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18 12:58:19
Name   수박이두통에게보린
Subject   [회고록] 그의 손길은 애절했고, 눈빛은 날카로웠네.
피치 못하게 아쉬운 휴가를 마치고 수박이는 부대로 복귀하고 있었어요. 부대에 탈영병이 생겼거든요. 조금이라도 부대에 빨리 복귀하고 싶은 국가와 부대를 향한 충성심 가득한 수박이는 자기도 모르게 점점 속도를 올리고 있었어요. 영광의 레이서~ 아스라다!! 부스터 온!! 빰빠바밤~ 수박이의 차는 비록 제로의 영역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속도를 즐기기에는 충분한 차랍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수박이는 경찰관님을 발견했어요. 그도 수박이를 발견했나봐요. 그는 수박이의 차를 보며 경광봉을 흔들며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어요. 충성심 가득하고 투철한 사명감이 넘쳐 흐르는 수박이는 경찰관님을 돕기 위해 옆에 차를 잠시 세웠어요. 그는 수박이에게 애절한 손길로 도움을 청했어요.

"안녕하세요, 수박이님. 사실 저는 XX번 국도를 달리던 도중 길을 잃은 경찰관이랍니다. 이 도로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차도 많지 않고 도움의 손길도 너무 적어요. 지금 배가 너무 고프고 힘이 드네요. 부디 수박이님께서 자그마한 도움을 주실수 없나요? 110km 제한 구간에서 속도를 조금 더 내셨군요." 라고 말하며 애절한 손길로 과속 딱지를 교부하려 하고 있었어요.

'오, 이런.' 수박이는 당황했으나 티를 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대답하였어요.

"아 그렇시군요, 길을 잃은 가엽고 존경하는 경찰관님. 저는 사실 임시직 군인이랍니다. 게다가 비정규직이지요. 사실 저는 지금 휴가중이었어요. 그런데 부대에 탈영병이 생겨서 휴가도 반납하고 지금 복귀중이랍니다. 제 소대원도 아니에요. 제 중대원도 아니에요. 참모라서 빨리 돌아오래요. 이런 저도 경찰관님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지만 지금 탈영병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부대에 가고 싶군요. 저의 이런 충성심 가득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시고 부스터를 켰던 것을 봐주시면 안될까요?"

수박이는 이렇게 말하며 군 신분증과 왠지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 만들어둔 선견지명으로 가득한 휴가증을 보여주었어요. 언제나 모든 변수에 대처를 할 수 있는 수박이랍니다. 그러자 그는 안타까운 얼굴로 수박이에게 말을 걸었어요.

"아! 그런 일이 있군요. 하지만 수박이님마저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전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까요. 이 국도에서 지금 3시간도 넘게 있는데 도움을 주는 차는 극히 적어요. 이 좋은 날 왜 도움을 주는 사람은 이다지도 적은 것인가요! 나라도 나라지만 일단 저를 좀 도와주세요."

그는 자신의 애처로움을 인정하라는 식으로 수박이에게 말했어요. 그의 눈을 바라보니 굉장히 날카로웠어요. 손길은 애절한데 눈빛은 날카롭다니. 주화입마에 걸린 것 같았어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하던 수박이는 사이드 미러로 뒤에 신나게 달리고 있는 차를 보왔어요. 역시 수박이의 눈썰미는 날카롭기 그지 없어요. '아, 나를 구원해줄 한 줄기 호구가 과속을 하는구나.' 수박이는 경찰관님에게 말을 했어요.

"경찰관님, 이러지 마시고 저 뒤에 오는 차를 보세요. 저 차도 저 못지 않게 속도를 내며 질주하고 있어요. 저는 비록 중형이지만 저 차는 굉장한 대형 세단이랍니다. 저 정도의 대형 세단의 운전자라면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한 자비심이 가득할 것 같아요. 아니, 지금 막 제로의 영역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뒷 차에게 도움을 청하고 부디 전 탈영병을 잡게 해주세요."

수박이는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그는 먹이를 노리는 매서운 매의 눈빛으로 뒷 차를 쳐다보며 경광봉을 사정 없이 흔들며 수박이에게 답했어요.

"아, 고마운 수박이님. 수박이님 덕분에 자비를 베푸는 뒤의 차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하마터면 수박이님과 하하호호 즐거운 담소를 나누다가 자비심 가득한 차를 놓칠뻔 했군요. 수박이님은 부디 탈영병을 잘 잡으시고 다음부터는 부디 정속을 유지해주세요."

그 말을 마친 그는 뒷 차에게 사정 없이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애절한 손길로 도움을 청하러 갔어요. 수박이는 그와 헤어지고 조심히 차를 몰았어요. 비록 수박이가 임시직에 비정규직이지만 나라에 충성심이 너무 가득해 탈이 일어난 사건이었어요. 수박이는 앞으로는 탈영병이 생기더라도 휴가를 빨리 복귀해서 피치 못하게 과속을 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법은 중요한 것이니까요. 저는 비정규직이구요. 괜찮아요. 곧 전역하니까요.

98%의 사실, 2%의 픽션.



4
  • 꿀잼꿀꿀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39 기타[불판] 잡담&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41> 46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5/19 4038 0
2838 의료/건강신해철법 통과 73 ORIFixation 16/05/19 5711 1
2837 도서/문학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 중의 한명 16 Beer Inside 16/05/19 5209 0
2836 일상/생각[조각글?] 토끼의 죽음 7 얼그레이 16/05/19 4306 4
2835 의료/건강장병(瘴病) 이야기. 14 기아트윈스 16/05/19 6489 16
2834 창작[27주차 주제발표] 사물들의 일상 1 얼그레이 16/05/18 3152 0
2833 창작[조각글 26주차]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6 우너모 16/05/18 4662 1
2832 일상/생각[회고록] 그의 손길은 애절했고, 눈빛은 날카로웠네. 4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5/18 3115 4
2831 창작[26주차] 순간에서 영원까지 14 에밀리 16/05/18 3974 0
2830 창작[26주차] 해설피, 나무, 뻐꾸기. 2 헤베 16/05/18 3891 0
2829 정치[불판] 국방부 曰 "공중보건의도 없애겠다" 57 April_fool 16/05/17 6223 0
2828 과학/기술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 - 황금독화살개구리 4 모모스 16/05/17 17788 3
2827 정치새누리 당이 역대급 위기. 거의 분당 위기 수준 정도 같네요. 12 양웬리 16/05/17 4616 0
2825 방송/연예걸그룹 최고의 안무가, 배윤정 단장 이야기 3 Leeka 16/05/17 4272 0
2824 문화/예술한국법원은 현대미술을 이해할까? 115 Beer Inside 16/05/17 8003 4
2823 요리/음식맛집어플을 하나 만들었어요.. 12 구탑 16/05/17 4303 0
2822 창작[조각글 26주차][팬픽] 검은 사제들 2 : 곡성(哭聲) 11 마스터충달 16/05/16 4910 1
2821 과학/기술이공계 병역특례 2023년 폐지 51 kpark 16/05/16 7260 0
2820 창작 [조각글 26주차] 두 사람이다 12 묘해 16/05/16 4868 2
2819 정치겉페이지만 살펴보는 4당의 공약페이지(+) 11 눈부심 16/05/16 5510 3
2818 의료/건강암살자 리신 12 모모스 16/05/16 11306 5
2817 창작가입기념으로 올려봅니다 6 탐닉 16/05/15 4231 11
2816 일상/생각시빌워 흥행을 보며 느끼는 이중잣대 23 김보노 16/05/15 4047 0
2815 방송/연예[장정일 칼럼 ] 한국 걸그룹이 일본 걸그룹보다 야한 이유 24 Beer Inside 16/05/15 6682 0
2814 문화/예술용어의 한국어화에 대해서 21 하늘밑푸른초원 16/05/15 5351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