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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21 20:51:06
Name   헬리제의우울
Subject   개인사이트 망한 이야기
당연히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거기 이야기는 아니다

2006년에 어느 개인이 운영하는 제로보드 사이트가 있었다
그냥 소소한 게시판 몇개 있었고 주 컨텐츠는 주인장의 병맛만화였다
그 사이트가 갑자기 규모가 커진건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주인장의 병맛만화가 힛갤에 갔기 때문이었고
하나는 야한사진 올리는 게시판에서 화끈하게 달려주는 러너들 때문이었다

힛갤로 인해 발생한 인지도에
막상 가보니 소비할 컨텐츠도 있더라
정말 일개 제로보드 사이트였음에도 회원수는 만명을 돌파
자유게시판에서 매일 글싸는 똥글러가 수십명에 달했고
인증끝난 여성회원도 다수 있었으며
회원들끼리의 오프모임도 꽤나 있었다

재미난건 주인장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할 생각이 아니라
자기 만화 그려서 올릴 홈페이지 만들고서 으레 하듯이 게시판 좀 달았다가
회원들이 지들끼리 중견급 커뮤니티를 만들어버리니 상당히 난감했을 것이다

주인장이 커뮤니티를 즐기지 않는 성향이어서
주인장임에도 똥글은 거의 싸지 않고 가끔 질문글이나 올리고
사이트의 주 컨텐츠중 하나인 병맛만화를 간간이 올리는 정도였다
그러면서 가끔씩 하는 말이
'나는 그냥 만화홍보하려고 사이트 만들었는데 서버비가 너무많이든다
개똥글싸는놈들은 많은데 정작 홍보에는 도움안된다'
였는데 그러면서도 회원들의 금전적 도움은 거절했다 책임을 지기 싫었던 것 같다

사이트 규모가 있고 그러면서도 회원 대부분이 성인이고 성인스러운 글들이 많다보니
소소한 트러블들이 있었는데
넷카마가 사기를 친다거나
다 큰 성인들끼리 키보드로 싸우다 실제로 싸운다거나
오프에서 만나서 금전적으로나 성적으로 더러운 꼴이 발생한다거나
이런 일들이 생길때마다 자유게시판은 폭발하고
주인장은 위의 말을 반복했다 나는 너네 관리하려는 생각이 없어요

2009년초에도 넷카마의 분탕질로 게시판은 시끄러웠고
그러다 갑자기 사이트 접속이 안됐다
얼마 안있어 게시판은 열렸으나 이전 글은 하나도 없었고
이전 글은 어디있냐는 질문에 주인장은 실수로 DB를 날려먹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곧 주인장은 사이트를 닫을거니 알아서 하라는 말을 남기고
회원 한명이 자신이 준비해오던 커뮤니티가 있으니 거기서 놀아보자 하여
대부분의 열성회원은 신규 커뮤니티로 넘어가게 되고
주인장은 사이트를 닫고
만화그려 올리는 개인블로그만 운영하게 된다

글쓰는 본인도 하드개똥글러였고 돌이켜보면 운영가지고 완장질까지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정을 들인 사이트가 서버주인의 결정에 간단히 사라지는걸 보며
인터넷 커뮤니티의 허무함을 크게 느끼고
이후에는 어느 곳에서도 의무감이나 소속감없이
나도 사이트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인터넷질을 하고 있다

신규커뮤니티에 대한 구질구질한 이야기들도 꽤 있는데
나무위키 뒤져보니 자세하지는 않지만 본글의 개인사이트는 물론 신규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더라
어떤놈이 위키사관질을 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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