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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27 21:24:58
Name   저퀴
Subject   슈퍼로봇대전 V 리뷰

우연히 슈퍼로봇대전 V를 선물 받아서 플레이해볼 수 있었습니다. PS4를 사놓고 한참동안 거의 써먹질 않았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올해 들어서 해본 첫 PS4 게임이 슈퍼로봇대전 V가 되었네요. 전 PRO가 아닌 PS4로 플레이했고, 공략 같은 건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또 원작에 대해서 크게 아는 게 없어서, 얼마만큼 원작 애니메이션을 반영했는가 혹은 비중이 어떠한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전통적으로 다회차 요소가 있는 게임인 걸로 아는데, 전 1회차만 플레이해봤습니다.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전술 맵의 그래픽은 저예산 게임인 걸 알고 있는데도 아쉽더라고요. 고저차가 있는 지형만 등장하면 위치 파악에 방해가 되고, 대부분의 지형은 차이점이 없어서 마치 바둑판에서 게임하는 것 같습니다. 지형이 갖는 의미가 있는 게임인데도, 지형이 무슨 효과를 줄지 유추하기 힘들 때조차 있고요.

거기다가 전술 맵에서 이벤트가 벌어졌을 때의 연출은 더욱 아쉬워요. 합체 로봇 이벤트는 그냥 몇번 움직이더니 컷신으로 넘어가더군요. 차라리 컷신만으로 넘겨버렸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아요.

그에 비해서 음악은 훌륭해요. 원작 음악이 상당수 등장하고,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최소한 스테이지 중에선 음악이 질리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대신 스테이지가 끝나고 로비 화면으로 넘어가면 음악이 강제되는데다가, 종류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겹습니다.

몇몇 로봇의 연출은 완성도가 지나치게 떨어져요. 마치 저번에 발매된 KOF 14를 보는 것처럼 프레임이 뚝뚝 끊깁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동작이 매끄럽지 않거나, 연기나 폭발로 화면을 가려서 복잡한 연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 게 보일 정도에요. 어느 정도라면 데드 스페이스 1처럼 기술적인 문제를 감추기 위한 효과적인 연출이라고 말해줄 수도 있겠지만, 게임의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진 데드 스페이스와는 다르게 인위적이고 보는 사람만 피곤합니다.

그래도 일부 로봇은 대단합니다. 특히 인기작인 건담 시리즈나 마징가의 연출은 엄청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로 레이의 뉴 건담이 슈퍼로봇대전 V에서 가장 절제되면서도 화려한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서 마징가 계열은 화려하긴 한데, 자잘한 무장까지 필살기 수준으로 템포가 느리고 전투 연출이 길어서 별로였습니다.

사실 이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유명한건데, 가장 공 들이는 요소가 실상 플레이 시간이 1시간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다신 볼 일이 없어요. 매번 타던 로봇의 늘 쓰던 무기로 똑같은 적한테 앵무새처럼 하던 말만 반복하는데 재미있을 리가 없죠. 또 게임의 스타일이 정신 커맨드를 적극 활용해서 전투의 확률을 100%에 가깝게 맞춰놓고 플레이하게 되서 더욱 변수가 없어요.

등장하는 원작의 배분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일부 원작은 도대체 게임에 왜 넣었나 싶어요. 대표적으로 무적초인 점보트3는 아예 게임에 없어져도 각본 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을 정도로 비중이 없어요. 파일럿하고 로봇만 나올거면 뭐하러 넣었나 싶더라고요. 가뜩이나 등장하는 캐릭터 수가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게 이 게임인데요. 그나마 비슷한 예인 건담 시리즈 계열은 비중이 높은 다른 건담과 엮일 내용이 많아서 덜 문제가 될 뿐이고요.

이건 게임 내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게, 비중도 없는 조연 캐릭터들은 내가 그 원작을 좋아하지 않으면 써먹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게임이 권장하지도 않고요. 서브 오더 시스템은 불안정한 해결책일 뿐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조연 캐릭터가 주연 캐릭터만큼 쓸 이유가 없어요. 성능이 안 좋은 건 당연하고, 보스로보트 같은 예외를 빼면 쓰는 맛도 없습니다. 스토리에서도 거의 비중이 없는 조연들은 과감하게 잘라냈어야 했다고 봐요. 아니면 다른 게임들처럼 활용할 방법을 넣어줘야죠.

UI도 지적할만합니다. 편의성도 없고, 직관성은 떨어집니다. 미적으로도 촌스럽고요. 가령 아군과 적간의 전투로 무장의 명중률을 표시할 때, 왜 이 명중률이 결정되었는지 알아보려면 플레이어가 직접 여러 번의 화면 전환을 거쳐서 정보를 습득해야만 가능해요. 지형 효과나 각종 능력치를 전투 시에 간소하게나마 표시하면 될 일인데요.

이러한 문제점의 연장선에서 슈퍼로봇대전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게임인데, 게임의 핵심 요소들을 편리하게 알 방법이 없습니다. 계산이 복잡한 건 덤이고요. 지형 적응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각종 특수 스킬은 작동 원리나 효과가 뭔지 처음 플레이해보면 직접 설명이라도 읽지 않는 한은 알 길이 없어요. 이런 건 깊이 있는 요소가 아니라, 그냥 불편한 겁니다. 오히려 원작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게임을 찾아올 팬들을 고려하면 더 직관적이어야 해요.

게임의 난이도도 생각할 여지가 없는 단순한 게임이라서 별로였습니다. 게임이 단순한 것과 깊이 있는 것은 다른 문제거든요. 테트리스의 룰은 매우 단순한데,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누구나 스트레스 받지 않고 클리어할 수 있어도, 충분히 고민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게임의 좋은 미덕이에요.(물론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게임이 흔하지 않죠.)

이번 작에서 추가되었다던 EX 액션/오더는 그런 점에서 난이도를 떨어뜨릴 뿐이지, 플레이어가 고민할만한 요소가 되지 못해요. 사각형의 맵을 가진 턴제 게임인데도 막상 그런 맵을 가지고 하는 고민은 고작해야 이동력 밖에 없어요. 다양한 엄폐물을 고려해야 하는 엑스컴을 고려하면 좀 더 전술적인 요소를 넣어줄 법했는데요.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는 제가 상당수의 원작을 본 적조차 없는 걸 감안해도 대부분 각자의 원작의 내용을 적절히 섞어서 진행하는 방식이라서 문제가 없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예 이야기가 없다시피 한 캐릭터들이 좀 있어서 문제였고요. 대신 자잘하게나마 다른 캐릭터들과 교류할만한 것들이 없어서 매우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서 로비 화면에서 특정 캐릭터와 대화를 나눈다는다거나 하는 식의 이벤트를 넣어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이런 스타일의 게임에 호의적이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이 인기 있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살리는 방향이긴 한가 싶을 때가 많아요. 이렇게 다양한 원작의 캐릭터들이 서로 어울리는 게임은 오늘날에 서구권 개발사의 게임에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요소인데, 어느 정도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턴제 게임의 정체성을 부정할 생각이 아니라면 좀 더 짜임새 있는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도 많이 아쉽긴 한데, 이 시리즈만의 매력이란 건 확실히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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