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7/26 16:54:53
Name   shadowtaki
Subject   [부산행] 한국에서 만들어진 헐리웃 공식 재난영화(스포 포함)
얼마 전 큰 기대를 안고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큰 기대는 감독에 대한 기대였을 수도 있고 여러 매체를 통해서 나오는 영화에 대한 평가였을 수도 있으며 예고편을 통해 알게된 영화의 컨셉에 호기심이 생겨서 였을 수도 있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좀비영화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였지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저의 영화에 대한 평가는 별점으로 주자면 5개 만점에 2개 입니다. 한국적인 영화를 기대했었는데 너무나 헐리웃스러운 영화에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영화라고 하면 이용주 감독의 2개 작품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불신지옥'과 '건축학개론'.두 영화와는 다르게  이 영화에서는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없습니다. 아, 유일하게 헐리웃과 다른 감정이 존재한다면 그 장면을 꼽을 수 있겠네요. '이랏샤이마세'

'부산행'이 지킨 헐리웃 공식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초등학생 이하 어린 아이들은 절대 죽지 않는다.(주인공 아이)
2. 임산부도 애가 유산되었으면 유산되었지 임산부 본인이 사망하지는 않는다.(정유미)
3. 너무 유능한 조력자는 죽는다.(마동석)
4. 직업사명감이 너무 투철해도 죽는다.(정석용-기장)
5. 커플은 죽는다. 자매품으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노부부는 죽는다. 자진해서 죽는 경우가 많다.(소희-최우식)
6. 절대 죽지 않는 캐릭터의 가족 중 한 명은 꼭 자기 희생을 한다.(공유)
7. 제일 꼴보기 싫은 캐릭터는 끈질기게 살아 남다가 막바지 가서 죽는다.(김의성)
8. 민폐를 끼치던 캐릭터는 중간에 절대 죽지 않는 캐릭터를 지켜주며 죽는다.(최귀하-노숙자)

정말 하나도 비켜가는 것 없이 모든 캐릭터가 예상대로 움직여주니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 영화의 캐릭터 모두 매력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좀비영화라는 장르영화로써 재미는 어땠을까 싶은데 이 영화는 좀비영화로써는 더 별로입니다. 감독의 의도는 폭력시위를 빗대는 비하 단어와 연계해서 사회적인 메세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 같은데 영화를 보면 그런거 하나도 없는 것을 알 수 있죠. 좀비영화들이 슬래셔 무비와 같은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강한 영화이지만 좀비발생이라는 위기상황을 해쳐가는 생존자를 통해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위기상황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부각시키고 이랏샤이마세로 감정적인 해소를 원했는지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조악하고 설득력이 없어서.. 한국 영화에서 보여지는 신파적인 요소도 굉장히 거슬리구요. 그냥 여러모로 피라냐에 쫒기다가 끝나는 영화 '피라냐'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피라냐는 19금이라 화끈하게 잔인하고 화끈하게 야하기라도 했지..
정말이지 이 영화는 유부남인 제가 애보고 있는 와이프에게 야근한다고 거짓말하고 극장가서 본 영화라 재미 있어야 하는 영화였는데 배신감이 정말 컸습니다. 차라리 한국판 '미스트'라도 만들지.. 한국판 '피라냐'라니.....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373 기타2분기에 본 애니메이션들 (데이터 주의?) 10 별비 16/07/28 4590 1
    3372 정치혐오를 정당화하는 자들에 대한 혐오감 56 데스꽁치 16/07/27 7845 18
    3370 창작[35주차] 고래 1 헤베 16/07/27 4050 0
    3369 창작[36주차] 피서지에서 생긴 일 1 얼그레이 16/07/27 4569 0
    3368 스포츠그 남자가 건넨 유니폼 10 Raute 16/07/27 5189 5
    3367 정치메갈리아는 정말 미러링을 표방하는 집단인가? 25 givemecake 16/07/27 6523 1
    3366 IT/컴퓨터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후기) 53 NULLPointer 16/07/27 23292 42
    3365 방송/연예7월 갤럽 예능 선호도순위와 코멘트 3 노드노드 16/07/27 6296 0
    3364 정치도모- 정의당 상. 하이쿠를 읊어라. 31 당근매니아 16/07/27 6474 2
    3363 창작[35주차] 리노 2 얼그레이 16/07/26 4475 0
    3362 기타이어지는 가입인사와 나 50 Moira 16/07/26 8256 5
    3361 영화(스포) 부산행 후기 4 Raute 16/07/26 3742 1
    3360 정치아렌트, 슈미트, 그리고 트럼프의 '국가' 정치학 9 커피최고 16/07/26 3967 3
    3359 일상/생각정의구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23 Darwin4078 16/07/26 3887 2
    3358 게임클래시로얄 전설을 달성했습니다 13 Anakin Skywalker 16/07/26 4520 0
    3357 문화/예술부산행 잡담 & 단상. 6 애패는 엄마 16/07/26 3836 0
    3356 IT/컴퓨터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18) 24 NULLPointer 16/07/26 17427 11
    3355 영화[부산행] 한국에서 만들어진 헐리웃 공식 재난영화(스포 포함) 18 shadowtaki 16/07/26 4511 0
    3354 일상/생각이럴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33 Darwin4078 16/07/26 6956 6
    3353 도서/문학삼국지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건 누구일까? 30 Raute 16/07/26 8525 0
    3352 기타[불판] 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51> 17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7/26 4216 0
    3351 IT/컴퓨터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17) 26 NULLPointer 16/07/26 16406 5
    3350 정치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299 Raute 16/07/25 9071 0
    3349 일상/생각트럭 운전하면서 몇가지 경험담 입니다 19 땅콩운전 16/07/25 3905 1
    3348 정치몰디브의 제4대 대통령 - 모하메드 나시드 2 까페레인 16/07/25 3405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