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9/01 01:12:09
Name   님니리님님
Subject   위안부,드라마,공감
1. 위안부 기사
오늘도 띵가띵가 놀며 타임라인을 훑고 있었는데, 모 유저께서 위안부 관련 기사를 올려주셨더라.
물론, 읽진 않았습니다. 속 터지는 내용이 뻔할테니. 제목 만으로도 위안부 관련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10억엔을 받았습니다. 살아계신 분에겐 1억, 돌아가셨으면 가족에 2천만원, 요즘 세상에 누가 일시불로 꽂아주나 나눠서 입금해 드리께,
10억엔을 환전해서 나오는 약 100억원의 적립분에서 나오는 이자는 누구꺼?'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거리로 나가야 조금이나마 인생의 한을 덜어내실 수 있는 할머니들.
이를 보며 생기는 감정 하나는 연민, 나머지는 정부에 대한 분노.
화는 참으면 병이 되니 어디 한번 꺼내보겠습니다.  

2. KBS 드라마 '일월'

어린 시절에 대하드라마가 많이 있었다. 모래시계나 여명의 눈동자 같은 대작이야 홍차넷 아재들 한창때 감탄하며 보셨을테지만,
저야 워낙에 꼬꼬마 시절이라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재성이던가, 뱀 뜯어먹는거랑 하희라랑 철조망에서 키스하는 장면 등등
자극적인 것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여명의 눈동자 검색하니 하희라도 위안부 역할이었네요;; 전혀 몰랐습니다.)
좋아하진 않았던거 같은데도,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여러 드라마를 봤던거 같은데 가장 뇌리에 깊이 박힌 작품은 '일월'입니다.

'일월'은 한 일제치하에서부터 해방, 한국전쟁까지 한 자매의 고된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것도 꽤 대작인거 같은데 의외로 리뷰가 없더라고요.)
자매의 수난은 일제치하에서 시작됩니다. 여동생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일제 경찰에게 강간시도를 당합니다. 완강히 저항하죠.
저항하는 와중에 손에 돌이 잡힙니다. 바로 경찰의 머리에 찍어버립니다. 즉사했습니다. 당연히, 살인사건으로 여동생 경찰에 잡혀갑니다.
우리나라도 흔히,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현장검증하죠. 범인 데리고 현장에 데려가서 어떤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동선을 보여줍니다.
일제 경찰도 그거 합니다. 사람들 몰린 곳에서, 다시 강간시도 합니다. 미친거죠. 사람들 다 보는 곳에서...또 울면서 저항합니다.
또 돌이 잡힙니다. 바로 경찰의 머리에 찍어버립니다. 또 즉사했습니다. 그 후, 모진 고초를 겪게 됩니다.

그 후, 어찌어찌 언니까지 얽혀서 자매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갑니다. 전 여기서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장면 이후, 전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대접을 받게 되는지 이보다 생생한 묘사를 보지 못했습니다.
고시원 만큼 사람이 간신히 몸을 뉘울 수 있는 좁은 공간, 그 공간이 좌우로 주욱 늘어서있습니다.
마치 화장실과도 같습니다. 방안에는 여성들이 얼굴에 피멍이 든채 누워있습니다. 몸에 걸친 흰소복에는 핏자국이 군데군데 묻어있습니다.
일본군복을 입은 남성이 엉거주춤 허리춤을 추스르며 밖으로 나갑니다. 밖에는 일본군이 줄 서있습니다.
그 일본군들은 아마도 하나같이 전부 성욕에 미쳐있었겠죠. 강간 조차도 아닌 배설, 전 일본군의 만행하면 당장 이 장면이 떠오릅니다.
십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말이죠.

3. 공 감
물론, 그 드라마는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상처를 이해하는 기준이 될 수는 있습니다.
요즘 기준으로 하드코어한 묘사는 아닐지라도, 우리가 그 아픔을 기억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들에게 있었을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지금껏 위안부가 어떤 고난을 당했는지 묘사하는 일은 별로 없었던거 같습니다.
또 이야기 하는 사람도 없었던거 같습니다. 사실 이야기 할 일 없는게 현실이기도 하고요.
누가 밥 먹는데, 커피마시는데, 술마시는데, '야 위안부가 어떤 일 당했는 줄 아냐?' 이런 얘기 꺼내겠습니까.
다만, 작금의 현실을 기반으로 그 아픔을 기억하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족말고요.
요즘에 이런 일만 있으면 일단 선전선동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그런거 말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아프셨을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사람을 먼저 헤아려보는거 말입니다.

똑똑하신 분들 정말 많죠. 비루한 공부 밖에 못하는 제 머리로 청와대가 얼마나 나쁜지 정말 쉽게 이해 잘시켜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십니다.
그런거 말고, 머리로 하는거 말고,
위안부 협상한다고 했을때 가지셨던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 사라져버렸을때의 그 아픔을 알아보는게 우선이 아닐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방구석 백수라 여러가지는 못하는게 아쉽긴 하지만, 이런 마음이라도 드라마를 대신해서, 역사공부를 대신해서 멀리멀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면, 좋은 하루들 보내세요.

PS. 위안부 관련해서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투의 말씀하시는 높으신 분들...정말 사람 아니신거 같습니다.
진짜 등에 지퍼 달려있고, 그 안에 뭔가 다른게 있는게 아닐까요?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5877 1
    16047 게임드퀘7의 빠찡코와 코스피 1 + 알료사 26/03/01 192 3
    16046 경제삼성을 생각한다. 1 알료사 26/02/28 515 0
    16045 일상/생각헌혈 100회 완 18 하트필드 26/02/28 405 35
    16044 역사역사의 수레바퀴 앞에 선 개인의 양심. 2 joel 26/02/28 596 19
    16043 정치4월 미중정상회담, '거래적 해빙'의 제도화 열까? 1 K-이안 브레머 26/02/27 320 0
    16042 도서/문학축약어와 일본/미국 만화 경향에 관한 잡소리 2 당근매니아 26/02/27 306 2
    16041 일상/생각AI의 충격파가 모두를 덮치기 전에. 8 SCV 26/02/27 661 16
    16040 사회교통체계로 보는 경로의존성 - 비공식 교통수단 통제의 어려움 3 루루얍 26/02/26 592 7
    16039 일상/생각27일 새벽 쿠팡 실적발표날입니다. 2 활활태워라 26/02/26 563 0
    16038 일상/생각우리집 삐삐 6 VioLet 26/02/25 469 7
    16037 창작회귀 7 fafa 26/02/25 356 2
    16036 일상/생각최근 AI발전을 보면서 드는 불안감 15 멜로 26/02/25 992 0
    16035 창작AI 괴롭혀서 만든 쌍안경 시뮬레이터 11 camy 26/02/25 578 5
    16034 IT/컴퓨터게임업계 현업자 실무자 티타임 스터디 모집합니다.claude.ai,antigravity,vibecoding 4 mathematicgirl 26/02/25 340 2
    16033 경제지능의 희소성이 흔들릴 때 3 다마고 26/02/24 665 6
    16032 영화단평 - <어쩔수가없다> 등 영화 5편 2 당근매니아 26/02/24 496 0
    16031 일상/생각문득 이런게 삶의 재미가 아닌가 싶네요. 6 큐리스 26/02/23 849 13
    16030 게임Google Gemini Canvas로 그냥 막 만든 것들 1 mathematicgirl 26/02/23 608 0
    16029 게임붉은사막은 궁극의 판타지여야 합니다. 4 닭장군 26/02/22 605 0
    16028 사회요즘 논란인 전기차 충전기 사업 1 DogSound-_-* 26/02/22 691 1
    16026 일상/생각나르시스트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한 소고 4 레이미드 26/02/21 754 0
    16025 스포츠[MLB] 저스틴 벌랜더 1년 13M 디트로이트행 김치찌개 26/02/21 294 0
    16024 스포츠[MLB] 스가노 도모유키 1년 콜로라도행 김치찌개 26/02/21 227 0
    16023 정치윤석열 무기징역: 드물게 정상 범위의 일을 하다 20 명동의밤 26/02/20 1078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