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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6/19 01:16:00
Name   Raute
Subject   [스포일러] 워크래프트 보고 왔습니다
원래는 헤비 와우저인 친구들과 7월 초쯤 보려고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워크래프트인데 한달은 너끈하지 않겠냐?'라는 헛된 생각을 해봤지만 현실은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타 지역에 사는 친구들과 일정 맞추기는 힘드니 부랴부랴 혼자 보고 왔습니다(친구들은 이미 본 상태였고 저랑 재관람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덕심이 무섭습니다). 인생을 와우에 바친 제 친구들과 달리 저는 워크래프트 1-2를 재밌게 하고 3은 유즈맵 위주, 와우는 1달 남짓 했던 터라 3차 대전쟁부터의 스토리는 잘 모르고 대부분의 설정을 위키 보고 알았습니다. 해서 복잡한 것까지는 모르겠고 워크래프트 캠페인을 중심으로 한 큰 줄기의 스토리만 알고 있고, 영화도 워크래프트1의 얘기를 다룬다고만 알고 있었죠. 제가 기대한 워크래프트 영화는 안두인 로서 vs 오그림 둠해머, 여기에 굴단과 메디브와 카드가를 끼얹고 스랄과 바리안의 아버지인 듀로탄-레인이 거들어주는 판타지 전쟁영화였습니다. 아 가로나가 하도 악평이 많길래 가로나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하긴 했네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까 이거 얼라이언스는 안두인-카드가 파티가 타락법사 메디브를 조지는 모험물이고 호드는 '그린지쟈쓰의 아버지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가?'라는 시대극이더군요. 그 와중에 최대한 많은 캐릭터와 설정을 녹여내고 싶어서 애쓴 것이 옆구리 터진 만두를 보는 듯 했고, 졸면서 작업한 듯한 편집과 동화를 보는 듯한 순진한 전개는 연달아 실소가 터져나오게 했습니다. 아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전후좌우 장난 아니던데요. 심지어 남자친구를 격한 주먹으로 응징하는 여성도 있었습니다. 하도 악평이 쏟아지길래 [이건 블리자드에게 바치는 헌금이요 크라우드펀딩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보긴 했습니다만 이 정도로 막장일 줄은 몰랐습니다. 전쟁닦이라고 해도 딱히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군요. 아, 얼마 전 '엑스맨 아포칼립스'로 예방주사 맞아두길 잘했어요. 그래도 종말닦이보단 나았거든요.

저는 '소스 코드'를 안 봤기 때문에 던컨 존스에 대한 기대감은 딱히 없었습니다. 그냥 무난한 판타지 전쟁물만 만들어줬으면 만족했을 거에요. 그게 워크래프트1의 스토리를 따라갔다면 더 좋았을테고요. 그런데 뭔 각색을 이리 해놓은 건지 제가 본 게 워크래프트인지 '아제로스:차원문 원정대'인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완성도도 허접하니 뭐 좋은 평을 해줄 수가 없네요. 전반적으로 러닝타임에 쫓기는 게 티가 났고, 극장판이 원본보다 40분 정도 잘린 거라던데 이럴 거면 가로나는 왜 그리 푸시해줬는지 모르겠고, 장면의 낭비가 너무 심해서 한심할 정도입니다. 소규모 액션신은 괜찮았지만 대규모 전투는 허접했으며, 캐릭터들은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졌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으며, 어려운 조건이긴 했지만 연기도 딱히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건질 만한 캐릭터는 레인 린과 듀로탄, 그리고 그리폰 뿐입니다. 그리폰 짱짱새.

인트로에서 'BLIZZARD'가 나올 때, 이 영화 끝나면 와우 정액을 지르게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지어 삼국지13 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와우하느라 날밤 까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까지 했습니다. 근데 영화관 나오니까 와우가 아니라 워크래프트 1-2가 하고 싶어지네요. 어휴 블리자드 내가 한 번은 더 속아주겠는데, 후속작도 이 따위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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