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6/10 17:50:32
Name   SCV
Subject   지지리도 운이 없었던, 어느 출신학부 위조자의 이야기.
어..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느 모임에 나가서 어떤 여자분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분(이후 편의상 A님이라고 합니다.)의 남자친구분이 저랑 같은과 같은 학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당시에, 그 이름이 기억이 확 나진 않았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었습니다.

몇 달 뒤.

저는 제가 1학년 때 운영했던 저희 과 커뮤니티를 백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게시물은 아니고 파일자료나 사진자료 같은것들을 하나씩 내려받으면서 예전 모습들을 감상했는데요.
A님의 남자친구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사실 저는 1학년 때, 과대가 선발되기 전까지 임시 과대를 했었고, 학년별 커뮤니티 운영자는 2학년이 될때까지는 계속 했었어서
150명 남짓한 동기들 중에 제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백업자료를 받다보니 동기들 연명부 자료가 튀어나오더라고요. 찬찬히 검색을 했죠.
A님의 남친 이름이 없더군요.

엥.. 이게 뭐지 하다가. 편입인가보네 하고 잠깐 생각했는데, 편입생 연명부도 튀어나옵니다?
제가 군대를 좀 늦게 가는 바람에 편입생 형/누나들이랑도 많이 친해서 사실 제가 모르는 편입생도 잘 없어요.
그래서 뒤져보니 또 없네요.


어라 뭐지?


의심의 끝에, 저는 교우회에 접속을 합니다. 처음 이야기를 A님에게서 들었을 당시에는 재학중이었지만, 커뮤니티 정리를 하던 시점에서는 졸업생이었거든요.

그리고 의심이 해결되었습니다.


A님의 남자친구는, 사실 동일 학교재단에서 운영하는 전문대 출신이었고, 군대간 사이에 그 전문대가 4년제가 되었습니다. (확인차 A님이 불러주는 남자친구분의 친구들이 다 해당 전문대 같은 과 출신이더라고요.)

따라서 A님의 남자친구분은 그냥 남은 1년만 다니고 졸업하게 될 상황이었는데, 바뀐 4년제로 편입을 했고, 학부를 마친 뒤 저희 과 대학원으로 진학을 했던 거죠. 사실 그 경력은 나쁘다고 생각할 것도 아니고, 석사 학위까지도 잘 따서 연구직을 하고 있었으니 크게 잘못된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학부 재학은 속였던거죠.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짐작이 갈만 하지만 굳이 적진 않겠습니다.

저는 사실 그 시점에서 A님게 이 사실을 알리는걸 하지 말았어야했다고 지금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그때는 뭐가 어떻게 되려고 그랬는지 그분의 석사논문마저 riss에서 검색이 되질 않았어요. 동명이인이 1990년대에 낸 학위논문 말고는 없었거든요. (추후에 이름이 한자로만 등록되어 검색되지 않았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석사학위는 진짜였던거죠) 그래서 학위까지 속였다 생각해서 A님게 모든 사실을 알려드렸고.. A님은 고민 끝에 그분을 용서하고 안고 간다고 했지만 몇 년 뒤에 헤어졌던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어떻게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죠. 같은 학교 같은 학부 같은 학년이라도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고 하니.. 제가 임시과대같은걸 안했다면 나랑 다른 반이었나보네요 하고 넘어갈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하필 여자친구가 만난 사람이, 자기가 거짓말을 한 그 과의 그 학번의 발넓은 사람이었을줄이야. 지지리 복도 없는 case인 거죠.


참. 세상 좁은거 같습니다. 허허.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184 게임지표로 보는 LCS의 지배자들 2 OshiN 20/11/29 4780 2
    1581 IT/컴퓨터지킬+깃허브+마크다운=블로그 18 damianhwang 15/11/18 15552 0
    5562 음악지코 신곡 '부딪혀' (카스 CF) Toby 17/05/03 3601 1
    3774 일상/생각지진 이후 병원에 방문하시는 분들 2 Obsobs 16/09/26 4102 4
    293 기타지지리도 운이 없었던, 어느 출신학부 위조자의 이야기. 41 SCV 15/06/10 8515 0
    8768 문화/예술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의 간단 정리 13 메존일각 19/01/16 7484 8
    11187 의료/건강지자체의 친절한 방역안내 유감 8 Schweigen 20/11/30 3974 8
    4180 일상/생각지인들에게 안부편지 10 까페레인 16/11/18 3355 2
    14159 일상/생각지옥 4 절름발이이리 23/09/27 2020 8
    1762 정치지역주의와 패권주의 (글 완성) 14 삼공파일 15/12/13 7027 2
    211 기타지역별 메르스 휴교현황 15 절름발이이리 15/06/05 8888 0
    11513 경제지역별 매출 1위 백화점들 8 Leeka 21/03/22 3981 1
    2646 정치지역구 투표지는 170장, 비례대표 투표지는 177장 16 ArcanumToss 16/04/20 4509 0
    2323 기타지식채널e 시리즈.jpg 2 김치찌개 16/03/01 4569 0
    10991 일상/생각지식인층에 대한 실망 17 멜로 20/09/25 4199 1
    14482 일상/생각지식이 임계를 넘으면, 그것을 알리지 않는다 22 meson 24/02/22 2455 6
    14141 도서/문학지성사 비판 세미나 《춤, 별, 혼》 에서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7 이녹 23/09/12 1940 2
    883 방송/연예지석진도 FNC에 합류했습니다. 8 Leeka 15/09/01 4823 0
    12448 일상/생각지방갭투자 한번 생각해봤다가 생각 접은 후기+계약갱신청구권 7 오늘 22/01/16 3954 0
    14310 정치지방 소멸을 걱정하기에 앞서 지방이 필요한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39 Echo-Friendly 23/12/05 3411 17
    5872 일상/생각지방 그리고 심혈관 질환 22 세상의빛 17/07/01 5034 1
    2021 과학/기술지루함에 대한 과학적 고찰 29 눈부심 16/01/13 5642 1
    14058 의료/건강지루성 두피염에 샴푸도 아주 중요하군요... 15 희루 23/07/22 2290 0
    766 정치지뢰 사고에 대하여 20 빛과 설탕 15/08/10 5907 0
    13943 정치지록위마 2 닭장군 23/06/03 197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