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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9/14 11:14:58
Name   눈부심
Subject   어떤 밈
http://www.theatlantic.com/politics/archive/2016/09/its-not-easy-being-green/499892/?utm_source=atlgp

밈이라고 하면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어떤 것인데 보통 너도 나도 사용하는 짤방일 수도 있고 어떤 표현일 수도 있을 거예요. 오늘 힐러리의 민주당 선거 캠페인진영의 홈페이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진영이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Pepe the Frog라는 인터넷 밈을 우리가 터부시해야할 백인우월주의의 표상이라고 공식선언을 했죠. 이 사이트에 들어가려면 팝업창에서 "Donald Trump is temperamentally unfit for the presidency(도널드 트럼프의 성품은 대통령으로서 자격미달이다)."라는 문장에 동의를 해야 해요.  

Pepe the Frog는 이렇게 생겼어요. 일명 거만떠는 듯한 smug face

원래 이 개구리캐릭터는 아티스트 맷 퍼리가 2005년에 처음으로 창작해낸 거였어요. 백인우월주의와 아무 상관없이 때로 야시꾸리하긴 했지만 대체로 양호한 캐릭터였죠. 온라인에서 특별히 유명하게 퍼진 건 아니고 그냥 여기 저기 팝스타들이나 십대들이 간간이 시시껄렁한 밈으로 써먹곤 하던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요즘 이 캐릭터가 일명 smug face라고 해서 잘난 척 씩 웃는 듯한 살짝 거만한 표정을 한 그림이 나찌 개구리 아바타로서 종종 등장을 하고 있어요. 주로 인종혐오적 반유대인멘트가 인터넷에 돌 때 따라다니는 이미지예요.

최근에 힐러리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은 ‘통탄할 집단’이라는 멘트를 날리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는데 트럼프의 아들이 힐러리를 비웃듯 아래와 같은 밈을 만들어 트윗을 날리면서 개구리캐릭터가 더욱 백인우월주의를 대표하게 된 거예요.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는 말을 많이 들으니까요.


기자가 캐릭터의 창작자인 맷 퍼리를 만나서 심경이 어떤지 물어봤어요. 맷에 의하면 저 개구리캐릭터는 자신의 창작물인 < Boy's Club > 이라는 만화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캐릭터 중 한 명이에요. 초기에는 친구나 지인들과 돌려보는 잡지에나 나오는 수준이었죠. 이 개구리 캐릭터에게 세 명의 룸메이트가 있는데 개, 곰, 이리가 걔네들이에요. 이들은 모여서 장난 치고 피자를 먹고 파티나 하러 다니는 우리네 보통의 20대 젊은이들이에요. 개구리 Pepe이 바지를 발목에까지 쭉 내려 소변을 보는 이미지가 만화에 있었는데 친구가 '넌 소변볼 때 바지를 발끝까지 다 내리고 눈대며?' 물으면 'Feels good man~' 이러는 정말 시덥잖은 장면이 유행을 타면서 '너 기말고사 봤다며?'하면 'Feels good man~'이라는 멘트와 함께 개구리 Pepe의 이미지가 밈으로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비디오영상이 만들어지거나 하는 방법으로 퍼지기 시작했어요.

이 개구리 캐릭터로 인해 여기 저기로부터 찔끔찔끔 수입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캐릭터 Pepe을 이용해 공식적으로 의류생산라인을 런칭한 건 아주 최근의 일이에요. 캐릭터 Pepe이 온라인 상에서는 다양한 이미지로 유행했는데 이런 저런 이미지로 인해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냐고 기자가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대답해요. 지금까지의 일련의 현상들이 오히려 맷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고 이런 시끌벅적함이 자랑스럽다고 말을 해요. 극우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점에 대해서 어떠냐고 물으니 그 점에 대해서도 기분이 상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는군요. 이 Pepe이라는 캐릭터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돌아다닌 게 이번 일이 처음은 아니고 아주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벼라별 유행을 타고 돌아다닌다고 말을 하죠. 나찌를 연상시키는 유행에 대해서도 동요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변화를 거듭하는 과정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요. 물론 현재 돌아다니고 있는 정치적인 이미지는 자신의 의도에 역행하는 거지만 자신이 세상에 내어놓은 캐릭터를  대중이 마음대로 전유하고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내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란 말을 해요. 고작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 뿐인 젊은 개구리캐릭터가 대중에 의해 나쁜 녀석이 됐다가 슬픈 녀석이 됐다가 하는 변화무쌍함을 목도하면서요.

힐러리가 Pepe에 대해 단언한 내용을 읽었냐고 물었죠. 맷은 그것도 재미있었다고 대답을 해요. 실은 자기는 아이들이나 십대들한테서 이멜을 많이 받는대요. 개구리캐릭터를 사용하고 싶은데 허락을 구해도 되냐는 내용이죠. 힐러리는 정치적으로 Pepe을 백인우월주의의 표상이라고 선언했지만 많은 아이들과 십대들은 오로지 자신들만의 재미와 목적을 가지고 그 개구리캐릭터에 다른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중인 거예요. Pepe의 이미지를 제어할 수 없는 작금의 현상이 후회되진 않냐고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죠. 이 아티스트의 태평스런 인식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예술을 하는 사람 특유의 자유로운 사고가 아닌가 해요.  

P.S. 아 그런데 대중이 어떤 캐릭터를 전유했다가 금전적으로 크게 손해보는 경우도 있어요. 온라인 보험회사인 Esurance의 원래 로고는 가슴이 탱글탱글하고 몸매도 찰져서 사람의 이목을 순식간에 잡아끄는 이런 캐릭터였죠. 사람들이 이 캐릭터를 가지고 온갖 포르노이미지를 생산해내자 로고주인공 Erin Esurance는 보험회사로고가 아닌 포르노스타로서 더 강렬하게 사람들 사이에 각인되는 바람에 회사측에서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Image result for erin esurance
 

https://priceonomics.com/how-esurance-lost-its-mascot-to-the-in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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