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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8/07 14:25:22
Name   이젠늙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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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모든것의 시작




며칠전에 아내와 캠핑중의 일입니다. 근처 리커샾에서 남아공산 싸구려 화이트와인 하나 사서 나눠마시고 알딸딸한 상태였습니다. 갑자기 와인 레이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름다운 곡선의 누드 여성이 크게 그려져 있으니 저같은 술취한 늙은 수컷의 시선이 자연히 거기에 집중되는건 당연지사였죠.

고혹적인 여성 누드에서 시선을 거두고 자세히 주변을 살폈습니다. 벌거벗은 여자가 있고, 그 뒤에 뱀이 있고, 뭔가 기력없는 남자가 등돌리고 있고, 심상치않은 나무가 있고, 그리고 여자가 들고 있는건 유일한 컬러인 빨간 사과입니다. 오호라,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입니다. 인류의 최초의 원죄가 저질러지고 있는 순간이군요.

이브의 표정이 너무 좋습니다. 이미 선악과를 배어 물고 조물주가 금지한 지혜를 깨달은 순간입니다. 자신의 육체를 이룬 갈비뼈를 제공한 아담에게 선악과를 권했지만 일차 거절을 당한것 같습니다. 이 한심한 중생을 어떻하지? 하는 표정이네요. 아담은 자신은 도저히 상상조차 못한 행위를 한 이브에게 놀람과 동시에 갑자기 변해버린 그녀에게 잔뜩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이 후의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는 선악과 지혜를 얻었지만 신의 노여움속에 원죄를 지었죠. 그리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습니다. 인간은 그 후에 생노병사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브만 아니었다면 인간은 그냥 아담과 이브만이 텔레토비 동산의 보라돌이와 나나처럼 하하호호 지금껏 살고 있었을지도요.

개인적으로는 그림속의 이브할머니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종교적인 가치판단이야 어찌 되었건 이제 막 인류의 대장정이 시작된거죠. 그야말로 Inception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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