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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4/28 10:19:59
Name   Vinnydaddy
Subject   오늘 '동백꽃'에 관해 안 충격적인(?) 사실.
오늘 우연히 나무위키를 보다가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서 잠시 글 적습니다.


흔히 우리가 동백꽃 하면 이 꽃을 생각하잖아요? 빨간색의.
그런데 츤데레 여주인공을 성공적으로 그려낸 한국 라노베의 원조 [동백꽃]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노란색'이란 말이죠. 동백꽃에는 빨간 색은 있어도 흰 색은 없고, 게다가 동백꽃은 향기가 없습니다. 꽃의 색깔이 강렬한 이유도 향기가 모자라다보니 곤충이 아닌 새에게 수정을 맡겨야 하는 조매화(鳥媒花)라서 그렇다고 하고요.

뭐... 저도 아무런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게 다 점순이의 매력에 정신을 못 차려서

그런데 오늘 아침에 나무위키 동백꽃 항목을 보니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이 소설에서 나오는 동백꽃은 동백나무 꽃이 아니라 생강나무 꽃의 방언이다. 김유정의 고향 지방인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 하며, 이 작품의 알싸한 향기를 풍기는 동백꽃도 생강나무 꽃. 일단 동백나무 꽃은 향기보다는 강렬한 색이 필요한 조매화라 향기가 나지 않으며, 속의 꽃술이 노랗긴 하지만 노란색은 아니며 소설 내의 동백은 샛노랗게 보인다니 동백나무 꽃은 절대로 아니다. 동백나무 꽃에도 노란 동백꽃이 있으며 향기가 있는 동백꽃도 여러 종 존재하지만, 생강나무꽃에 비해 향이 그렇게 강하지 않고 노란 동백꽃은 베트남이나 중국 남부에만 서식하므로 그 동백일 확률은 더더욱 적다.]

[그런데 학자들을 비롯하여 숱한 사람들이 생강나무가 아니라 동백나무 꽃이라고 생각한 관계로 어느 교사가 강원도 사투리를 조사한 결과, 김유정이 동백꽃이라고 서술한 것이 표준어로 생강나무인 것 같다는 조사 글을 내기 전까지 전부 착각했다고 한다. 그 덕에 이전까지 생강나무가 아니라 동백꽃이라고 생각하고 낸 학자들 연구자료가 일대 타격을 받았다.]

!!!


그러니까 이 꽃이라는 말이죠. 알고보니 사투리였다는 겁니다.
작품의 내용에야 전혀 영향을 주지 않겠습니다만... 나름 소소한 충격이었습니다.

* 나무위키에 보면 비슷한 사례로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꼽고 있습니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맨드라미는 늦여름에나 피는 꽃이라고 합니다(...).
왜 빼앗긴 '봄'을 노래하는 시인데 늦여름 꽃인 맨드라미가 들어갔는가?
알고보니 그게 '민들레'의 사투리였다나요(...).

** 지금 이 순간 가장 생각나는 건 이영도의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입니다.



2


    레지엔
    어 이거 수업시간에 들었... 문제집에도 나왔...

    그리고 사실 동백꽃이냐 생강나무꽃이냐가 작품에 영향을 줍니다. 동백꽃이었으면 점순이가 자빠뜨린 목적이 차도살인지계가 되거든요(..)
    Vinnydaddy
    차도살인지계라뇨?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잘...^^;;;;; 설명 좀 부탁드립....
    레지엔
    생강나무면 사람이 무게로 누르면 가지가 꺾이는데 동백이면 가지가 딱딱해서 부러지고 단면도 뾰족하거든요. 수령 높으면 두꺼워서 부러지지도 않고 거기에 머리 박으면 바로 응급실...
    Vinnydaddy
    아... 차도살인지계가 아니고 죽이려고 달려드는 거군요 덜덜덜
    천연 아이언메이든 덜덜덜
    나방맨
    이제는 좀 유명한 얘기가 되었죠
    Vinnydaddy
    그랬군요. 저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동백꽇은 알고 있었는데 맨드라미는 처음 들었네요.충격.
    열대어
    저도 동백은 알았는데, 맨드라미는 처음 알았네요.
    이상화 시인의 시는 논문도 썼는데....왜 몰랐지...
    감자탕의 감자도 우리가 아는 그 감자가 아니죠 ㅋㅋ
    제주도에선 고구마가 감자고 감자는 지슬이고..

    그리고 빠구리(?) 도 지역마다 뜻이 넘나 다르고.. 요새야 인터넷 영향으로 특정 뜻으로 굳어져서 쓰이고 있지만요 ㅋㅋ

    시대상, 지역상을 모르면 언어를 이해하기 힘들죠 ㅎㅎ
    Vinnydaddy
    하긴 뭐 엎었다 뒤집었다도 동네마다 다 다른 마당에 ㅎㅎㅎㅎㅎ 확실히 사투리 연구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레지엔
    감자탕은 그 감자가 맞습니다. 감자뼈라는 부위가 따로 없고 설사 통용되어도 감자탕 제조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는 없어서... 그리고 감자탕의 원조로 여겨지는게 광장시장의 물건인데 이게 뼈로 계속 육수내다가 주문오면 위에 삶은 감자 얹어주면서 시작된 거라 포테이토가 맞다고 보는게 좀 더 그럴듯합니다.
    오.. 그렇군요. 감자탕집 아저씨한테 사기당한듯..
    감자값이 많이 올랐을 때라 그랬던건가 (......)

    저는 감자 없는 감자탕집도 있길래 그 감자가 맞는줄....
    생존주의
    아... 저는 제목만 보고 동백꽃이 무슨 양귀비처럼 마약 내지는 최음제 성분이 있는건가란 상상을... 역시 전 썩었네요.ㅋㅋ
    부러운아이즈
    와아...산타할아버지의 정체를 알았을때만큼의 충격이네염 ㅎㄷㄷ
    April_fool
    이쯤에서 다시 읽는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Board=n9998&id=17
    문제집이 아니라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나요?
    Vinnydaddy
    제가 배울 때는 없었... 어이쿠 이게 나이인증이...?!
    노란 동백꽃이 점순이 은유한게 아니었어요??
    수성펜
    점순이 요망한 것
    파벨네드베드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알려줬었던 게 살짝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이건 수능에 안나오니까 까먹으라고 했었던거 같은데..

    갑자기 이 글을 보니 생각이 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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