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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9/30 23:33:23
Name   피아니시모
Subject   복권왕 숙종


로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신원을 회복시켜주는 걸 말합니다. 하하핫


일단 숙종의 왕이 되는 테크트리(?)부터 살펴보져
조선왕조는 유달리 적장자와는 인연이 없는 왕조였습니다. 적장자 왕이 없었던 건 아닌 데 재위기간이 짧거나 말년이 흉흉하거나 살해당하는 등 영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조선의 최초 적장자 임금인 문종은 짧은 재위기간을 거쳐 죽어버렸고 그 다음을 이은 단종은 수양대군에게 살해당하기도 하고요 여튼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 숙종은 그 모든 것들을 다 깨부순 임금이었습니다.

1661년에 숙종은 현종과 명성왕후 김씨 사이에서 태어났는 데 외아들이었는 데 태어날때부터 원자 - 세자 - 왕테크트리를 착실하게 밟았습니다. 무엇보다 외아들이다보니 이 숙종을 대체할 대군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친척중에 숙종의 왕권에 위협이 될만한 존재도 없었습니다. 부계로는 아버지인 현종은 효종의 적장자이자 세자 - 왕테크를 탄 정통성 쩌는 왕이었고 어머니 역시 세자빈 - 왕비 - 대비 테크를 탄 부모 모두가 정통성이 끝장이었으니 그 아들의 정통성은 그야말로 조선역사상 최강의 끝판왕중 하나였습니다.

누군가 도와줄 필요도 없었고 도움 따윌 받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출생신분 그것 단 하나만으로 왕위에 오를 자격이 차고넘치다보니 숙종의 정통성 그리고 그 정통성으로 이어지는 왕권은 개쩔었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었죠


숙종은 유달리 과거의 임금이나 신하들을 복권시키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종, 단종이 있으며 신덕왕후 강씨가 복권된 것도 이때이며 사육신을 복권시켜준 것 역시 숙종이었습니다. 심지어 바로 자신의 할아버지인 효종이 자신의 정통성이 훼손될것을 우려하여 역강이라며 끝까지 신원을 회복시켜주지 않고 역적으로 남겨두었던 민회빈 강씨 (소현세자의 아내)도 숙종이 복권시켜주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될 정도로 숙종의 정통성은 개쩔었기때문에 누구도 태클을 걸을 수가 없었죠 애초에 저 위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과거부터 복권을 시켜야하나 말아야하나로 논란이 일던 인물들 (당장 민회빈 강씨만 해도 그 효종때조차 그거 좀 이상한데 신원 회복시키는 게 맞지 않음?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니깐요 물론 그 말했던 사람들은 모두 효종한테 죽창을 맞습니다만..) 이었고 기분 내키는 대로 막 복권 시킨 건 또 아니어서 여러가지로 여론을 모으고 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그걸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숙종의 힘을 알 수 있죠

물론 이걸 그냥 선의로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이 자신의 (혹은 후대 왕들의) 왕권을 위한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사육신의 경우도 그렇고 김종서나 황보인 같은 인물들도 그렇고 대놓고 신하들에게 충성심을 강조하기 위한 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끝장나는 정통성과 왕권을 통해 과거사를 정리하고 또한 그 과거사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왕권과 왕실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기 위해 더더욱 과거의 인물들을 복권하는 데 열을 올린거라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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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빠와를 가지고 환국을 시행한거군요! 엎치락뒤치락
    피아니시모
    당대에 그 송시열을 껀수 하나 잡혔다고 사사 시킬 수 있는 왕이었으니..
    레지엔
    언젠가 좀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장희빈과 노론에게 휘둘린 숙종말고 모든 남자와 여자를 유린하는 악마같은 숙종을 좀 보고 싶습니다... 이게 더 재밌잖아...
    피아니시모
    허구헌날 서인 노론은 악역만 맡고..물론 좀 꼰대같은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무슨 개혁적인 왕 하면 전부 다 노론하고 척지는 줄로만 아니..(..)

    숙종의 경우 사실 제대로 알고보면 장희빈이든 인현왕후든 다 숙종앞에 놀아난거고 숙종이야말로 진짜 악마인데
    왜 존재감이 싹 다 장희빈에게 갔나몰라요 ㅋㅋ
    레지엔
    여성혐오...?(..)
    피아니시모
    아 요즘같은 시대엔 숙종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도 장희빈의 존재감을 지우려는 한남들의 여혐이라고 하려나요..(..);;
    포스트업스핀무브
    기황후를 한국 역사상 최초의 한류로 자칭하는 시대라서...;;
    구밀복검
    사극보다 실재가 훨씬 재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세조, 연산군, 선조, 숙종-장희빈-인현왕후, 영조-사도세자, 고종, 대원군 등등...그냥 사료 그대로 옮기는 게 낫다 싶더군요. 픽션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획과 목적이 개입하면서 통속화가 진행되고, 현실의 인물이 갖고 있는 복합성과 인간성이 대부분 소실되면서, 대중극 특유의 캐릭터적 일관성과 통일성이 경직적으로 적용되니...사실은 그 반대가 되어야하는데 말이죠.
    Ben사랑
    육룡이 나르샤 보면서 제가 그걸 느꼈습니다.

    여말선초는 사료 그대로 옮기기만 해도 재밌는데, 유치뽕짝 음모와 암투와 무협과 로맨스로 가득찬 판타지를 만들어버렸으니.

    확실히 극화시키면 단순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Ben사랑
    [과거사를 정리하고 또한 그 과거사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왕권과 왕실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기 위해 더더욱 과거의 인물들을 복권하는 데 열을 올린거라는 말이죠]

    현재 대한민국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죠.
    복권여왕 박.. 박... 어 왜 안써지죠??
    삼성갤육
    똑똑한 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가진 것이 무엇인 줄 알았고,
    자기가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 줄 알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 줄 알았죠.

    이 셋 중 하나라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죠.
    셋 다 아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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