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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8/06 17:33:09 |
Name | SCV |
Subject | 알콜의 극과 극 |
카테고리를 뭐로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요리/음식으로 했습니다. 뭐 어쨌든 먹는거니까요. 저는 공인된 '알콜 장애인'입니다.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좀 거슬리실 수도 있겠지만.. 만약 술못먹는걸로 장애등급을 매긴다면 충분히 장애등급인 수준 + 모 차장님께서 붙여주신 고유명사(?)와도 같은 별명이라.. 글의 흐름을 위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아버님께서는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솟는 꼬마자동차 처럼 알콜냄새를 맡으면 술취해서 쓰러지시는 1급 알콜 섭취 장애를 가지고 계십니다. 덕분에 "술취해서 들어오시는 아버지 손에 들려있는 갖고싶던 장난감" 과 같은 어린이들의 로망과도 같은 시추에이션은 겪어본적이 없었고 자고있는데 술냄새 풍기는 아버지가 와서 수염 가득한 볼을 부비더라, 라는 헐리우드 뺨치도록 가족애 넘치는 장면도 못 겪어봤습니다만 어쨌든 술, 담배 때문에 집안이 더렵혀지지는 않아서 불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일로.... 후략) 저희 어머님께서는 마요네즈 듬뿍 뿌린 간장에 마른오징어를 가스렌지에 재빨리 구워 맥주 한 두 캔과 함께 고된 하루를 마감하시던 기개 넘치는 여장부셨습니다. 예전에 타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썼던 적이 있었는데 젊었을땐 이영자씨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포스를 가지셨고 또 그에 걸맞은 신체능력도 가지고 계셨었죠. 그런데 직업은 피아노학원.... 원장이셨지만. (심하게 안어울림....) 저희 친가에 돌아가신 제 할아버님과 살아계신 작은 할아버님께서는 술을 무척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근데 아버지 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알콜 분해력 (정확히는 아세트 알데히드 분해력이겠지만..) 을 가지고 계셨던지라 할아버님께서는 고등학생인 아버님을 남겨두고 간암+대장암 이단콤보로 세상을 떠나시고 작은할아버님께서는 다행히 간경화 직전에 술을 끊으셔서 아직은 살아계십니다. 그 밑에 당숙들도 역시 알콜과는 상극이라... 온 가족이 모여서 훈훈하게 술판을 벌리기는 커녕 제사때 음복한다고 한모금씩만 해도 알딸딸한 채로 진실게임이 펼쳐지는 ROI (비용대비효율) 넘치는 알콜 고효율 집안이었습니다. 반면 저희 외가는... 전주에서 한자리 하셨던 1,2외삼촌 (식구가 많아서 큰, 작은으로 감당이 안되어 순서로 붙여봅니다) 께서는 이미 뭐 그지역 전설이시고 미국에서 사업하시는 3외삼촌께서는 "양주는 킵해놓고 먹으면 맛이 없어."라고 하시며 병째로 비우고 조금도 취하지도 않고 집에 걸어들어가시는 분이고 (저는 예전에 미국 여행갔다가 3외삼촌이 주시는 양주 스트레이트를 기개넘치게 원샷했다가 그대로 기절해서 30분 뒤에 깨어났습니다.) 대학교 교수이신 4외삼촌..... 그집 막내딸래미랑 소시적에 캠프를 같이 다녔는데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게임을 하면 그녀석은 자기를 "캪틴큐" 라고 소개했습니다. 초딩때는 그 의미가 뭔질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서는 흠좀무..... 오죽하면 딸래미가 자기 콜네임/별명을 "캪틴큐" 라고 했겠습니까. 막내삼촌은.. 건설회사 술상무셨어요. 건설회사가 그쪽으로 유명한데, 대형 건설사인 xx건설에서도 전설로 불렸다고... 근데 음주 운전으로 면허 취소 세번 당한건 좀 심한거 같습니다. 다른 외삼촌분들은 그런 일은 없으셨는데. 쩝. 저희 어머니께서는 자기 오빠 동생들이 술을 잘 마셔도 자기는 술을 못마시겠거니, 하고 살면서 맥주나 홀짝홀짝 드셨는데 어느날 아버지와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시고 "에이 속상한데 나도 만취해서 꼬장이나 부려봐야지" 라는 생각에 집에 선물들어온 와인 (당연히 저희 집에 술선물이 오면 그냥 장식품이 됩니다...)을 하나씩 까서 드시기 시작하는데 취하지는 않고 배만 부르시더랍니다. 빨리 취하려고 공복에 안주도 없이 드셨는데. 그래서 관두셨다고. .... 그래서 어디까지 먹어야 취하나 테스트 하신다고 소주를 드셨는데 결국 실패하고 배불러서 그만두셨다고. 말 그대로 주량이 "없는" 집안입니다. 흠좀무. 근데 요즘은 환갑이 넘으셔서 소주 세 병 넘어가면 힘들어 (취하는게 아니고 몸이 힘들어) 라고 하시는걸 보고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물론 옆에서 아버지는 "난 늬엄마 술마실때 근처도 안간다. 나도 나이먹으니 냄새만 맡아도 취해서" (언제는 안취하셨나요 아버지) 라고 웃으시더라고요. .... 외가를 닮았으면 참 사회생활 하기 편했을텐데. 첫 회식 때 세 잔 먹고 뻗어버린 저를 보며 "장비인줄 알고 뽑았는데 저거 뭐 저래. 저 알콜 장애인 새끼 전배보내버려" 라고 일갈하시던 예전 상무님이 생각나서 한 번 써봤습니다. 상무님 소원이 제가 술먹고 망가져서 헛소리하고 춤추고 하는걸 보는거였는데 결국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었던거죠. 세 잔이 넘어가면 뻗어버리니... 저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어쩌겠습니까. 세 잔 까진 멀쩡 하다 세 잔만 넘으면 뻗는 이 몸을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흑흑 .. 아 이거 결말을 어떻게 내야 하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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