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9/06 02:19:15
Name   Erzenico
Subject   Bebop - 카우보이는 아닐 지라도
안녕하세요, 어쩌다 보니 전공과도 관련없고 세부 지식도 없이 열정만으로 재즈사를 훑고 있는 Erzenico입니다.
오늘은 일전 소개해 드린 Swing Jazz 시대가 막을 내릴 때 즈음해서 여러 재즈 영웅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발생한
[비밥], 혹은 짧게 줄여 밥이라고 불리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비밥'이라는 이름은 즉흥적으로 뜻없는 음절로 애드립을 흥얼거리는 스캣에서 자주 사용하는 두 음절에서 따왔는데
아마도 이런 즉흥성이야말로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지요.

그에 앞서 너무 오랜만에 진행하는 재즈사 연재에 지난 내용을 잊으셨다면 잠깐 스윙 부분을 참고하셔도 좋아요.
(https://redtea.kr/?b=3&n=6086)

기본적으로 1940년대까지의 재즈는 '춤추기 위한 음악'이었습니다. 이 본질은 스윙이라는 춤의 한 형태로,
[Traditional Jazz]라는 이름의 음악들로 현재도 잘 보존되어 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1940년대의 젊은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재즈에 대한 인식에 대해 반발심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재즈가 가진 가능성을 확장해 좀 더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음악으로 만들기를 원했고
그것을 위해 택한 방법은 크게 보면

1. 춤출 수 없게 빠른 템포를 더 잘게 쪼개서 연주한다
2. 당김음을 더 복잡하게 쓰고 대리 코드, 확장 코드 등의 요소를 이용해 멜로디를 복잡하게 만든다.

의 두 가지로, 이후 재즈가 이런 특성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특성을 더하거나
아니면 이런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향의 변화를 추구하거나 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발전해 나가면서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특성이 됩니다.

이 시대에 활약한 연주자들은 기존에 연주되던 스윙 시대의 곡이나 뮤지컬 곡들도 연주했지만
대부분 자신이 연주하는 스타일로 새롭게 작곡을 해내던 편이며
이들이 만들어 낸 곡이 후대 연주자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면서 재즈 스탠다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비밥 연주자인 [찰리 파커] Charlie "Bird" Parker의 곡을 들으면서 위의 특성이 잘 나타났는지 한번 살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이러한 변화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고 (왠지 이 표현 전에 쓴 글에서도 몇 번이나 쓰지 않았나 싶은데...)
스윙 시대 연주자들이 소규모 편성의 밴드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주거나 작은 클럽에서 연주하는 경험이 이미 있었고
(대표적으로 Coleman Hawkins나 Lester Young 같은 테너맨들의 경우)
여러 유명 재즈 오케스트라들이 뉴욕으로 모임으로서 유망한 젊은 연주자들이 이들을 동경하며 뉴욕으로 몰리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와중에 경제 악화의 여파로 빅밴드 보다는 소규모 캄보밴드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남으로서
점차적으로 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만,
그 연주자들이 주로 모여서 연주를 즐기던 [민튼즈 플레이하우스] Minton's Playhouse 에
하필이면 [델로니어스 몽크] Thelonious Monk나 [케니 클락] Kenny Clarke 같은 연주자들이 하우스 밴드로 일하고
또 거기에 찰리 파커나 [디지 길레스피] Dizzy Gillespie, [찰리 크리스찬] Charlie Christian과 같은 연주자들이 어울린 것은
여러 기분좋은 우연이 겹쳤다고 설명해야 할 일 같습니다.



이처럼 여러 유능한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펄펄 끓고 있던 뉴욕의 1940년대 중, 후반은
새로이 등장하는 연주자들과 작곡가들의 합류로 더욱 농도 짙은 음악의 수프같은 형태가 되어
후대의 모던 재즈가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자양분을 마련해 주었고
비밥을 더욱 리드미컬하고 세련되게 다듬은 하드 밥, 절제미가 중요시되는 쿨 재즈,
비밥의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모달 재즈 등 여러 음악의 본바탕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연주자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너무 길기 때문에 추후 기회가 되면 진행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스탠다드로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All The Things You Are.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678 7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660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22 + 매뉴물있뉴 24/11/15 1218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855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810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03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484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13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1 dolmusa 24/11/13 663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364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37 31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4 Leeka 24/11/11 1022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508 4
    15036 일상/생각과자를 주세요 10 하마소 24/11/11 545 18
    15035 일상/생각화 덜 내게 된 방법 똘빼 24/11/11 398 14
    15034 일상/생각긴장을 어떻게 푸나 3 골든햄스 24/11/09 600 10
    15033 일상/생각잡상 : 21세기 자본, 트럼프, 자산 격차 37 당근매니아 24/11/09 1709 42
    15032 IT/컴퓨터추천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 13 토비 24/11/08 694 35
    15030 정치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며 13 코리몬테아스 24/11/07 1459 28
    15029 오프모임[9인 목표 / 현재 4인] 23일 토요일 14시 보드게임 모임 하실 분? 14 트린 24/11/07 511 1
    15028 도서/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 다람쥐 24/11/07 734 31
    15027 일상/생각그냥 법 공부가 힘든 이야기 2 골든햄스 24/11/06 679 16
    15025 생활체육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562 31
    15024 정치2024 미국 대선 불판 57 코리몬테아스 24/11/05 2228 6
    15023 일상/생각마흔 직전에 발견한 인생의 평온 10 아재 24/11/05 796 2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