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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8/27 02:55:42 |
Name | 벤젠 C6H6 |
Subject | 내 인생을 다시 설계해보기 |
(며칠이 지난 후에 이 글을 지울게요. 죄송합니다.) 나는 중학생 때 두통을 처음 앓고서 지금까지의 내 삶에 대해서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십몇년 간을 머리에 불이 나 있었다. 학교를 겨우겨우 갔고 대학교도 별로 대단한 대학교는 아닌데(물론 나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곳입니다.) 어찌어찌 갔고, 내가 행복할 때는 수면을 취할 때였다. 잠을 잘 때는 그래도 고통이 없더라.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인 줄 알았다. 제대로 된 판단.. 아니 그 어떠한 생각조차도 할 수 없었다. 생각은 뇌의 작용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머리가 너무 아프거나 혹은 머리에 항상 큰 불이 나 있는 상태라서, 생각의 진행 자체가 굼떴다. 몇 년간을 계속 고통스러워하기만 했지 배운 것이 없었다. 사람과 접촉이 자연스럽게 적게 되었는데 사회성마저 결여되었고 인간관계의 설정 및 감정의 유발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했고 내 생각만 했다. 내가 내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어지니 누구에게 의존하고 의지하고 싶어졌다. 부모님은 나의 병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모욕주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화목하게 잘 지낸다. 가끔 트라우마가 떠올라서 가슴아픈 때도 있는데 치료를 병행하면서 잊으려고 한다. 내가 병을 앓고 있고 불쌍한 사람이니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봐주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사랑을 해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그것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고, 이제 그것이 현실적으로도 당위적으로도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것 이상을 내가 그 사람에게 바라면 안 되고, 아니 다른 사람에게 그 무엇을 주었던지에 상관없이 어떤 누군가에게 많은 것을 바라면 그 사람에게 실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에게 혹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감사표시는 해야지. 계속 현실과 부딪히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현실을 회피하는 것은 하나도 멋지지 않고, 현실을 상당부분 설명할 수 없고 현실을 조금이라도 예측할 수 없고 현실에 일정부분이라도 적용이 불가능한 관념은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그 생각 하나로 나는 버텼다. 이 생각을 져버리면 나의 모든 인지적 활동이 진실되지 않은 한낱 기호의 장난질 이상이 되지 않게 된다. 내가 지금 느끼는 것, 내가 이 곳에서 생각하는 것, -내가 현재 점유하고 있는 이 시공간 좌표에 앉아있으면서-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숭고하다고 생각하고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그 모든 것들이 현실에서 반드시 그대로 그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계속 내 생각을 지속적으로 피드백받으면서 수정해야 한다. 나의 독단과 편견은 이 실재세계로부터의 무수한 다양한 감각들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진정으로 해소되는 것이다. 상정한 아름다운 가상의 것으로부터 내가 사랑받기를 바라기보다는, 나를 두들겨패는 이 현실을 내가 먼저 다가가서 사랑해야 한다. 요 몇 주간 어떤 작업 때문에 어떤 공부를 했고, 여기에서 어떤 조그마한 성취를 이루었다. 요즈음 내 스스로가 이룩하는 성취감이라는 맛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중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느낌.. 이제 몸도 많이 아프지 않으니 마음만 잘 추스리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자연과학적 법칙 정도만이 그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마음이 나약하지만 결국 내 머리가 내 마음을 이기는 사람이다. 내 머리가 틀릴 수 있다면, 자존심이 상하지만 내 생각을 교정하고 또 앞으로 전진하면 되겠지. 배를 타고 나아가다보면 어떤 좋은 결과가 있겠지. 또 설령 어떤 좋은 결과가 있지 않더라도 그 배를 타고 바다를 질주하는 그 자체에 나는 의미를 느껴야 한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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