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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6/26 00:06:34
Name   벤젠 C6H6
Subject   앞으로 c6h6씨의 계획
이번에 시험공부를 하면서 느낀 거랑 제 삶에 있어서 조금 알게 된 거랑 앞으로 제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거랑.. 이런 것들에 대해서 썰을 풀려고 글을 써요.


이번에 시험공부를 하면서 정말 기뻤던 것은, '내가 내 자신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는 느낌'을 정말 오랜만에 가져봤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또, 공학도로서 느끼는 공학의 공부에 대한 제 impression을 더 확고히 할 수 있었어요. 공학은.. 이를 가지고 유쾌한 수다를 떨거나 오랜 시간 동안 잡설을 떠들만큼 철학적으로 관심이 가는 떡밥거리가 많은 편은 아닌데, 또 온갖 지저분한 수식들과 제약조건들이 판을 치는 좋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가장 현실에 맞닿아있는 학문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공학은 beautiful하거나 elegant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considerate한 지식체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텍스트언어학text linguistics적, 담화분석discourse analysis적 기법들을 이번 시험공부에 한번 활용해봤는데, 상당히 효과가 있었고, 언어학이 (언어학에 대한) 비전공자의 일상에 줄 수 있는 도움이 매우 크다는 제 개인적인 믿음에 더 확신을 가질 계기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사람은 정말 몸이 아프면 그 어떠한 행위도 제대로 하기 힘들고, 두뇌 회전도 잘 되지 않으며, 성격도 괴팍해지는 것 같아요. 몸이 아프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몸이 아팠다가, 다시 몸이 안 아프니 알 것 같아요. 물론 이것도 함부로 일반화할 수 없는 생각이겠지만.. 제일 컸던 것은, '미래에는 지금의 나보다 더 괜찮은 나의 모습이 오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였는데 일말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것이 다 옛날 말이 되길 바래요. 이미 그렇게 되고 있어요.

의사님은 자꾸 저에게 앞으로 나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었지만, 저는 별로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시험 대비해서 몇주간을, (며칠의 예외를 빼고는) 머리가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이제 제 몸이 더 이상 아프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근거가 있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지금 현재에 저를 진단해주시고 처방해주시는 의사님이에요. 언제나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서 조언을 해주시죠. 저 역시 모범적인 환자가 되려고 그분께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어요.

저는 항상 제게 이유없이 주어진 많은 것들에 감사하면서 살아요. 제가 당연히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것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에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화를 내고 그럴 때도 있(었)지만.. 그런 것을 자꾸 떠올릴 수록 기분만 좋지 않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은 저를 더욱더 옥죄어 왔어요. 세상에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있어요. 사랑하는 감정, 슬퍼하는 감정, 아파하는 감정, 타인의 처지와 입장에 공감하는 감정.. 이것들 모두 소중한 것이에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철학으로는, '감사하는 마음'만큼 그렇게 고귀한 감정이 없겠더군요 = =;; 제가 성격이 괴팍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까지 겪어온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이 다 학생들을 진정으로 아끼는 분이셨다는 것에 감사하고, 지금의 제 철학을 있게끔 해준 대학교 1학년의 '과학철학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우연히도 수강신청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지금 그리고 앞으로 평생 영원히 제 롤모델이자 우상으로 떠받들고 살아갈 어떤 연예인을 직접 만나서 그녀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그리고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과 이제 불화를 덜 겪고 살아간다는 것에 항상 고마울 따름이에요. 제가 어떤 성격과 성향을 가진 어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귈지는 제 능력 밖에 있는 일일 텐데도 불구하고, 저는 유난히도 사람복이 많은 인간이었어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도 우울의 극치를 달리고 실의에 빠져서 비생산적인 태도나 취하고 있었겠죠..

제가 정당한 이유없이 받았던 핍박 역시 무시할 수 없이 컸던만큼, 저처럼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앞으로 더 치료받고 위로받고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하는 마음 역시 커요. 여기에 대해 제가 일말의 기여를 했으면 싶어요.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자유의지라는 것에 의해서 자유롭게 생각한다고 하지만, (많은 경우에) 그저 귀찮아서 다른 사람들의 처지와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자신이 처한 특수한 조건 하에서 겪은 특수한 경험사례들을 지나치게 일반화시키려고 하는 오류를 범해요. 물론 저도 여기에 대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고요. 이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점이 제가 가진 큰 재산이에요. 제가 타인에게 존중받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유일한 근거가 바로 저 자신이 먼저 그 사람을 존중함에서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저와 관련되지 않은 타인의 일에 대해서도 최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고 열의를 보일 거에요. (그렇다고 오지랖을 부리고 살겠다는 건 아니지만요)






앞으로 언어학.. 그 중에서도 담화discourse를 다루는 언어학 지식에 초점을 맞추어서 공부를 할 생각이에요. 담화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는 역시 텍스트언어학과 담화분석이 으뜸이고, 그 외에도 이에 관련한 여러 가지 학문분야가 있어요.

기사시험 준비는 몇 달 후에 다시 시작할 것이고요. 며칠 후면 공기업 취업 학원에 다시 들어갑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여름방학에도 잠시 다녔었는데, 이제는 학교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졸업생 신분이니 학원을 쭈욱 다닐 수 있겠죠. 6개월 반을 끊을 거에요. 이론 3개월 반, 문제 3개월 반.. 자신 있습니다. 저에게는 언어학적 지식이 있으니 최대한 이 배운 지식을 살려서 많은 전공책과 전공 관련 텍스트들을 읽는 것으로 대비할 겁니다.

그리고, 제게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어떤 연예인을 위해, 팬아트를 그려보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공부를 먼저 해야겠죠.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만화도 제가 지금 구상하는 만화의 형식 - 언어학적으로는 너무도 당연하게도 있어야 할 - 을 아직까지 구현해본 적이 없어서, 제 철학이 담긴 그 형식의 만화로 그 분의 스토리의 일부를 그려보려고 합니다.






별로 관심 가져줄 필요는 없는 제 개인적인 글인데, 그래도 관심가져주셔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것이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앞으로 더 열정을 갖고 또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면서 이 글을 다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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