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9/28 06:45:50
Name   이젠늙었어
Subject   사피엔스 - 농업혁명 - 역설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떠돌던 사피엔스는 계절에 따라서 이것 저것 야생 곡물이나 뿌리를 채취했습니다. 특히 야생 밀 같은 것은 채질과 절구질을 위해 한군데 모아놓았을 겁니다. 이런 야생 밀은 아주 작기 때문에 여러 낱알이 버려졌겠죠.

다음해 같은 캠핑장에 돌아온 사피엔스는 이전에 야생 곡식을 모아놓았던 장소에 먹음직한 야생 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걸 목격합니다. 이게 왠 떡이냐 하며 쉽게 밀 군락지에서 채집을 했겠죠. 이게 매년 되풀이되자 어떤 바보같은 사피엔스 개체 하나가 불질러 버린 공터에 야생 밀 씨앗 몇 주먹을 뿌리고 갑니다.

힘겹게 다른 경쟁자 풀이나 나무와 같이 영양분과 햇볕을 다투어야 했던 야생 밀에겐 천혜의 환경입니다. 경쟁이 없는 환경에서 밀은 더욱 크고 많은 종자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는 다음해 다시 같은 장소를 찾은 사피엔스에게 큰 선물이 됩니다. 다른 사냥감과 달리 이런 곡물은 장기 저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무겁습니다. 어느 해, 많은 수확을 한 사피엔스 무리는 잉여 곡물을 가지고 움직이기가 싫어졌습니다. 이제 점차 농사에 전념하고자 이동생활을 포기하는 무리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농업혁명의 시작입니다.

이제 인류는 지구 곳곳에서 밀, 쌀,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합니다. 인류는 이들 작물을 길들이는데 성공했죠. 작물들은 결실을 맺어 인간에게 봉사합니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일단의 사피엔스 무리는 밀을 키우기 위해 화전을 일구고 잡초를 뽑아냅니다. 밀은 다른 식물과 같이 살기가 싫기 때문이죠. 밀은 땅을 부드럽게 갈아주면 더 잘 자랍니다. 인간은 밀을 위해 땅을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비가 오랜 기간 오지 않던 어느 뜨거운 여름날, 밀이 바짝 말라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기꺼이 밀을 위해 근처 연못에서 물을 길러 옵니다. 혹은 대규모 공사를 통해 수로를 만들기도 합니다. 오로지 밀을 잘 기르기 위해서...

인간은 밀을 위해 뼈빠지게 고된 노동을 합니다. 밀은 인간을 길들였습니다. 벼, 옥수수, 감자, 콩 등의 식물은 인간을 길들였습니다. 유전자 입장에서 가장 큰 성공은 이런 곡물들입니다. 한때 초원이나 숲에서 다른 식물들과 태양빛과 세력을 다투던 이런 식물들은 인간에 의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유전자가 됩니다. 인간이 존속하는 한 이들 작물이 멸종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농업혁명에 의해서 사피엔스의 인구폭발이 일어났습니다만 밀이나 쌀에 비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농업혁명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밀, 벼, 옥수수인 것입니다.

어쩐지 밥보다 고기가 좋더라니... 사피엔스에 대해선 더 이상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스포일러인것 같아서...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275 오프모임부산벙?! 30 이희곤 21/11/15 3743 0
    3787 역사사피엔스 - 농업혁명 - 역설 2 이젠늙었어 16/09/28 5173 0
    3781 역사사피엔스 - 농업혁명 - 함정 5 이젠늙었어 16/09/27 6712 6
    3780 역사사피엔스 - 인식혁명 31 이젠늙었어 16/09/27 6090 7
    3500 일상/생각이 모든 기억이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12 이젠늙었어 16/08/12 4846 8
    3493 일상/생각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술사기 16 이젠늙었어 16/08/11 7211 7
    3487 일상/생각미국과 캐나다의 자동차 문화충격 9 이젠늙었어 16/08/10 8801 2
    3465 기타모든것의 시작 4 이젠늙었어 16/08/07 4521 1
    2282 일상/생각(혐, 자랑, 뱀꼬리 주의) 담배 <3> 6 이젠늙었어 16/02/24 4262 3
    2265 일상/생각담배 <2.9375> 5 이젠늙었어 16/02/20 4808 5
    2243 일상/생각(혐 주의) 담배 <2.875> 8 이젠늙었어 16/02/17 4280 7
    2226 의료/건강약타러 갔다가 느닷없이 쓸개 떼인 이야기 15 이젠늙었어 16/02/15 5794 6
    2212 일상/생각담배 <2.75> 6 이젠늙었어 16/02/13 3728 3
    2194 일상/생각(19금) 담배 <2.5> 9 이젠늙었어 16/02/10 4352 1
    2188 일상/생각담배 <2> 3 이젠늙었어 16/02/08 3658 0
    2186 일상/생각담배 <1> 5 이젠늙었어 16/02/07 4015 1
    2166 의료/건강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진짜 좋은걸까? 51 이젠늙었어 16/02/03 6669 3
    2089 기타동갑네기 부부가 10년간 자전거타고 세계일주중 7 이젠늙었어 16/01/22 4412 0
    2954 여행인도, 진짜 매력적인 여행지 11 이젠늙었어 16/06/06 6335 5
    1453 의료/건강배아파서 응급실간 이야기 in Calgary, Alberta, Canada 19 이젠늙었어 15/11/04 12718 0
    558 정치캐나다 영주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15 이젠늙었어 15/07/10 9831 1
    513 요리/음식저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한국음식 중에선... 14 이젠늙었어 15/07/05 8952 0
    494 정치캐나다에서 한국인 이민자가 받는 큰 혜택 두 가지 21 이젠늙었어 15/07/02 8505 1
    319 기타44년만에 정권교체한 이야기 - 정치얘기 주의 8 이젠늙었어 15/06/13 6865 0
    327 기타연장자 공포증 12 이젠늙었어 15/06/14 7701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