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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1/14 19:48:17
Name   nickyo
Subject   후대에게
후손들에게

I

참으로 나는 암울한 세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 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 하나 없는 이마는
그가 무감각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웃는 사람은
단지 그가 끔직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나무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이
그 많은 범죄행위에 관해 침묵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거의 범죄처럼 취급받는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란 말이냐!
저기 한적하게 길을 건너는 사람을
곤경에 빠진 그의 친구들은
아마 만날 수도 없겠지?

내가 아직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믿어 다오. 그것은 우연일 따름이다. 내가
하고 있는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게 배불리 먹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우연히 나는 해를 입지 않았을 뿐이다.(나의 행운이 다하면, 나도 끝장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먹고 마시라고. 네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라고!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이 굶주린 자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내가 마시는 물이 목마른 자에게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내가 먹고 마실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먹고 마신다.
나도 현명해지고 싶다.
옛날 책에는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쓰여져 있다.
세상의 싸움에 끼어 들지 말고 짧은 한평생
두려움 없이 보내고
또한 폭력 없이 지내고
악을 선으로 갚고
자기의 소망을 충족시키려 하지 말고 망각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이 모든 것을 나는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II

굶주림이 휩쓸고 있던
혼돈의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다.
반란의 시대에 사람들 사이로 와서
그들과 함께 분노했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싸움터에서 밥을 먹고
살인자들 틈에 누워 잠을 자고
되는대로 사랑에 빠지고
참을성 없이 자연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나의 시대에는 길들이 모두 늪으로 향해 나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도살자들에게 나를 드러내게 하였다.
나는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내가 없어야 더욱 편안하게 살았고, 그러기를 나도 바랬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힘은 너무 약했다. 목표는
아득히 떨어져 있었다.
비록 내가 도달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보였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III

우리가 잠겨 버린 밀물로부터
떠올라 오게 될 너희들.
부탁컨대, 우리의 허약함을 이야기할 때
너희들이 겪지 않은
이 암울한 시대를
생각해 다오.

신발보다도 더 자주 나라를 바꾸면서
불의만 있고 분노가 없을 때는 절망하면서
계급의 전쟁을 뚫고 우리는 살아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단다.
비천함에 대한 증오도
표정을 일그러 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자 애썼지만
우리 스스로 친절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세상을 맞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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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들에게, 라는 브레히트의 시 입니다. 11월 12일에 다녀오고나서 임정현씨가 부른 후대에게가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그리고 그 곡의 원안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시가 있어서 함께 읽었으면 해서 퍼왔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래로, 홍차넷에도 옛날에 소개한적이 있나 가물가물 하네요.

이 노래의 가사, 혹은 브레히트의 시에는 어떤.. 사회의 변혁, 그 시기를 힘들고 열심히 살아온.. 정치적이고자 했고 주인이고자 했으며 자신의 이상을 위해 삶을 기꺼이 채워 바쳤던 사람들의 삶, 시대, 그리고 그들의 변까지 모두 절절히 느껴지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하고있는 백만의 일렁임과 각자의 외침들, 그리고 그 외침들 사이에서 서로 갈등하는 것들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 남겨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오늘 추미애씨가 영수회담(전 근데 영수회담이 무슨의민지 잘 모르겠어요 독대라는걸 빼면)을 결정했는데, 그리고 또 엄청난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죠. 제가 그것을 좋다 아니다 라고 평가할 식견이나 정치공학적 판단이 없지마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시대에 우리는 각자 함께하면서도 친절하기 어려울수도 있고, 그러나 그렇게 우리의 시대는 흐르고 있음을. 민중의 운동에는 훨씬 더 많은 목소리들이 있었고 그것을 추미애씨가 쥐더니 치고 나가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대의제의 위정자들과 민중의 뜻은 함께 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수도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어떤 세상을 보여주려하고, 그것을 보려 해야 한다는 것을.. 그게 후대에게 이어져야만 역사가, 사회가 변해간다는것. 이 느린듯 하지만 분명하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그것을 남기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변혁의 운동이 아닌가.. 그러니 부디 이러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잊지 말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음 세대에서 보고, 듣고, 읽고 받아들여달라고. 추미애씨가, 혹은 야3당이나 더민주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이미 나의 손을 떠났으니, 나는 한 명의 민중이자 이 시대를 공유하는 인간으로서 내가, 혹은 우리가 바꾸었으면 하는 것들을 포기하지 말고 외쳐가며 살아남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고 지루하겠지만, 후대에게 이어지게 하지않으면 안될 일이겠죠.

정태춘씨랑 더불어서 저는 남자 가수 중에서도 이런.. 느낌의 톤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울려요.

그냥 시덥잖은 이야기 였습니다. 후대에게 한번 들어주셨으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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