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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9/29 01:22:28 |
Name | 피아니시모 |
Subject | 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4) |
8. 일이 있고 난 뒤 시간이 지나 차츰 그때의 충격은 가시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는 문제는 내 나이에 있었다 그때 내 나이는 초6~중1로 넘어가던 시점이었다. 슬슬 사춘기가 올까말까하던 그 시기였고 마침 내 공부에 대해 고모가 개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와 고모의 관계는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문제는 초등학생이었던 시절부터 그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가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퐉 터졌는데 나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고모는 니가 하는 거 다 어른들이 겪은거라면서 어떻게든 내게 개입하려고 했다 그렇게 충돌이 심화되는 와중에 견디지 못한 나는 시험기간동안 집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공부방으로 향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나와 고모의 말다툼을 어머니가 보게 되고 어머니가 중재하면서 나에겐 고모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면서 크게 혼을 냈고 고모에게 역시 더 이상 내 공부에 관여하지말아달라고 하였다 그렇게 한동안 나와 고모사이는 크게 안좋아지게 된다. (다만 고모는 그 이후 뒤끝으로 나에게 니가 내 아들이었으면 너네 어머니처럼 그렇게 안하고 넌 죽었어라면서 온갖 성질을 한동안 부렸으나 나는 그냥 듣는척도 안했었다.) 그렇게 사이가 나빠지긴 했으나 얼마 안 가 곧 고모와는 화해를 하였다. 고모는 그때의 일과는 별개로 여전히 나에게 잘대해주었으며 나 역시 공부와 관련된 일만 아니면 고모와의 관계가 나빠질 일은 없었다. 아 하나 더 있다면 내가 굳이 종교와 관련된 일로 어그로만 끌지 않는다면 말이다. (당연하지만 난 초등학생때 이미 고모에게 종교와 관련해서 말 잘못했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었기때문에 종교 특히 하느님이나 예수님과 관련된 얘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물론 사춘기는 어디 안가서 고모와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선을 지키는 한해서였고 선을 넘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건 고모 역시 마찬가지여서 고모는 고모대로 고모로써 선을 넘는 말은 (위의 저 말은 제외하면) 하지 않았다. 내 질풍노도의 사춘기(..)만 뺴면 별다른 문제가 없던 와중에 다시 한번 고모는 정신적으로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9. 어느때처럼 나는 학교 및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나는 친구들과 함께 동네에서 놀기로 했었다. 나는 먼저 학원이 끝난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동행해서 다른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었고 그렇게 집에 도착했다. 문제는 그 날 고모가 또 다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고모는 그때처럼 머리가 산발이 되어있었고 딱 봐도 피부상태가 다시 안좋아지고 있었다. 고모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내게 돈을 쥐어주며 얼른 나가서 놀다오라며 나를 거의 내쫓듯이 부추겼고 그 광경을 친구는 모두 보고 있었다. 안그래도 사춘기였던 내 입장에선 친구에게 이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꼬 실제로 친구 역시 너희 고모 왜 그러셔?라고 물어봤는데 나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하였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 친구는 그런 일들을 말하고 다니는 성격은 또 아니였기때문에 그 뒤의 별 말은 없었지만 당시의 정말 철없는 나는 그저 그 일들이 부끄럽기만 할 뿐이었다. 한가지 다행이었다면 이미 한번 겪었던 일이기도 하고 고모 역시 그떄의 모습을 내게 더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기도 했었기때문인지 별 일 없이 지나가게 되었다. 이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계속해서 고모의 상태를 신경쓰고 있었고 다만 이걸 집안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였기때문에 꾸준히 병원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지만 고모의 고집이 워낙 강한데다 종교적으로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던 고모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병원얘기는 더 꺼내지도 못하게 되었다. 좀 더 나중에 고모가 직접 어머니에게 헀던 얘길 대충 적어보자면 고모가 그렇게 정신적으로 힘들떄마다 생기는 (정확히는 고모의 눈에 보이는) 현상중 하나가 있다고 한다. 누구라고 말하기가 어려운데 (누구인지 아는데 말하기 어렵다가 아니라 표현하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고모는 그것을 "악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악마가 자신을 해치기 위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고 말하였으며 그 악마가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걸며 위협한다고 말하였다. 사실 어머니는 저 얘기를 듣기 이전부터도 그러했고 저 얘기를 들었을때도 그렇고 줄곧 고모에게 병원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지만 고모는 끝끝내 그것을 거절했다. 대신 고모는 한동안 교회인지 성당인지 하여튼 거기서 운영하는 수도원(기도원)?같은 곳에 가있겠다고 하면서 가버렸다. 하지만 그 정신적인 문제가 병원치료와 약물치료없이 그런것으로 해결될 수 있었을리 없다. 10. 고모가 내게 혼잣말하지마라 (혹은 중얼거리지마라) 상상하지마라 라면서 끊임없이 말했던 건 위의 그 악마가 보인다는 현상때문이기도 했다. 고모는 그 현상의 원인중 하나를 자신의 상상이라고 생각했었다. 혼잣말은 자기가 볼떈 혼잣말이지만 그 말의 대상은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고모에겐 그 대화의 대상이 악마였기때문에 더더욱 혼잣말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던거고 이 말은 고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을떄 자주 하는 얘기였다. 고모는 1년에 몇번 정신적으로 문제를 드러냈지만 딱 그떄뿐이었고 그 외에는 언제나 정상적이었다. 내성적이었던 문제와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때문에 취직해서도 오래있진 못했지만 고모는 고모대로 노력은 하고 있었다. 가족관계 역시 나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가족들 특히나 아버지를 줄곧 미워하였으나 그래도 작은 고모에게만큼은 잘 대해주었으며 아버지에겐 소중한 동생이었고 어머니 역시 (어떻게 보면 단순히) 시누이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로 고모를 (정신적으로) 보살펴주고있었다. 실제로 고모 역시 친언니인 큰고모보다는 어머니를 더 의지하기도 했고 어쩃든 그렇게 고모 스스로 기도원?혹은 수도원으로 가버렸다.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건 고모가 개신교쪽과 천주교쪽 모두 한번씩은 왔다갔다했던걸 기억하고 있는데다 고모 스스로가 하느님이나 예수님을 믿는다는 거 그 자체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기때문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좀 더 천주교쪽으로 기억하고 있는건 100% 확실하게 개신교인 큰고모와 종교적 견해차이로 말싸움을 한걸 목격한 적이 있기때문이다. 기억이 얽히다보니 글을 쓰는 나조차도 정확하게 어떤 기억이 맞는 건지를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건 고모는 계속해서 병원에 다니는 건 거부했지만 기도원(수도원) 같은 종교와 밀접한 곳에 가는 건 별말하지 않고 갔다는 데 있다. 그로부터 몇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고모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며 우리들은 고모의 문제가 해결되었길 바라고 있었다. 11. 고모는 밝은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건 고모가 같은 하느님을 믿고 같은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과 함께 했기때문에 좀 더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많았기때문에 더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일단 적어도 겉으로 문제 되는 건 없었다. 사실 위에도 언급했지만 고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건 1년에 몇차례 있긴 했지만 그나마도 지난번과 같은 일처럼 크게 일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었고 전조현상만 발생하다가 그치고 있었다. (위에 말한 친구가 봤다는 그 사례는 문제가 일어날듯 말듯 하다가 결국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었다.) 물론 어머니는 여전히 그래도 병원치료를 통해 확실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거떄문에 어머니는 할아버지에게도 고모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라고 말하였지만 할아버지는 알겠다는 대답은 하면서도 고모가 안간다고 하면 별다른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냥 속수무책으로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와 큰고모는 이거떄문에 굉장히 속상해했다. * 큰고모의 경우 계속해서 어머니에게 관련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떄문에 전후사정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차츰 그냥 그렇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고모가 가끔씩 보여주는 전조현상에 대해서도 이제는 의례 언제나 그랬었지라면서 가볍게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고모는 그런 현상이 와도 곧잘 원래대로 돌아오곤 했었으니깐 그러던 와중에 고모에게는 외삼촌 (그러니깐 돌아가신 할머니의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와 그쪽에 취직하여 일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말씀으론 고모가 취직한다고 갔던 곳 모두가 그곳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사람은 아버지나 큰고모와는 별로 안친하고 작은고모나 삼촌하고 사이가 더 좋았다. 여기서 말하기뭐하기때문에 자세한건 적을 수 없지만 결코 사람이 좋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였다.) 일주일에 1번씩 집에 오는 생활을 하며 (직장의 일이 어떤건지 알수 없었기때문에 일이 힘든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면서 그 전의 일들은 그저 지난간 일들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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