얼마나 기능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는 호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리라 생각합니다. 수도권 사는 호남 출신들이 전부 호남과 같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그 2세와 3세는 말할 것도 없으니까요.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그렇더군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p.s. 이번에 문재인이 호남 결과에 의한 칩거 혹은 은퇴했다가 주변에서 만류하는 쇼를 보여줄 줄 알았는데, 괜한 리스크를 우려해서인지 그냥 어영부영 넘기더군요. 괜히 박지원이 먼저 말 꺼내는 바람에 반 호남 여론이 조성되는 외통수에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좀 의외였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18 1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265 2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199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8 트린 25/12/03 442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44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31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40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499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25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35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692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893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681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17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43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63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48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09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70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07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38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64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69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06 2
    15854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 육회한분석가 25/11/17 556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