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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5/31 20:18:35
Name   레이드
Subject   [28주차] 좋아해서 이해해
주제 _ 선정자 : 묘해
대화
대화, 커뮤니케이션 을 주제로 자유 형식, 자유 분량으로 폭넓게 써주세요. 그냥 자유롭게 '대화'에 대해서 '대화'를 형식으로 혹은 주제로 혹은 도구로 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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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말

흔한 이야기입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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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그 무엇도 되기 싫어요. 민희가 말했고, 난 단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러냐고 묻기는 당연히 싫었다. 구질구질해보였고 입조차 옴짝달싹하기 싫었다. 그렇다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는데.
우리 사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짚이는 게 없어서 알 수 없는게 아니라 그렇구나 할 만할 일이 너무 많아서 무어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민희는 갈대였다. 나라는 바람이 이끄는 방향대로 고개를 돌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와 함께라면 무엇이라도 좋아했고 내 시간속에 자신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소박한 이였다. 반면에 아주 칼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도 내가 싫어하는 것이라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픈 티도 잘 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싶어했다. 민희가 나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싶었다.

내가 민희와 가장 많이 하고 좋아했던 건, 대화였다. 우리의 대화는 아주 넒고도 좁았으며 매우 얉고도 깊었다. 하루는 아이돌에 대해서 이야길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카뮈와 실존주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민희는 사실 카뮈이야기를 할 땐 그다지 말하지 않았다. 나만 잔뜩말했을 뿐.취해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민희, 아니 이젠 헤어졌으니 그 아이라고 표현해야겠다. 그 아이는 또래 여대생과 비슷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어째서 나와 엮이게 되었는지는 여기서 서술하지 않겠다. 굳이 이야기할 일도 아닌 거같고, 너무 길어지니까

내 이야기 재밌어? 하고 그 아이에게 언젠가 물었을 때 대답은 이랬다.

음.. 사실 재미 없어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너무 어려운 이야기같아서요. 하지만 교수님이 말씀하시니까, 다른 사람이 아니라 교수님이 말씀하시니까. 저에게 말해주시는 분이 교수님이라서 그 사실이 너무 좋아서 다른 건 잘 안보여도 좋아요.


날 이해하기 때문에 좋아하는게 아니라 날 좋아하기 때문에 이해했구나.

그랬었다. 너무 늦게 깨달았다.



0


    아 이거 진짜예요. 이해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고, 좋아해서 이해한다. 최소한 이해하려고 노력할 동력은 생기는 거 같아요.
    그런데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면 그동안 이해했던 것도 사라지는 것일지... 그건 아닌 듯도 하고요.
    헤칼트
    나쁘게 헤어지면 "내가 어떻게 그딴 걸 이해했지 미친 놈이었네" 이렇게 되지 않나요(...)
    사랑(좋아함)은 감정과 의지와 지성과 이해력과 등등등 모든 인간의 능력들이 극히 우연히 고도로 결합된 고차원적인 상태인데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은 사라지지만 그런 능력들까지 사라지진 않겠죠. 내가 어떻게 그딴걸... 이라고 말하는 건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전술적 의미지 '내가 사랑하고/이해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겠죠.
    대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이 존경하진 않죠. 가여워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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