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14 19:44:15
Name   Neandertal
Subject   기억하지 못하는 놈에게 자비란 없다...
40이 넘어서 아재가 되면 건강관리공단이란 곳에서 가끔 건강검진 받으라는 안내 전화가 오게 됩니다. "괜히 나중에 중병 걸려서 공단 기금 축내지 말고 좋은 말로 검사하라고 할 때 꼬박꼬박 검사 받으라"는 취지죠...--;;

그래서 오늘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피를 뽑는 것이나 컵에 소변 받는 것, 흉부 엑스레이 찍는 것, 치과 검진대에 누워서 입 크게 벌리는 것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은 아주 가벼운 것들이죠...

그러나 문제는...바로...위 내시경 검사였습니다...공단에서 전화가 왔을 때 저는 일반 위 내시경 검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2009년에도 한 번 일반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수면이 아니라 일반 내시경으로 하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게 참 간사한 게 시간이 흐르면 예전의 아픈 기억들도 추억보정이라는 과정이 발생하면서 좀 더 아련하게 채색을 시킨다는 거지요. 2009년 당시에 위 내시경 검사가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아무래도 수면 내시경으로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약물을 사용해서 인위적으로 수면 상태로 빠진다는 게 좀 꺼림직 했던 것도 이런 결정을 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검진대에서 그 검은 호스 같은 것이 제 목구멍을 찌르는 순간 마치 클럽의 사이키 조명처럼 제 머릿속을 스치는 다섯 글자짜리 단어가 있었으니...그것은 바로...."수면 내시경"...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잊었던 2009년도의 아픔이 세포 하나, 하나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면서 저는 "지옥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여기 건강관리공단 위 내시경 검사실이 지옥이리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우~~~워워~~~에에~~~엑!"

장담 하건데 카니발 콥스의 보컬 죠지 피셔도 이때 당시 저의 그롤링을 능가하는 그롤링은 음반에서고 라이브에서고 보여주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검사 결과는 좋아서 당분간 위를 교체하거나 부분 수리할 필요 없이 그냥 이대로 몇 년은 쓸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하지만 저는 건강관리공단 건물을 나서면서 굳게 결심했지요...

다음번에는 꼭 수면 내시경으로 검사 받으리라 하고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012 문화/예술기돈 크레머 & 뤼카 드바르그 리사이틀 보고 왔습니다. 5 Darwin4078 16/06/13 4931 0
    7328 일상/생각기득권의 권력 유지를 저항하려면... 6 풀잎 18/04/04 4266 8
    788 IT/컴퓨터기록의 디지털화를 위해 해왔던 노력 사용기... 10 damianhwang 15/08/13 11845 0
    12939 일상/생각기록하는 도구에 대한 욕망... (1) 22 *alchemist* 22/06/22 3341 16
    13030 일상/생각기록하는 도구에 대한 욕망… (2) 30 *alchemist* 22/07/27 3574 11
    12282 일상/생각기면증 환자로 살아남기 - 1 4 BriskDay 21/11/18 4123 19
    3569 의료/건강기면증과 Modafinil ( 왜 감기약을 먹으면 졸릴까?) 3 모모스 16/08/24 5471 0
    10502 기타기부이벤트 총선 스코어 맞추기 결과 발표. 21 Schweigen 20/04/16 3389 33
    3185 의료/건강기분을 먹고 사는 어떤 장내세균 23 눈부심 16/07/04 4638 2
    1772 창작기사님, 북창동이요 1 王天君 15/12/15 6167 0
    1183 기타기생충 이야기 7 모모스 15/10/06 10361 2
    188 기타기생충 한마리에 숨겨져 있던 인류이야기 5 개평3냥 15/06/03 12607 0
    1175 과학/기술기생충에 대한 또다른 인간의 방어법 IgE 8 모모스 15/10/05 11028 0
    1343 기타기수열외... 현실은 픽션보다 더 끔찍하다. 67 블랙이글 15/10/26 12162 0
    2291 일상/생각기숙사령부 이야기 1 No.42 16/02/25 4552 2
    5721 기타기아 자동차 스포츠 세단 '스팅어' 13 싸펑피펑 17/05/31 4834 0
    9426 일상/생각기억... 5 o happy dagger 19/07/11 5092 28
    1273 영화기억에서 사라진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8 눈부심 15/10/16 8153 0
    3779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1) 2 피아니시모 16/09/27 3474 0
    3783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2) 3 피아니시모 16/09/27 3500 0
    3791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3) 3 피아니시모 16/09/28 3203 1
    3793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4) 피아니시모 16/09/29 3253 1
    3797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完) 7 피아니시모 16/09/29 4102 8
    587 의료/건강기억하지 못하는 놈에게 자비란 없다... 24 Neandertal 15/07/14 7316 0
    2279 일상/생각기업윤리와 불매, 그리고 라면 38 Raute 16/02/23 4441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