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6/10 15:39:40
Name   난커피가더좋아
Subject   이명박근혜식 통치의 기원(1)
개인 노트 정리 및 글연습용 블로그에 '철도 파업 사태'때 쓴 글입니다.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에 반말체인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굳이 옮겨오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자게 리젠에 뻘글로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
2)그때 쓰다가 3편정도 쓰고 박근혜 대통령관련해서는 딱 한편만 쓰고 말았는데, 뭔가 더 써서 완성하고 싶다. 그런데 블로그는 강제성이 없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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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정치학적 방법론의 엄밀성 없이, 심리학적인 실험과 분석 없이 관찰에 의한 직관으로 쓴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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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는 누구 돈으로 샀는지 알아보라"

이 한 문장이었다. 2008년 초여름 촛불집회는 그렇게 타올랐다.
왜 뜬금없이 6년전의 일을 꺼내냐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현 대통령의 근본적인 통치 스타일의 차이와 유사점을 알아본다면, 철도노조 파업으로 묘하게 비슷하게 흘러가는 지금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 또한 향후 박근혜 정부의 행보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하는 거다.

1. 2008년 촛불시위는 진정 '광우병 공포' 혹은 '망상'에서 폭발했는가?

아니다. 첫 시작은 다소 과장된 PD수첩의 보도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정도의 보도는 국민건강권 수호라는 차원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이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2008년 5월 2일 첫 집회. 3만명이 모였다. 그리고 점점 커졌다. 요구는 쇠고기 관련 재협상.
만약 정부가 "좀 급하게 진행되느라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잘 조치하겠다" 이 한 마디만했어도 절대 촛불시위는 폭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했던 얘기는  "배후 세력, 불순 세력, 불법 시위"라는 프레임이었다.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그 같은 상황을 이용하고 싶었던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저 순수하게 뭔가를 요구했다. 그런데 '배후'라는 단어를 꺼내고 '불법 엄정대처'라는 협박부터 꺼냈다. 사실 이명박 정부와 그들을 둘러싼 상당한 세력은 '가치'라는 걸 추구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게 자기 희생적으로 시간을 내어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에 나와 시위한다는 것'은 도대체 상상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배후 세력이 있다'고 단정 짓자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녔다. 당연히 사람들이 화가 더 날 수밖에.
아이 걱정하던 엄마들은 유모차를 끌고 나와 "내 아들, 내 딸이 내 배후"라고 말했고, 온갖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직접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고 물품을 후원하는 등 자발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수만명의 인파가 연일 시위를 벌이자 결국 해외에 다녀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초는 누구돈으로 샀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이후 상황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6월 말~7월 초 정의구현사제단의 위로 속에 대중은 광장을 떠났다. 투표를 기약했다. 그게 바로 수년 뒤 지자체 선거 야권 승리의 힘이 됐다. 정권 심판은 그때 이미 이뤄진 것이다. 또 오세훈 전 시장의 승부수 이후에 벌어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2.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장님 마인드'와 '서울시장 재직시절'

다시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개인 캐릭터로 한 번 들어가보자. 당시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의 구성, 한국 정치에서의 진보보수 역학관계 등은 여기서 좀 빼도 된다. 그저 최고권력자의 사고와 프레임을 중심으로 생각해봐도 많은 부분이 설명될 수 있다. 이 글의 목적도 바로 그것이다.
이명박은 대한민국에서 나름 성공한 회사원 출신 CEO였다. 실제 그가 현대건설 사장 시절 어떠했는지를 굳이 다시 들춰내 반론을 제기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그는 성공한 기업가라는 이미지를 토대로 정치에 성공했고, 그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를 '신화화'했다.
2004년 봄, 필자가 잠시 블로그를 좀 열심히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주로 친노(당시 용어로 '노빠'들과 열심히 논쟁했는데,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도 몇 가지 구설에 올라 있었다. 그때 썼던 글을 다시 떠올려보면 다음과 같다. 사건 자체는 시간적 선후 관계와는 무관하다.

1)서울시 봉헌 사건
독실한(?) 크리스찬 이었던 이명박 당시 시장은 한 기도회에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는 취지의 행사를 갖는다. 타 종교인도 많은데, 서울시가 자신의 것도 아닌데. 당연히 큰 논란이 일었다.

2)아들의 히딩크 촬영 사건
월드컵 직후 서울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러 히딩크를 부른 적이 있었다. 근데 느닷없이 아들을 불러 맨유 유니폼에 슬리퍼를 신은채로 기념사진을 찍게 한다. 이 역시 꽤나 욕 먹었다.

3)뉴타운 정책
이건 당시 뉴타운에 지정된 지역 사람들한테는 크게 환영받은 정책이었다. 2008년 봄 총선에서는 뉴타운이 여야 모두의 공약이 됐고, 결과는 지금 '뉴타운 취소'를 위해 뛰는 사람들로 설명된다. 이때도 정책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상당했다.

4)버스차로제 및 전반적인 버스체계 개편
2004년 이명박 시장 관련 글을 작성하던 당시 그가 가장 욕먹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때 이는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판단을 유보했다. 결과는 괜찮았다.

5)서울광장 사건
서울광장 사건은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하는데, 대충 이런 얘기다. 서울시 600주년 '하이서울 페스티발'을 처음 준비하던 당시 서울시는 시청광장을 멋지게 다시 꾸미는 계획을 짠다. '빛의 광장'이라는 설계도면이 채택됐다. 그러나 공기 등을 이유로 결국 잔디만 깔리는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역시 약간의 논란이 일었다.

1)~5)번까지 따져보자. 독실한 크리스찬이 자수성가해 기업을 일으켰다. 영광을 주님께 돌리며 회사를 상징적으로 하나님께 봉헌하는 행사를 한다. 다른 교인들도 굉장히 감동한다.
어떤가? 별로 이상하지 않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서울시의 CEO로 생각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거다. 회사에 귀한 손님이 왔다. 아들이 사진 한장 찍고 싶어한다. 못할 게 뭔가? 딱 이런 생각인거다. 뉴타운? 우리 회사는 화학분야가 낙후돼 있다. 키워야 한다. 멋진 비전을 제시한다. 난 뉴타운 정책에 '사람'이 빠졌던 이유는 바로 이런 사고방식때문이라고 본다. 서울광장에 횡하니 잔디만 깔리게 된 것도, 회사 창립 기념일에 맞춰 '광장'과 '공원'을 헷갈려하던 CEO의 외침 "그냥 잔디나 깔아"라는 지시에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성공한 정책 하나, 나름 사업가 스타일로 꼼꼼하게 조사 잘했고 적극 추진했다. 이 자신감은 이후에 재앙이 된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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