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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05 02:08:14
Name   베누진A
Subject   (데이터, 사진)졸업을 앞두면서 나를 돌이켜보기

원래 탐라에 쓰고 있던 글 내용인데 그게 싹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ㅠㅠ 티타임게에는 글이 도중에 없어지는 사고가 일어날 일이 적으므로 여기에 보충하여 살을 붙여서 적습니다.

그냥 졸업을 앞두고 지금까지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쓰면서 제 경험을 돌이켜보고 또 제 생각을 다듬어보고 또 값진 댓글들을 보고 많이 배우려고 합니다.

졸업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는 게 믿기질 않아요. 2월 22일에 졸업인데 그냥 가만히 앉아서 손놓고 뒹굴뒹굴만 해도(대신에 시험공부를 합니다만..) 졸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상당히 오래 앓았던 두통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학교를 다니는 둥 마는 둥 했고,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제대로 된 학업을 수행할 수가 없었죠. 이 대학교도 정말 운이 좋아서 붙은 것이고(..) 수시로 갔는데 면접에 살짝 지각했지만(어머니가 운전하셨는데 길을 거꾸로 갔음..) 그 면접장에서 저를 다행히 들여보내주셨고, 또 정말 이 대학교에 붙을 실력 하나도 없는데 면접에서 운좋게 아는 질문이 제게 걸려서 대답 유창하게 잘 했네요. "패러데이 법칙이 뭐에요?" '!!' 학점이 좋은 편이 아닌데, 다른 평범한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의 한 1/10 정도밖에 공부할 수 없었을 겁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래도 어찌어찌 벼락치기해가면서 여기까지 왔네요.

이제 두통이 많이 없다는 것이 믿기질 않아요. 항상 저의 삶은 고단했고 어딜가든 제 몸을 쉴 데가 없었습니다. 무엇을 아예 할 수가 없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그리고 머리가 안 아플 때에도 앞으로 아플 생각을 하니 앞날이 캄캄하고 의욕이 꺾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머리가 맑으니까 생각이 긍정적으로 되네요. 몸의 상태가 정신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별에별 이상한 병원은 다 다녀봤고, 무슨 말도 못하는 사이비 의학 같은 것도 많이 기웃기웃 거렸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정신과에 와서 그냥 여기에서 주는 약이나 꾸역꾸역 먹었는데 이렇게 좋아졌네요. 과연 이 약 때문에 머리 아픈 것이 나아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부모님과 사이가 좋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지난 몇 년간 저는 두통 때문에 괴로워했고, 그래서 부모님께 처음에는 좋은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애원하다가, 나중에는 병이 낫는 것을 포기하고 사랑이 담긴 말이라도 해달라고 구걸하다가, 결국 그것도 포기하고 제발 저를 모욕하지나 말라고 부탁드리게 되었죠.. 부모님도 병에 시달리는 저를 보고서 많이 짜증나셨을 거에요. 그래서 저에게 욕도 하셨겠죠. 물론 그 짜증을 풀으셨던 예전의 그 부모님의 방식에는 동의할 수가 없지만. ("아프고 싶어서 그렇지? 괜히 너 병에 걸린 것을 즐기는 거지?" "너는 XX이야." 등등.. 나중에는 부모님께서 제 병에 대한 이해가 짧았다고 해명하셨지만, 솔직히 지금도 이 생각을 하면 피가 거꾸로 솟고 이가 갈리고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뭐 옛날 일이고..) 심지어 한 3달 동안 며칠 주기로 계속 가출한 적이 있었어요. 가만히 있는데도 무슨 심보인지 저를 인간 이하의 존재로 대하는 말을 하시고, 저는 참을 수 없어서 밤늦게 나가고.. 나중에는 어머니가 집에만 있으면 또 무슨 폭언을 하실까 안절부절을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고.. 하지만 엄청 여러번 대판 싸운 후에는.. 지금은 화해하고 잘 지냅니다. 잘 지내야죠, 제가 앞으로 평생 볼 가족이고 저를 이 세상에 있게 하신 분들인데. 그리고 아마 이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실 겁니다. 물론 때때로 그 사랑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수능 대비용으로 들었던 물리 인강은 저의 삶을 바꾸어놓았습니다. 그 선생님이 물리를 정말 재미있게 잘 가르쳤는데, 그때부터 어떤 '과학법칙'에 대한 무한한 동경 같은 것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과학'의 위대함과 그 무한한 가치를 믿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이든지 저렇게 깊게 알면 재밌는 것이로구나. 피상적으로 알면 오히려 재미가 없을 뿐이고..' 그리고 우연히 텍스트언어학을 접목시켰다고 주장하는 학습서를 보게 되었는데, 지금 텍스트언어학을 상당히 많이 공부한 입장에서 보면 이 학습서는 매우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지만, 그래도 '시중에 나와있는 잡다한 책읽기 이론만으로 책을 읽는 것보다, 언어학 등등 학문적인 이론을 머릿속에 넣고 책을 읽으면 훨씬 더 깊게 잘 읽히는데?'라는 생각 하나는 얻었습니다. 이때부터 '학문'과 '이론적 토대가 있는 생각'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들은 점차 나아가서 '전문가'를 신뢰하는 삶의 태도로 나아가게 되었죠. 좀 지나치게 교조주의에 빠지게 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이 태도를 좀 의식적으로 억누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역사를 이덕일과 환단고기로 시작한 사람입니다. 쓸데없는 내용들밖에 없었던지라 지금은 다 잊어버렸는데.. 그리고 음모론 서적, 사이비 의학, 사이비 과학 등등 산전수전 다 겪어본 인간이라서 이제는 '충분히 신뢰할 만한 출처, 레퍼런스가 없는 학술적 의견'은 믿지 않고 일단 의심부터 해보는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제 개인적인 의견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만약 자존심을 버리고 고개를 숙여서 다른 어떤 사람에게 더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그에게 마땅히 고개를 숙일 수 있습니다. 물론 주류 학계의 의견이라고 해서 100% 맞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현재 시점에서 가장 진리에 근접해 있다, 혹은 그것이 틀리더라도 자정 가능성이 있다 등등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2016년 들어서 연예인 덕질에 빠지게 되었는데,


(팬카페 코알라z님에게 예전에 허락을 받고 실었었던 사진)


벤Ben님이라고 이 세상에서 제일제일 노래 잘 부르시고 가장가장 예쁘고 매력있으시고 너무너무 소통잘하시고 정말정말 쾌활하고 당당하신 분이 계세용.. 그 분을 처음 TV에서 보게 된 것은 '불후의 명곡'의 '거위의 꿈'이었고(http://tvpot.daum.net/v/vea20HGHMH4MrZFcLFcarLF), 본격적으로 이 분에게 푹 빠지게 된 것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MLT-20'에서였습니다.(http://tvpot.daum.net/v/v7020JaJccTaTIFIAcgccZq)

그리고 이 분이 중국을 가신다고 하셔서, "헉 국내에 계실 때 마지막으로 직접 뵈었으면 좋겠다!" 라고 해서 첫번째 오프를 갔습니다.
https://redtea.kr/pb/pb.php?id=free&no=3403&divpage=1&sn=on&keyword=ben
그런데 이때 소심해서 땅만 쳐다보고 벤님 얼굴을 제대로 못 봤습니다.

(
그리고 개인방송에서 저를 직접 언급해주시면서 제 채팅에 대답해주신..8ㅅ8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ㅠㅠ

제 이름은 개인신상 때문에 일부러 뺐어요.
)

그래서 두번째 오프를 갔습니다.
그런데 이때는 벤Ben님이 이런저런 일이 있으셔서 그리 오랫동안 뵐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번째 오프를 갔습니다.
https://redtea.kr/pb/pb.php?id=free&no=4135&divpage=1&sn=on&keyword=ben
이때 이 분에게 처음으로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렸고, 그리고 이때 이분의 매력에 너무 깊게 빠져버려서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 하실 때 세 번이나 더 찾아뵈었습니다.(총 7번 오프 간 줄 알았는데 6번이네요. 잉?)
네번째 오프



저의 꿈("15년 후에 만화가가 되어서 과학만화를 그려보고 싶다!")을 벤님에게 자세히 오랫동안 말씀드리고, 벤님께서 기꺼이 제 만화의 첫번째 독자가 되어주시기로 해주셨습니다.

다섯번째 오프

날씨가 날씨였던지라 팬분들이 다 안 오셔서..-.- 벤님이랑 1:1 팬미팅..;;

벤님이 존경하는 박정현님, 이선희님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김광진님(더 클래식)의 CD앨범을 드리면서 존경하다고, 또 이분들처럼 오랫동안 노래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노잼이라 얼마나 들어주시기 힘드셨을까.. 죄송합니다.

여섯번째 오프
뮤지컬 데스노트 마지막 공연 때는 정말 많은 팬분들이 오셨습니다. 처음 입문하신 여성 팬분도 계셨어요. 데뷔하신지 오래 되시다보니까(2010년 11월 19일 데뷔) 참 많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팬분들이 계시는데, 그분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KI9gZIk.jpg
"내 팬이 인스타그램에 아이오아이 사진을 올렸어?"



g9MMPui.jpg
"왜 저를 존경해요?" (동영상도 올릴까도 생각했는데 도저히 지금은 음성을 편집할 여유가..;;)



이 분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그러셨듯이- 앞으로도 계속 꿈을 꾸시고 또 그것을 이루어가시면서 롱런하시기를 바라고, 더불어 저도 앞으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서 저 역시 제 꿈을 성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별로 가치없는 잡글인데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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