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20 13:46:55
Name   nickyo
Subject   (19금)엄청엄청 야한 BDSM 미드 '서브미션'을 보며


4화정도까지 봤어요.
이 드라마는 BDSM적 쾌락, 그 중에서도 여성의 쾌락에 대해 아주 강렬하게 조명해요. 포르노에 가깝다 싶을 정도고.. 가슴노출은 뭐 얼굴만큼 자주 나오는거같고 헤어누드도 아주 일상적이에요. 애무나 삽입등 성행위의 과정들도 매우 적나라하게 그려져요. 그야말로 성기노출 이외의 모든것이..

그것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한데, 내용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이거에요. 사실 스포주의인가 싶었는데 그럴만한 드라마는 아닌거같아서.. 그래도 내용 보는게 싫으신 분은 뒤로가기를 ㅠㅠ 시즌 1이 6화 24분 짜리들이라 금방보긴해요.



--------------------------------------------------------------------------------------------------------------------------------
주인공은 여자고, 극중의 성적 쾌락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해 나가는 주인공은 여자들이에요. 남자친구의 남성중심적 섹스(지루한 피스톤과 좋냐는 말의 반복)에 오르가즘을 못 느끼는 여자가 주인공이에요. 물론 그런 섹스가 싫거나 못느끼는건 아닌데, 그렇다고 오르가즘까지는 가질 수 없는 어떤 답답함, 그리고 남자가 자신의 섹스테크닉과 과거의 경험적으로 '내 섹스엔 문제가 없어'라고 여기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결국 떠나는 내용으로 시작해요.

이 여자는 친구집에서 살기 시작하는데, 친구 집에서 매우 개방적이고 쾌락과 욕망을 긍정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요. 이 여자가 읽는 책 'slave'라는 책과 성적 욕망의 답답함이 겹치면서 점점 스스로가 개방적으로 변해가는거에요. BDSM(이 용어를 정확히 몰랐는데 묶고 지배당하거나 지배하고 가학하고 피학하고 의 의미인거같아요) 욕망과 쾌락을 탐하게 되고 그게 '괜찮다'고 여겨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성적 긴장감이나 섹스에 눈 뜨게 되는거죠. 그 매개가 되는게 'slave'라는 책이구요.


근데 이 책에 대해 여성들끼리 '책 읽기 모임'같은걸 하는데, 드라마 내에서 백인 여성 두어명(꽤 지적인것처럼 드러나는)이 그런 얘길해요. 너는 그런게 어떻게 좋을 수 있냐, 이 소설(BDSM과 남성에게 본인의 주도권을 주는 피학적 쾌락 같은것)을 긍정할 수 있냐. 이건 여성이 주체적이지 않다. 너희는 잘 몰라서 그러거나 그래선 안되거나 블라블라.. 이를테면, 이런 성적인 행위들이 '남성중심적'이고 따라서 그건 여성억압적이라는 일종의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을 드러내요. 약간 메갈 내지는 워마드 스러운..

여기서 그 책을 좋아하고 처음 그 책을 소개했던, 쾌락과 욕망을 긍정하는(주인공이아닌) 인물들이 그런 얘길해요. 내려놓으면서 생기는 권력이 있고, 내가 그걸 즐기는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책 모임에선 페미니스트처럼 보여진 인물들을 약간 구태스럽고 촌스럽다는 식으로 묘사하더라고요.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그건데요. 남녀가 본질적으로 뭐 어떻다거나 지배/피지배의 쾌락이나 BDSM 류로 묘사되는 성적 긴장감등이 남성중심적이고 그런걸 받는존재가 여성이다 이런 멍청한 얘길 하려는건 아니구요. '주체성'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BDSM내에서 '주인님'의 명령을 받고(여기선 여성이 그렇게 되는) 성적인 긴장감 내에서 성적 행위나 체벌, 폭언, 혹은 그런 플레이들을 통해 주인님께 인정받는 욕구라거나,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의 가학적인 성애에 대해 신체적으론 고통을 느끼면서도 '지적인 인간' 에서 '짐승'처럼 본능에만 몸을 맡기고 쾌락을 탐닉하는 그 순간의 해방감 같은 것에 대해서 그 현상만을 보자면 여성을 억압하고 '그런식'으로 보여지는 것 자체가 여성에 대한 편견일수도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것이 실존하고 만약 정말 그렇게 느낀다면 그걸 '선택'하는 주체성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알아보니까 남자도 그런식으로 여성에게 '훈육'당하기도 하는 것 같지만. 여튼.


흥미로운건 그 드라마가 '미국'에서 만들어진 거잖아요? 저는 문화산업, 특히 대중문화는 그 사회의 창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회에서 필요로하고 원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어떤 것들이 드러나는.. 그래서 그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생각이 들었어요. '미국'도 여성의 성적 역할에 대해 어느정도의 미소지니가 있구나. 쾌락을 추구하기 어렵고 남성의존적 쾌락에 대해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인물과, 동시에 '내려놓는다'는 과정의 반대편에 있는 여성이 내려놓기 전의 모습 같은 것들이 하나의 인식으로 존재한다는 부분이.. 우리나라의 '요조숙녀'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묘하더라고요. 저 나라도 여성의 쾌락에 대해 약간 비밀스러운 부분이 어느정도 있다는 것과, 동시에 여성과 남성이 너무 평등하려 내지는 동등하려 하는 것들이 어떤 순간에는 섹시하지 않다는 공감까지 있다는게 흥미로웠죠.


BDSM의 대 원칙은 그거래요. 롤 플레이라는 점. 그러니까 어떤 순간에는 서로의 의사가 명확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는거에요. 그래서 이건 여성을 억압하고 여성이 피학적인 쾌락을 탐하는것처럼, 그리고 그게 마치 진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게 위험하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런 쾌락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주체적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면에서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주체성의 범위는 어떻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포르노보다는 확실히 나은 것 같아요.


재밌던 부분이 떠오르네요. 그 페니스는 신이 조각해준 거야. 길이도, 굵기도 완벽하지. 너도 완전히 맘에 들어할걸. 그건 여자를 위해 빚어둔 거야.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신이 조각했다는 평을 듣는 페니스를 가진 사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에는 여성의 나체보다 그 남자의 나체가 궁금해지더군요 ㅋㅋ.


모든 사람의 성적인 성애는 제각각일거에요. BDSM 역시 일반적으로 모두에게 적용되는 성적인 긴장감이나 쾌락은 아니겠죠. 사람마다 원하는 섹스도 다를테고요. 하지만 분명한건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상대의 쾌락에 집중해보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온전히 직시하는게 중요하겠죠. 근데 내가 표현하는 순간 흥미가 떨어지는 성애라면 참 힘들거 같아요. 내가 말하는 순간 진짜가 아니게 되어버리는 판타지들.. BDSM이 그런거겠죠. 눈치껏 알아채고 이끌어내는게 고수의 조건일까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어떤 섹스 토크 같은 유투브에서 얼굴을 가린 여성들의 자기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요. 졸라 잘생긴 남자도, 페니스가 돌기둥같은 남자도, 운동선수도, 이걸 다 만족하는 사람도 만나봤는데, '겸손한 사람'이 제일 실패할 확률이 적다나요. 자기의 스킬에 자신감만 가득한 사람들에 대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라고요. 아마 사람마다 원하는 성적인 자극과 긴장감이 다를테고(물론 공통적인 부분이 크겠지만서도) 그런면에서 자기의 욕망을 직시하지 않아주고 자신만의 인식에 심취한 사람과의 섹스는 즐겁기 어렵다는 거겠죠. 이건 아마 남자든 여자든 그럴거 같아요. 그러니 너무 우쭐하면 되려 망친다는 것.. 이런건 동서양을 통틀어 공통적인 경험인가봐요. 미드 서브미션의 시작도 그 부분부터 시작된거니까요.


미국에서는 여성들의 공감을 꽤 높게산 드라마라는 평이 있는데 제가 미국 커뮤니티에서 본 건 아니라 확실하진 않을거같아요.
여튼 재밌어요. 영상도 쩔고..
어린이들은 글쎄요
여성들이 다 그런거야 같은 생각으로 볼거면 보지 말고
성적인 욕망, 쾌락과 직시하고 그걸 파트너와 어떻게 소통하는 건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본다면 뭐 19금좀 어기고 봐도 좋은 영상이 될 거라 생각해요.
대신 방문은 꼭 닫고..


어른들은 한번쯤 보면 매우 즐겁습니다. 유부에게 즐거울지는 잘..:P
이만 줄일게요. 섹시한 주말 보내세요. 음흐흐.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63 음악아마도 역사상 가장 비싼? 뮤직비디오 4 커피최고 16/08/23 3439 1
    3562 스포츠 [WWE/스포] 제리코와 레스너 백스테이지에서 싸우다. 2 피아니시모 16/08/23 3813 0
    3561 일상/생각타임라인이 생긴지 80일이 지났습니다. 40 Toby 16/08/23 4504 2
    3560 음악행복한 사랑... 행복한 사람... 12 새의선물 16/08/23 5037 2
    3559 꿀팁/강좌전 이성친구 행동양식 가이드 (feat. Swiftian offering) 73 elanor 16/08/23 6998 4
    3558 방송/연예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컬렉션 2 Ben사랑 16/08/23 5551 0
    3557 일상/생각온수가 나오는구만, 수고했네 5 성의준 16/08/23 3827 3
    3556 역사나치의 만행 : 자동차 배기가스 학살 6 Toby 16/08/22 5056 0
    3555 스포츠[WWE] 이번 섬머슬램을 보기가 두렵네요..-_-aa 1 피아니시모 16/08/22 3249 0
    3554 스포츠[축구]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월 경기의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8 별비 16/08/22 3629 0
    3553 기타[불판] 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55> 49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8/22 4820 0
    3552 음악노래나 몇 개... 4 새의선물 16/08/22 3689 0
    3551 꿀팁/강좌2016년 8월 우체국 알뜰폰 요금제 6 Toby 16/08/22 7830 0
    3550 스포츠리우올림픽의 한 풍경 20 눈부심 16/08/22 4454 0
    3549 게임[Don't Starve] 어드벤쳐 연재 #1-1 겨울의 왕 #2-3 5 Xayide 16/08/22 4661 2
    3548 게임[Don't Starve] 어드벤쳐 연재 #1-1 겨울의 왕 #2-2 Xayide 16/08/22 6501 2
    3547 게임[Don't Starve] 어드벤쳐 연재 #1-1 겨울의 왕 #2-1 Xayide 16/08/22 4881 3
    3546 영화영감의 순간 5 Beer Inside 16/08/21 4085 2
    3545 기타[WWE]로만 레인즈는 정말로 흥행성이 없는 선수인가? 3 피아니시모 16/08/21 4153 0
    3544 철학/종교주디 버틀러가 말하는 혐오언어의 해체 73 눈부심 16/08/21 8759 3
    3543 역사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는 프로파간다 - 나폴레옹 6 모모스 16/08/20 7013 2
    3542 일상/생각(19금)엄청엄청 야한 BDSM 미드 '서브미션'을 보며 14 nickyo 16/08/20 16850 0
    3541 스포츠[8.19]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김현수 1타점 적시타) 김치찌개 16/08/20 3425 0
    3540 기타유게에 올라왔던 만화를 보고 47 리틀미 16/08/20 8085 0
    3538 영화보다 나는 국산 아니메. <카이 : 거울 호수의 전설> 2 맷코발스키 16/08/20 5353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