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2/10 15:27:56
Name   SCV
Subject   치열과 나와 치루의 이야기.
0. 이 이야기는 더럽..... 한 이야기를 포함할 수 있으므로 식전/식후에 읽으시는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 치열
군대에서 대충 먹고 일만 죽어라 하다 보니.. 치열이 찾아왔습니다. 덕분에 군병원도 가보고.. 했으나 좌욕으로는 쉬이 낫진 않더군요. 수술할래 라고 물어보셨는데 왠지 두려워서 아뇨 나가서 할게요, 라고 하고 대충 퇴원해서 열심히 일하다가 제대했습니다. 그리고는 복학했는데... 컨디션이 안좋은 날은 어김없이 빨갛게 물들더라고요. 변기가.

참고로 치열은 항문 괄약근이 딱딱해져서 (섬유화 되어서) 조임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 병입니다. 고로 통로가 좁아져 변비가 유발되고 억지로 밀어내려다 보니 상처가 나고 피가나고 흑흑...

2. 항문농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적당히 참으며 공부했습니다. 수술받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항문농양님께서 찾아옵니다. ('농양'으로 줄입니다. 이유는..  뭐 그런거죠)

어떤 느낌이냐면, 동그랗고 뾰족뾰족한 지압기 아시죠? 아 그건 너무 큰가. 그럼 뾰족뾰족한 별사탕 아시죠?
그걸 x꼬 안에 넣고 있는 기분.. 그러한 기분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체온을 재보니 열이 슬슬 나더군요.
검색을 하니 농양이랍니다. 아무리 봐도 농양입니다..... 그래서 반나절 정도 금식을 하고 일단 항.... 문을 잘 다루는 모 중형병원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첫경험..

  "음... 혹시 식사 하시고 오셨나요?"
  "아뇨. 이게 이쪽 분야의 응급이라는 글을 봐서.. 혹시 몰라 수술할까봐 금식중입니다."
  "음.. 저녁에 다행히 스케쥴이 비네요. 지금 입원하시죠"

  그리고 저는 저녁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네. 절개 배농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덕분에 x꼬에서 별사탕이 사라져서 그날 밤은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 그 다음날 퇴원했습니다. 신기하게 통증이 사라졌더군요.
  그런데 위치가 그다기 좋지 않아서 괄약근 관통형 치루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몇 주 뒤 내원하라고 하였습니다.

3. 치루
  
   몇 주 뒤 내원하여 검사한 결과 '괄약근관통형 치루' 임이 확진되었습니다. 이미 누공으로 새고(?) 있는데다가 치루를 오래 두면 그 희귀하다는 항문암... 으로 진화한대서
   선택의 여지가 딱히 없었습니다.

   수술 스케쥴을 잡고 집에 와서 여러가지 논문을 살펴보았는데, 결국 술식은 단 하나
   "세톤 법" 으로 귀결되더라고요.

    

   네. 고무줄로 안팎을 동여매서 고무줄이 안쪽으로부터 파고들어 살을 조금씩 잘라들어가고 고무줄이 지나온 부분은 살이 차올라서 붙는, 그렇게 해서 치루관을 없애는 술식이었습니다. 복잡한 치루도 치료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술식이었는데 문제는 이 술식의 가장 큰 부작용이

   "약 6주동안 지속되는 극심한 통증"  

   이었다는 것입니다.

    네. 누군가는 수술하고 다음날 바로 새 세상을 만난다고 하는데 저는 6주동안 지옥에서 살았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은 화장실 갈때마다 무서워서 다리를 벌벌 떨고, (아 처음 화장실 갔을 때 누다가 기절했습니다..) 밥을 거부하게 되고.. 자다가도 진통제 약기운이 떨어지면 깨서 약먹고 약기운 돌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티는 날들이었죠. 정말 죽고싶었습니다 ㅎㄷㄷ

    그리고... 그 고무줄이 몸 밖으로 나오면서 저도 고통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리고 괄약근을 적당히 자르고 나온 덕분에... 치열에서도 해방이 되었습니다 ㅎㅎ



...
아직도 공포에 떨고계시는 많은 환우(?) 분들께 고하자면..
치루 수술 중 세톤법만 빼면 나머지 항문질환 수술은 하루이틀이면 통증이 사라지니
지속된 통증에 고통받지 마시고, 하루 이틀 베드에 누워 쉰다 생각하고
꼭 진료 받고 수술 받으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혹시 저와 같이 세톤법.... 을 겪에 되실 분이 혹 계신다면
/애도
... ....



2
  • 뭐라 드릴 말씀이
  • 이 글을 읽고 화장실에 폰을 안가져가게 되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33 도서/문학[모집] 조각글 모임(문학 합평) 인원 모집합니다! 32 얼그레이 15/10/24 9710 0
13257 댓글잠금 일상/생각성 상품화에 관한 뻘글_ 나는 왜 성 상품화를 싫어할까? 192 Iowa 22/10/21 9707 31
10427 정치가속주의: 전세계의 백인 지상주의자들을 고무하는 모호한 사상 - 기술자본주의적 철학은 어떻게 살인에 대한 정당화로 변형되었는가. 18 구밀복검 20/03/24 9704 21
680 역사당신 그림의 가격은 우리 와인 4박스요.- 샤또 무통 로칠드 14 마르코폴로 15/07/29 9703 0
8375 게임[욕설주의] C9 래퍼드(복한규) 감독의 극딜영상(?) 26 Groot 18/10/15 9701 0
1314 음악Stairway to Heaven, Smoke on the Water...원곡의 우수함은 커버곡을 들어봐야... 9 새의선물 15/10/22 9698 0
3954 정치전설의 '그래서요. 깔깔깔.... ' 9 Beer Inside 16/10/19 9679 0
1051 기타커피 이야기 - Caffeine 11 모모스 15/09/21 9672 7
3524 역사2차대전 이탈리아 전투차량은 전부 병맛? 9 모모스 16/08/16 9668 2
1296 영화이거 분명 대박 납니다. 빨리 속편 준비하세요! 9 Neandertal 15/10/20 9663 0
1743 영화[스포] 시카리오 보고 왔습니다. 2 王天君 15/12/09 9662 1
1360 영화(스포) 현전불가능한 대상에 대하여 : 베넷 밀러 <폭스캐처>(2015) 9 구밀복검 15/10/28 9661 2
2494 영화모두가 초능력자 - 기묘한 사랑이야기 3 Raute 16/03/29 9657 0
4500 일상/생각후방주의)일본애니주제가를 실컷 듣다가 : 성적 대상화란 것 47 은머리 17/01/01 9649 0
3777 의료/건강뱀독과 고혈압치료제 (ACE inhibitor) 3 모모스 16/09/26 9645 2
9015 게임모로윈드, 모드 설치와 실행 삽질 기록. 1 메리메리 19/03/31 9631 4
1057 기타콜라 이야기 9 모모스 15/09/22 9629 1
451 기타한 물리학자 이야기... 33 Neandertal 15/06/27 9626 0
274 기타방금 MBC다큐스페셜 '나는 나쁜 엄마인가요?' 좋았던 것 같네요. 13 DEICIDE 15/06/09 9621 0
1498 꿀팁/강좌남규한의 사진 레시피 - 비오는 밤 31 F.Nietzsche 15/11/08 9604 6
4886 생활체육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습니다. 59 Rosinante 17/02/16 9603 11
7396 일상/생각여자들이 예쁜 여자 더 좋아해! 예쁜 여자들이 왕따당한다는 건 다 헛소리야! 6 라밤바바밤바 18/04/17 9597 4
1168 기타과거와 현재 23 눈부심 15/10/04 9597 0
10750 여행게임 좋아하는 5인이 체험한 가평 소나무 펜션 11 kaestro 20/07/05 9594 0
4828 의료/건강치열과 나와 치루의 이야기. 14 SCV 17/02/10 9591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