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15 05:57:01
Name   Ben사랑
Subject   중2병의 원인에 대해서 제 멋대로 고찰
저는 중2병을 '중2 정도의 나이의 청소년들이 겪는 자아도취감 및 그에 따른 허세' 정도로 정의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관련 나무위키 링크 : https://namu.wiki/w/%EC%A4%912%EB%B3%91
그런데 의외로 나무위키가 이런 데에 별 쓸만한 서술이 없네요.

제 멋대로, 제 경험대로 중2병의 원인에 대해서 제 멋대로 고찰해봤습니다.
당연히 의학적이라든지 과학적 근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습니다.(+동시에 '판단내리고 싶어하는 욕구'이기도 하죠.)
(..어쩌면 어떤 사람들에게만은 그냥 '많이 안다고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일뿐일수도..)
1. '이 세상'을 알고 싶고,
2.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알고 싶습니다.

마냥 어릴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어른들의 말씀을 무조건 따랐죠.
하지만, 머리가 커지고 자기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커지면서,
어른들이 "이건 당연히 이래야 하는 거야"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어른들은 "우리가 몇십년간 살아보니까, 세상은 이런 것이란다, 또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느낀단다"라고 가르치지만,
아이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에게 와닿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어른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나름대로의 진리를 찾으려 하고,
따라서 나름대로 1. 이 세상과 2. 이 세상 속의 나를 알기 위해서,
여러가지 자료를 모으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뭐 하여튼 여러 가지 방법론을 자기 혼자 만들어가겠죠.

그리고, 마침내 혼자 득도의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자기의 판단이 꽤 자신에게는 그럴듯하여, 굉장히 허접한 생각임에도 이 생각이 주체적인 나만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나 꽤 이성적-합리적인 어른들의 가이드를 받지 않는 한,)
자신이 모은 자료는 편협한 자료일 뿐이고(일베 애들은 이것들을 보고 fact라고 하죠 아마?),
자신이 접하는 사람들은 (사람 수만 많을 뿐이지) 그다지 다양하게, 또 깊게 사고하지 못하는 친구들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죠.

어쨌든 이런 경로를 통해서
1. 자신만이(혹은 자신을 포함한 소수만이) 이 세상에서 이런 특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2. (따라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에 따라) 이런 '내가 이런 대단한 사람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다른 이에게 알리고 싶게 됩니다.
3. 그래서 sns라든지, 인터넷 커뮤니티라든지, 혹은 오프라인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자아도취감에 따른 어떤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데,
4. 그런 주제에 정작 제대로 된 내공을 쌓지 못하고 그럴 듯한 말들의 조합만 상기remind할 수 있는 상태라, 결국 그 [말과 행동]이 허세가 되는 겁니다.









저의 경우,

1. 어른들이 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하는지 깨닫지 못했습니다.(->지금은 이해가 갑니다. 인간관계가 세상사는 데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성경의 내용을(그리고 목사님의 말씀을)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데, 거기에 동의하지 못했습니다.(->그래서 위경? 무슨 도마복음 같은 걸 몰래 서점에서 읽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예 종교를 믿지 않고요.)
3. 어떤 과학이론이 있고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침을 받지 못했습니다. 물리학의 체계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나마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텐데!(->고2 때 어떤 스타 인강 강사의 물리 강의를 듣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물리학이 왠지 아름답고 우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이공계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4.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침을 받지 못했습니다.(->스스로 역사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제 눈에 첫번째로 띈 교양역사책은, 이덕일씨(...)의 그것이었습니다. 만화책까지 따지자면, 윤승운씨의 '만화 삼국유사'(...)였습니다. 인터넷을 하기 전까지 국뽕과 환뽕과 각종 오개념들로 가득찬 역사의식을 갖고 있었죠.)
5. 정치에 대해서도 당연히..(->제 나름대로 연구(?)한 결과, 소위 '진보'측은 정의롭고, '보수'쪽은 변화를 싫어하는 기득권 세력이므로, '진보'가 되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 '진보'라는 녀석들도 자신이 기득권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패악질이 적을 뿐, 그 생각의 편협함과 단순함과 악랄함은 보수 못지 않더군요.)









결국 중2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상 당연한 일이며,
그래도 자신의 자녀가 중2병에 되도록 더 적게(..) 걸리게 하고 싶다면,
부모 스스로가 많은 건전한 지식-지혜를 쌓고, 자녀에게 나름 그럴듯한 '근거'를 대면서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들이 있으며, 어떤 지식이 있는지 그 체계를 나름 설명해주어야 하기도 하고요.
사실, "너가 생각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다양한 많은 것들을 직접적-간접적으로 겪어봐라. 세상은 너의 생각과 무관하게 흘러갈 때가 많으며, 또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정도만 제대로 일깨워줘도 성공이라고 봅니다.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합리적인 자세로 배우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많은 자료의 습득, 해석, 추론 및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가르침이 최우선이구요.(결론은 언어학, 수학, 철학이 짱이시다)








이상 별 대단치도 않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Ben사랑
    사실,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면 적어도 유치해보이지는 않죠..
    자기 멋대로 이 세상을 단순하게 판단하려고 하니까 허세로 보이는 거지.

    어른들도 이에 대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공감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아이한테 "내가 전엔 A로 생각해서 B라는 의견을 무시했는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어!"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이 부모vs자식의 대립관계였는데 부모가 자식을 이해/인정/동의 해주는 것이든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 그런 모습이 보여지던 간에.. 어른도 생각이 바뀌고 자라갈 수 있다고 볼수 있게되면 좋은 것 같아요. 그럼 자신의 의견을 허세나 어그로 끌면서 까지 내세우지 않아도 된다는걸 알게 되니까요.
    Ben사랑
    사실 자식들은 부모의 설교를 듣고 거기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말과 행동에 담긴 진정성을 보고 거기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 스스로가 항상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음.. 대체로 그럴듯합니다만, 꼭 득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건 아닐거 같습니다 ㅎㅎ
    Ben사랑
    ㅎㅎ 읽기 재밌으시라고 과장을 좀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님니리님님
    언수외가 이래서 중요하군요.
    Ben사랑
    사실 현대 언어학은 사회과학, 자연과학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기도 하니, 다 중요하죠!?
    중2병의 과정에대해 동의하나 그원인은 세상에대해 알고싶어하지만 제대로 가르쳐주는 어른이 없기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알아가는데 어른들의 도움따위 필요치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자신들이 모든걸 스스로 알고있고 알아갈수있을만큼 성숙하다 생각하지만 사실 성숙이랑은 거리가 멀죠.
    Ben사랑
    사실 그들은 제대로 된 합리적인 "근거"를 찾는 거라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부모 및 선생의 모습은,
    어떤 근본 원리나 논증방식, 그리고 대략적인 여러 모델만 가르쳐주고 학생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죠. 이것이 가장 학습에 자유도를 높게 부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학부모 스승의 모습은 맞습니다
    "그들"은 반항은 근거를 찾지않습니다 합리적이진 절대않고요.
    그들은 단지 자신들을 이해해주길 바랄뿐입니다.
    Ben사랑
    조금 더 보충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중2병이 부모님이 자녀를, 선생님이 학생을 덜 이해해주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인가요?
    제가 술먹고 사춘기아이들의 반항과 중2병을 혼동했네요 죄송합니다
    Ben사랑
    저는 착각을 하여 댓글을 단 적이 jsclub님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심지어 어떤 적은 옆동네에서 술먹고 키배를 실컷 벌였었는데, 다음날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보니까 제가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키배를 벌였었던 것이더군요.. 바로 사과했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789 철학/종교[강의록] 조선 유교이야기 23 기아트윈스 17/02/06 5716 9
    4480 철학/종교산타가 없다는 걸 언제쯤 아셨어요? 42 기아트윈스 16/12/30 5114 8
    4395 철학/종교국회의원 장제원 23 tannenbaum 16/12/16 5778 0
    3742 철학/종교다윗왕과 밧세바 이야기 구약 시대의 가장 큰 섹스 스캔들 16 기쁨평안 16/09/21 7084 8
    3642 철학/종교손오공과 프로도 배긴스 31 기아트윈스 16/09/04 6849 17
    3544 철학/종교주디 버틀러가 말하는 혐오언어의 해체 73 눈부심 16/08/21 8993 3
    3533 철학/종교분할뇌 문제와 테세우스의 배 패러독스 35 April_fool 16/08/18 6365 0
    3519 철학/종교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15 Ben사랑 16/08/15 7135 0
    3516 철학/종교중2병의 원인에 대해서 제 멋대로 고찰 13 Ben사랑 16/08/15 6600 0
    3389 철학/종교. 51 리틀미 16/07/29 7321 5
    3137 철학/종교제가 느낀 것 주절주절 7 전기공학도 16/06/27 6250 1
    2716 철학/종교개신교 저격 이단, 신천지 93 ArcanumToss 16/04/30 8180 3
    2573 철학/종교종교, 도덕적 결벽증의 저항 2 커피최고 16/04/08 6155 1
    2458 철학/종교진화론을 인정하는 창조론들 41 Toby 16/03/23 9512 0
    2307 철학/종교매너의 진화 9 눈부심 16/02/28 6711 7
    2043 철학/종교인류의 진보, 미래는 낙관적인가-하편 25 눈부심 16/01/17 7030 2
    2042 철학/종교인류의 진보, 미래는 낙관적인가-상편 10 눈부심 16/01/17 7869 2
    1889 철학/종교恥不脩 不恥見汙 5 삼공파일 15/12/30 8640 8
    1863 철학/종교<크리스마스 기념> 알기 쉬운 종교와 사회 이야기 8 삼공파일 15/12/24 7285 3
    1816 철학/종교[종교]나는 왜 기독교를 거부하게 되었나 33 ohmylove 15/12/19 8981 0
    1763 철학/종교과학의 역사로 읽어보는 형이상학의 구성과 해체 30 뤼야 15/12/13 8818 6
    1706 철학/종교5분으로 완성하는 현대 철학 족보 15 삼공파일 15/12/04 9644 0
    1705 철학/종교정신분석학 관련 읽으면 재밌는 글 8 삼공파일 15/12/04 9742 1
    1700 철학/종교무위자연에 대한 착각 4 커피최고 15/12/04 7249 1
    1585 철학/종교사사키 아타루 [야전과 영원]이 출간되었습니다. 21 뤼야 15/11/18 9599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