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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6/11 22:28:22
Name   barable
Subject   스탠포드 대학교 강간사건과 피해자의 편지
브록 터너라는 스탠포드 대학교의 학생이자 유망한 수영선수가 한 여성을 강간하고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진 것에 대해 미국 사회가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터너는 배심원에게 유죄판결을 받고 형량 심판에서 산타 클라라 법원의 페르스키 판사로부터 그러한 형량을 언도 받았는데. 이에 따라 판사를 해임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는 배심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릴 경우 형량은 따로 심의합니다. 이 과정에서 배심재판에 배석했던 판사가 형량심까지 주재하기도 하고 다른 판사가 주재하기도 합니다. 

편지 전문은 여기서 http://femidea.com/?p=898 번역된 버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일부만 발췌하겠습니다. 



당신은 몇 살입니까? 몸무게가 얼마나 되죠? 그 날 무엇을 먹었나요? 저녁에 뭘 먹었습니까? 누가 저녁을 만들었죠? 저녁식사 때 무언가를 마셨나요? 물도 안마셨습니까? 언제 마셨나요? 얼마나 마셨나요? 술이 어디 담겨있었나요? 누가 술을 주었습니까? 평소에는 얼마나 마시죠? 누가 파티에 데려다 줬나요? 몇 시에요? 정확히 어디요? 뭘 입고 있었습니까? 파티에는 왜 갔나요? 파티에서 뭘 하려고 했죠? 당신이 그렇게 한 게 확실합니까? 언제 그랬습니까? 이 문자는 무슨 뜻이죠? 누구에게 문자하고 있었나요? 언제 소변을 봤죠? 어디에 소변을 봤습니까? 소변 볼 때 누군가와 밖에 함께 있었나요? 여동생이 전화했을 때 휴대폰이 무음으로 되어있었나요? 무음으로 바꿨던 걸 기억합니까? 정말인가요? 왜냐면 53페이지에 당신이 무음이 아니라 벨소리로 했다고 했거든. 대학 때 술 마셨습니까? 당신이 파티에 미쳤다고 했다면서요? 술에 취해 기억을 잃은게 몇 번이나 되죠? 남자친구와는 진지한 관계입니까?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지나요? 언제 남자친구에게 ‘상을 준다’고 말했죠? 몇 시에 일어났는지 기억합니까? 가디건을 입고 있었나요? 가디건의 색깔은 뭐였나요? 그 날 밤에 대해서 기억나는 게 또 있습니까? 없다구요? 좋아요, 터너 씨에게 물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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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피해자가 변호사로부터 받은 질문의 목록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변호사는 이런 질문들을 통해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음을 증명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피의자를 위해 정의를 구현하려는 변호인의 노력이 전문적인 영역에 있으며 그에 맞는 직업 윤리가 있다는 사실은 이성으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해서 그것이 피해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리라는 사실을 가려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녀는 무고한 피해자로서 그 자리에 있고 싶었지만 피의자의 유죄를 증명하기 위해 저런 질문들을 견뎌야 했습니다. 피의자가 자신의 범행을 합의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무죄판결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죠. 

피해자는 만취한 상태에서 쓰러져 있었고 브록 터너는 그런 방어불능 상태의 피해자에게 폭력적인 행위화 함께 강간을 하였습니다. 최초에 그는 강간을 인정하는 뉘앙스의 진술을 했으나 1년여에 거친 재판과정과 그의 변호사의 조언이 있은 후에 피해자가 자신과의 행위에 동의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그가 항거불능의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을 주위의 용감한 시민에게 들켰고, 그 시민들에게 쫒겨서 붙잡혀 검거되었다는 사실과 강간 키트의 결과 등 많은 증거들이 그의 강간을 증명하고 있음에도 말이죠.(강간키트는 검사는 일반적인 성관계와 강압이나 폭력에 의한 성관계등에서 남는 질 내부의 열상등을 비교분석하여 강간인지 아닌지를 판명합니다. 합의여부가 중요한 강간사건에서 이러한 강간키트 검사결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 사건이 이견의 여지가 없는 시민들의 공분을 살만한 사건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단지 분노하기 전에 피해자의 편지에서 드러나는 피해자의 아픔에 깊은 공감을 느꼈던 편지의 구절을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제게는 너무 인상적인 구절들이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있었다는 사실이 다른 여타 성폭행 사건처럼 피해자의 무결성을 해칠까 두려웠습니다. 

" 저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다는 파티에 함께 가서, 바보처럼 춤을 추어가지고 여동생을 창피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파티에 가는 길에, 전 여동생과 농담을 했습니다. ‘파티에 온 대학생 남자애들은 아마 교정기를 끼고 있을 거야.’ 여동생은 제가 입고 있었던 베이지색 가디건을 보고 놀리며, 내가 도서관 사서같이 입었다고 했지요. 전 제가 파티의 ‘큰 언니(big sis)’일거란 농담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파티에서 제가 가장 나이가 많을 거라는걸 알았기 때문이지요. 저는 파티에 가서 웃긴 표정을 짓고, 긴장을 풀었고, 대학 졸업 이후에 주량이 줄었다는 걸 잊은 채, 술을 급하게 마셔버렸습니다. "

그러나 저는 틀렸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대중에게 그저 흥미로운 뉴스기사거리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피해자와 약탈자가 있고, 가해자에게는 나름의 사연과 잃어버릴 안타까운 인생만이 있는, 그리고 피해자에게는 자신이 당한 부당한 일에 대한 분노만이 있는 그런 종류의 단순한 사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 어느 날, 전 직장에서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기사를 읽게 되었죠. 저는 그 기사를 통해서 처음으로 내가 의식을 잃은 채 어떻게 발견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긴 목걸이는 목에 감겨져 있었으며, 브래지어는 옷 바깥으로 나와있었고, 드레스는 어깨위로, 그리고 허리 위로 올려져 있었습니다. 저는 엉덩이부터 부츠까지 벗겨져 있었고, 다리는 벌려져 있었으며, 누군가의 알 수 없는 어떤 물건으로 인해 제 몸이 관통당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저에게 일어난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뉴스를 보다가 말입니다. 저는 제게 일어난 일을 세상 모든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간에 알게 된 것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제 머리카락에 엉켜있던 솔잎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진 게 아니었어. 그가 내 속옷을 벗겼고, 그의 손가락이 내 안에 들어왔었구나. 난 이 사람을 알지도 못하는데, 그리고 나는 아직도 이 사람을 몰라.’ 저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 저는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이건 내가 아냐. 이건 나일 리가 없어. 전 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제 가족들이 이 기사를 읽어야만 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기사를 계속 읽어 내려갔습니다. 다음 문단에서, 저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 문구를 읽었습니다, 범인의 말에 따르면 제가 즐겼다는 겁니다. ‘즐겼다’. 또 한 번, 저는 이 느낌을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교통사고 기사를 읽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자동차가 사고가 나서, 진흙탕에 찌그러져 처박힌 채로 발견되었어요. 어쩌면 자동차는 사고가 난 걸 즐겼을지도 모르죠. 사고를 낸 다른 차량은 일부러 사고를 내려고 했던 게 아니라, 그냥 좀 부딪히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죠. 이제나 저제나 자동차 사고는 맨날 나고, 사람들은 그런 일들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이 사고가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다시 한 번 틀렸습니다. 




저는 이것이 극형주의에 대한 논쟁으로 흘러, 피해자의 분노와 아픔에 대한 공감에 법이 그동안 눈이 멀어 있었다고, 가해자에게 다시 한 번 재활의 기회를 주어야하며, 성범죄에 대한 극형이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하는 지리한 논쟁으로 흘러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지 걱정되었습니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말했어, “나는 술에 취한 하룻밤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 제 인생은 일 년 동안 멈춰져 버렸습니다. 일 년 동안의 분노, 고통, 그리고 불확실함. 배심원들이 제가 겪어야 했던 부정을 인정해 주기까지 일 년이 걸렸습니다. 만약 브록이 혐의를 좀 더 일찍 인정했다면, 저도 가벼운 형량을 고려했을 것입니다. 그의 정직함을 존중해서라도 말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뒤로하고 서로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했을 것입니다. 그 대신에, 그는 법정에 가고자 했고, 저에게 행한 폭력에 모욕을 더했으며, 제 사생활과 제가 당한 성폭행은 공개적으로 파헤쳐졌습니다. 그는 저와 제 가족들을 일 년 동안 겪어도 되지 않았던, 설명할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는 그가 저지른 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를 의심 속에 몰아 넣고, 정의의 심판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도 져야합니다.

전 보호 관찰관에게 브록이 감옥에서 썩길 바라지 않는다고 했지요. 그러나 저는 브록이 감옥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일 년도 안 되는 형량을 구치소에서 보내게 된다는 것은, 그가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모욕이고, 제가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한 모욕입니다. 저는 또한 보호 관찰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브록이 이해하는 거라고, 그의 잘못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안타깝게도, 피고의 진술서를 읽고나서, 저는 그가 진실된 반성을 하거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그 어떤 모습도 보지 못했습니다.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그가 재판을 청구할 권리를 전적으로 존중합니다, 하지만 12명의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그의 세 건의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술을 마셨다는 것 뿐이더군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람은 가벼운 선고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가 강간을 그저 방종했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주 모욕적인 행위입니다. 강간의 의미는, 방종의 부재, 동의의 부재이며 그가 이런 차이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주 염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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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6개월이라는 형량에 대한 항의는 단순한 분노가 아닌, 성에 대한 보수적이고 도착적인 감정이 아닌, 한 인간이 당연히 가져야 할 폭력으로부터의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의 중대한 침해였음을 마주하게 해주는 그 솔직한 진술은 그런 우려를 모두 불식시켰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에게 행해진 잔인한 폭력조차 용서하고 가해자와 자기 모두가 새로운 인생의 한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음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진 이였고, 그런 노력이 기나긴 재판으로 좌절되었을 때 그에 합당한 죄의 대가가 부과되지 않았음에 분노할만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호소력있는 편지는 강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지평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저 지금껏 쌓아올려온 강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수 많은 노력이 증명된 것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법 시스템의 한 부분이 이러한 흐름을 막아섰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편지에 감병받았고 조 바이든 부통령은 피해자의 이름을 알지도 못했지만, 그 편지가 자신의 영혼에 각인되었으며
이 편지는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누구나 읽어야 하는 글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뿐만 아니라 이 편지는 대중은 물론 많은 정치인들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재키 하원의원은 의회에서 이에 대한 자신의 강렬한 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공무원들은 이 장문의 편지를 차례로 읽는 영상을 유투브에 올리기 시작했고, 다음 주 의회에서는 그 편지 전문이 낭독될 예정입니다. 

매우 안타깝게도 정의는 법봉이 아니라 펜으로, 사법 시스템이 아니라 피해자가 쓴 호소력 있는 편지와 그에 따른 민중의 반응으로 집행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을 내린 판사는 피해자와 동문으로 스탠포드 대학에 다녔고, 판사를 향해서는 피해자의 부유한 아버지의 '고작 20분간의 실수였다.' 와 '그가 좋아하는 스테이크조차 잘 먹지 않는다.'는 동정적인 진술이 깃든 편지 뿐만 아니라, 연방 검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저명한 법조인이 쓴 '이 이상의 구류나 형량은 불필요하며 그를 캠퍼스 성폭행 사건의 경험자로서 강연을 하는 역할을 맡겨서 한 순간의 '실수'가 얼마나 인생을 망칠 수 있는지를 알리는 인식개선을 유도하자'라는 취지의 편지까지 갔었습니다. 저는 이게 순수하게 계급적 문제고 부유한 사람이 판결을 산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와 괴리된 생각을 가진 판사의 실수였다고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진실이 어찌되었던 간에 이런 배경은 그의 판결을 신뢰와 정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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