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1/23 23:49:26
Name   Vinnydaddy
Subject   그동안 즐겼던(?) 취미들
타임라인의 #취미라인 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어떤 것들을 즐겨왔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적다가...
양이 길어질 것 같아서 티타임에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 고등학교 시절(모 과학고에 다녔습니다)
- 독서 : 참 꿋꿋이 소설같은 관계없는 책들을 많이 찾아 읽었습니다. 딴 짓도 많이 했고요.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아보라면 아서 클라크의 '라마'시리즈, 'Three Men In A Boat'(진짜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시장 시리즈였습니다.
- 게임 : 몰래몰래 참 많이도 했습니다. 대항해시대2와,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샀던 프로토코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프로토코스 하다가 걸려서 기숙사에서 10일간 퇴사되기도 했었습...
- 농구 : 그때 조던이 은퇴에서 복귀해서 시애틀과 파이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쩌다가 영어 경시대회에 나가는 일행에 끼게 되었는데, 선생님에게 "영어 듣기 연습을 위해 AFKN을 듣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AFKN에서 NBA를 중계해줬을뿐...

2. KAIST 시절
- 독서 : 그때쯤 '드래곤 라자'가 연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군대 입대할 때에는 '세월의 돌'이 한참 연재되고 있었고요. 전민희 작가님과는 메일도 주고받으면서 꽤 열심히 봤었습니다.
- 게임 : '디아블로 1'과 '스타크래프트'가 나왔습니다. 말 다했죠(...). 기숙사에 랜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때 정말 열심히들 했습니다. 물론 잘 하지는 못해서 그때부터 '나는 왜 이렇게 게임을 잘 못할까?'하는 고민을 하곤 했습니다(...).
- 농구 : 농구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플레이보다는 거의 코치 역할을 했습니다. 동아리와 함께 대만 대학의 초청을 받아 가보기도 했었고, 시내 대학들간 경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조던이 2차 쓰리핏하는 것도 봤고요.

그러다가, 군대에 갔습니다.

3. 군대 시절
군대 시절에는 인사처 부관과 사병계로 근무했는데 운좋게 인사쪽 병력상황을 서게 되면서 인트라넷으로 열심히 소설 받아다가 읽고는 했습니다. '폴라리스 랩소디'를 읽던 기억이 납니다. 군대에 있어서 자세히는 몰랐지만 그때 이미 장르소설계는 양판소가 범람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트라넷 게시판에도 어떤 사람이 양판소를 써서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제목이 제노블레이드였던가...) 그때 군대에 있어서 디아블로 2를 하지 않았다는게 어떤 의미에서는 참 다행이었습니다.

4. 제대 후 수능공부
제가 반장이었는데(...) 애들이랑 같이 노래방도 많이 가고 PC방도 많이 갔습니다(...) 그때 스타1을 제일 많이 해 봤던 것 같습니다. 그때 워3 오리지널도 꽤 했었고, 시험 치고 나서는 오리지널과 TFT를 사서 열심히 했습니다. TFT는 나이트 엘프를 주종으로 350승 350패 찍었는데 귀신같은 5할 본능을 자랑했습니다(...).

5. 두 번째 대학생활
이때부터 책 읽는 것과 게임하는 것 이외의 취미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연애도 했고(...)
- 미드 : 1년간 같이 살게 된 동생을 따라 당시 유행하던 'friends', 'SATC', 'Ally Mcbeal' 등을 봤습니다. 프리즌 브레이크 2시즌째까지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납니다.
- 애니 : 어떻게 입문했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KAIST 시절 친구들에게 영향을 받았던 걸로...) 어둠의 경로로(...) 비밥, 에바 등을 받아보면서 덕후의 길을 밟아나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학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애니는 다름아닌 '코드 기어스'와 '플라네테스'였습니다.
- 게임 : 우연한 계기에 플스2를 얻게 되어 게임을 꽤 깼습니다. 파판10, ZOE2, 괴혼 1, 2, 귀무자2, 3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 오카리나
그냥 웬지 멋있을 것 같아서 어느날 낙원상가를 가서 오카리나를 하나 사왔습니다. 사전지식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어서 AC, SF, SG가 뭔지, 음이 어떻게 나는지 이런 것도 하나도 모르고... 흔히 파는 싸구려 오카리나는 할게 못된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오카리나는 연주한 후에 건조를 잘 해줘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음이 변한다는 것도. 저같이 섬세한 것에 쥐약인 사람이 하기는 참 힘든 악기였습니다. 나중에 오케스트라에서 워크샵을 했을 때, '너를 태우고'를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추어 오카리나 두 개로(AC와 SG) 연주했던 것이 마지막이네요.

- 트럼펫
그리고 나서 오케스트라가 생긴다는 겁니다. 그런데 현악기는 좀 꺼려지는 점도 있고, 내 덩치에는 관악기다 싶었는데, 마침 빈 자리도 있으면서 악기가 제일 싼 게 트럼펫이었습니다. 연습용 트럼펫이 30만원이 조금 안 됐었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트럼펫 연습은 악기를 저주하기도 하고, 민폐라고 연습장에서 쫓겨나 개인연습을 하기도 하면서 온갖 희노애락을 겪었습니다. 2년 반을 (동아리원들 몰래) 사귄 여친도 여기서 만났구요.
총 10번의 연주에 섰습니다. 가장 보람있었던 건 직장인 오케스트라에서 '세헤라자데'를 연주했었을 때였습니다.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헤라자데 트럼펫은 고행에 가깝습니다... 그때 지휘를 맡았던, 지금도 아마 KBS 교향악단에서 세컨 바이올린 하고 계실 그 지휘자님은 금관은 무조건 크기만 하고 달리기만 하면 상관없다고 하시는 분이라 그냥 될 대로 대라 하고 했는데 결과가 참 좋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6시 SBS 뉴스에 3초 지나갔다고...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은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중 <투우사의 노래>, 트럼펫 솔로를 맡았다가 몇 번의 실수를 했던 기억입니다. 으으. 그 외에 기억나는 무대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베토벤의 <운명>, <전원>과 <에그몬트 서곡>,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가 있습니다.

6. 졸업 후 총각시절
직장인이 되니 이상하게 악기에서는 멀어졌고... 게임을 많이 했네요 그러고보니. 제일 많이 했던 게 카오스였습니다. 옆 동네 카오스 클랜에서 게임을 많이 했는데 역시 나는 게임에는 소질이 없다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ㅠㅠ 그리고 이때 Wii를 사서 슈마갤과 젤다 황공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 그리고 제가 롯데팬이었는데 이때부터 야구를 엄청 많이 봤습니다. 일단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짧게 옆 동네 캐치볼 모임에 나가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아, 캐치볼 모임에 갔다가 손석희 선수를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손석희 선수에게 "아침에 시선집중 나간 적 있지 않아요?" 하고 물어보니 대답 왈 "어떤 경기보다 그 때가 제일 긴장됐다"고...

7. 그리고 결혼 후
짧게짧게 야구보고, 게임하고 하는 거 말고는 애 보느라 시간 많이 걸리는 취미를 가질 겨를이 없네요. 그래도 하스스톤 간간이 하고, 디아3+확팩 간간이 만져도 봤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조금씩 스트리밍을 봤던 거 같네요. 예나 지금이나 저는 쥬팬더방을 제일 많이 갑니다.

8. 오랜 기간을 거쳐 얻은 결론
- 나는 게임을 못한다 ㅠㅠ
- 게임을 잘 하려는 욕심도 많지 않다. (잘 하려면 연구도 하고 승부욕도 불태워야 하는데 귀찮다.)
- 팀 게임에서는 민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왜 나는 이기는 걸 귀찮아할까? 는 제가 저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궁금점 중에 하나입니다. 분명 어릴때는 근자감과 승부욕 넘치는 거 같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9.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길었어도 타임라인으로 가는게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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