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20 07:29:33
Name   구밀복검
Subject   더스틴 호프먼 할배 이야기
밤에 심심풀이로 좋아하는 배우 커리어나 소개해볼까 합니다. 뭐 원체 유명하긴 합니다만.




1967년 마이크 니컬스의 영화 <졸업>. 전도유망한 명문대생이지만, 순진하고 미숙하고 치기어린 터라 뒤늦게 사춘기가 와서 타락하고 방황하는 애어른 청년 벤저민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작품으로 더스틴 호프먼은 60년대 최고의 청춘 스타로 부상하죠. 이때 이미 만 서른 살이었다는 것이 함정(1937년 생).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도 노미네이트 되며 골든 글로브에서는 신인상 수상 및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라는 성과를 올리죠.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신인상 수상.

* 좌측은 <내일을 향해 쏴라>로도 유명한 캐서린 로스. 장면 자체는 굉장히 씁쓸하죠. 반란을 일으키고 탈주를 했으나 미래가 그네들의 것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주역들의 표정들이 잘 드러납니다.




1970년 영화 존 슐레진저의 <미드나잇 카우보이>. 야부리로 사람 홀리는 교활한 양아치처럼 행세하지만 실제로는 냉정한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불쌍하디 불쌍한 청년 랏소 역할이죠.

역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됩니다만 수상은 실패.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남우주연상 수상에 성공합니다.

* 좌측은 존 보이트. <미션임파서블1>에 나온 것을 다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1970년 아서 펜의 영화 <작은 거인>. 서부극에 대해 논할 때마다 교범으로 꼽히는 (특히 범 수정주의 계열) 작품 중 하나죠. 백인의 자녀로 태어났으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습격당해 부모를 잃고 원주민 가정에서 성장하다가, 다시 백인 가정의 양자로 들어갔다가 도로 원주민 부인을 얻는 등 원주민과 미국인 사이의 정체성에서 방황하는 청년 잭 역할입니다. 더스틴 호프먼은 한참 나이 더 들기 전까지는 10대~20대 초 연기를 자주 했죠.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

* 참고로 이미지 우측에 나오는 여성은 페이 더너웨이인데, 표작으로는 잭 니콜슨이 주연을 맡은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이 있습니다. <작은 거인>에서는 더스틴 호프먼보다 4살 연하(1941년 생)임에도 불구하고 더스틴 호프먼의 양모 역할을 맡았죠. 심지어 어린 양아들(더스틴 호프먼) 귀엽다고 욕조에서 홀딱 벗기고 목욕 시켜주는 씬도 있습니다;




1973년 프랭클린 샤프너의 영화 <빠삐용>. 네 바퀴벌레 먹는 그 빠삐용 맞습니다. 스티브 맥퀸이 빠삐용 역이였고 더스틴 호프먼은 빠삐용의 베프 드가 역을 맡았습니다.




1976년 존 슐레진저와 두 번째로 같이한 영화 <마라톤맨>. 치과 의사의 공포로 잘 알려진 작품이죠. 더스틴 호프먼이 나체로 밤거리를 뛰어다니는 장면이 유명합니다. 이때도 학생 역할이었죠.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지만 수상은 실패.




1976년 알란 파큘라의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워터게이트를 폭로하는 저널리스트들을 그린 실화 기반 언론 영화입니다. <조디악>이나 <스포트라이트>와 종종 비교 되죠.

영국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지만 수상은 실패.

* 이미지 좌측은 로버트 레드퍼드. 브래드 피트가 커리어 초창기에 레드퍼드 닮았다는 이유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죠. <윈터 솔져>에 나온 피어스(쉴드 내의 높으신 분)라고 하시면 다들 기억하실 듯.




1979년 로버트 벤튼의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주인공 테드 크레이머는 가정에 무관심한 채 일에만 몰두하던 무심한 남편이었습니다만, 아내 조안나 크레이머가 집을 버리고 떠난 것을 계기로 가정과 아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버지로서 헌신하게 됩니다. 이후 조안나가 아들의 양육권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둘은 법정 투쟁을 벌이게 되죠.

이 작품으로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이외에도 전미 비평가 협회, 골든 글로브에서도 주연상을 수상하죠.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노미네이트.

* 우측은 영화사에 손꼽히는 여성 배우인 메릴 스트립.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죽어야 사는 여자>나 <맘마미야> 정도는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라도 어쩌다가 지나가며 보셨을 듯..이 당시는 막 입지 올라가던 신예였죠. 더스틴 호프먼이 연하로 보입니다만.



* 아들이 병에 걸리자 급하게 병원으로 안고 뛰는 씬. 여기서 절실함을 표출하는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했죠.




1982년 시드니 폴락의 영화 <투씨>. 이번엔 일거리가 없어서 쫄쫄 굶다가 여장을 한 모습으로 인기 시트콤에서 배역을 따낸 이후, 배역을 위해서 수시로 여장을 하며 살지 않으면 안 되는 난처한 상황에 몰리게 되는 여장남자 마이클 도어시 역을 맡았죠. 후일 더스틴 호프먼은 <투씨>를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스스로 멋진 여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장한 내 모습은 만약 파티에서 만났다면 말을 걸고 싶지 않을 정도였어요. 왜냐하면 여장한 내 모습이 데이트를 신청할 만큼 육체적으로 아름답지 않았거든요....그래서 크게 울었죠. 그리고는 아내에게 '나는 이 영화를 꼭 하고 싶어. 내가 만난 여성 가운데 너무나 많은 사람이 매력적이었는데도 나는 그들의 매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어. 나도 외모 지상주의에 세뇌됐다는 것을 알게 됐어'라고 말했어요....코미디 영화 투씨는 나에게는 결코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어요."



전미 비평가 협회, 영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아카데미에서는 노미네이트.



1985년 폴커 슐뢴도르프의 TV 영화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의 희곡이죠. 잃어버린 과거와 성공에 사로잡혀 노년을 황폐하게 살아가면서 아들에게 집착하는 노망난 영감탱이인 윌리 로먼 역을 맡았습니다. 사실은 이걸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주연 배우 1인의 하드캐리 사례를 거론할 기회가 오면 제가 항상 맨 처음으로 떠올리는 작품. 물론 그렇다고 조연들 연기가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존 말코비치도 나오고 스티븐 랭도 나오고 찰스 더닝도 나오고 케이트 레이드도 연기 좋고 은근히 캐스팅 화려한 작품이죠.

이 작품으로는 골든 글로브 TV 영화 부문과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 이미지 좌측이 존 말코비치.




1988년 배리 레빈슨의 영화 <레인맨>. 자폐증에 걸린 암기왕 형 역할이죠. 동생 역할은 다들 아시다시피 탐 크루즈(당시 26세).

이 작품으로 두 번째 오스카와 다섯번째 골든 글로브를 손에 쥡니다. 영국 아카데미에선 노미네이트.





1991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후크>. 여기선 후크 선장 역할입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피터 팬이고 줄리아 로버츠가 팅커벨이었죠. 제목은 후크인데 피터 팬 비중이 훨 높고 후크는 조연인 것이 함정.

골든 글로브 노미네이트.



이외에도 <슬리퍼즈>, <왝더독> 등이 유명하죠.



* 브래드 피트야 다들 아실 테고..



* 가운데가 로버트 드 니로, 좌측은 앤 헤이시.




요즘은 쿵푸 팬더 성우로 뛰고 계시죠(너구리 사부님 역할).



더스틴 호프먼의 장점을 꼽자면

- 마스크 빨을 못 받았다. 본인이 인정하듯 주연하기 힘든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력으로 주연급 위상을 30년 이상 이어나갔다.

- 오바하고 힘주는 억지 과잉 연기로 작품을 잡아먹지 않는다. 언제나 작품 톤에 맞는 안정된 연기.

- 명배우들 중에서도 카리스마에 집착하다가 자기 페이스 잃어버리는 케이스가 종종 있는데 그런 아우라에 대한 강박도 없다(그런 역할을 잘 안 맡기도 했지만).

- 사소하고 미세한 동작만 가지고도 인물 표현을 잘한다. <세일즈 맨의 죽음>에서 보여준 손짓의 변화라든가 <레인 맨>에서 보여준 몸짓들이 대표적.

- 역할 폭이 굉장히 넓다. 30대에 급식충 학식충 연기, 양아치, 저널리스트, 남장여자, 해적선장, 40대에 노망난 할배 연기 등등...소화 못하는 역할이 없다고 봐야.





<세일즈맨의 죽음>의 중반부입니다. 세일즈 성과가 지지부진해서 직장에서도 쫓겨난 윌리 로먼이 좌절하며 공상 속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죠. 내세울 거 없는 처지인지라 형에 매달렸다 자식 자랑에 집착하다 가련한 노인네 그 자체...이 당시 48세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로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희곡을 처음 접했는데, 이후에는 윌리 로먼=더스틴 호프먼이라고 머릿속에서 공식화 되어 버려서 연극이든 영상이든 다른 버전을 보더라도 감정 이입이 안 되더라고요. 사실 배우의 연기는 영화라는 매체에 있어 지극히 미소하고 지엽적인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누벨바그와 네오 리얼리즘이 명백히 증명했고), <세일즈맨의 죽음> 같은 경우에는 연극을 TV 영화화 한 것이라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더스틴 호프먼의 연기가 아니면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작품이라 예외 사례로 둘 수밖에 없다 싶습니다.



2
  • 정성글은 추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19 7
14949 게임[LOL] 9월 2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9 104 0
14948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10 나루 24/09/28 349 14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14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52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715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57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16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46 2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662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549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621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583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223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577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906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28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410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88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300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87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60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58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306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45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