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24 16:05:07
Name   Neandertal
Subject   일본 쇼토쿠 태자의 패기(?)...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2권을 읽다 보니 재미난 일화가 하나 소개되어 있어서 여기에 옮겨 봅니다.

일본에는 야마토 정권이 고대국가로 발돋움 하는데 초석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쇼토쿠 태자(574-622)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태자는 일본 최초의 법인 ‘헌법 17조’를 반포해서 일본이 율령국가로 나아가는 초석을 쌓은 사람으로 일본에서도 많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불교가 일본에 전파되어 뿌리를 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패기 빼면 시체...


그런데 이 양반이 선진문물을 더욱 받아들이려고 서기 607년 수나라에 견수사를 파견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사신 일행에게 자신이 쓴 국서를 들려 보냈는데 그 국서의 내용이 아래와 같았다고 합니다.


[日出處天子 致書 日沒處天子 無恙]

이 내용을 번역하면...

["해 뜨는 곳의 천자가 해 지는 곳의 천자에게 글을 보낸다. 별고 없으신가?"]

라는 뜻이 된다고 합니다.


이 국서를 받아 본 수 양제는 아주 대노했다고 합니다. 어디서 듣보잡이 감히 천자를 참칭하는 것도 모자라서 "별고 없으신가?"라고 했으니 수 양제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를 낼만 했겠지요. 이건 마치 사단장이 부대를 방문했는데 이제 막 자대배치를 받은 이병이 "나는 군 생활 그냥 저냥 할 만한데 아저씨는 어때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까요?



벙찐 수 양제...


하지만 쇼토쿠 태자 입장에서는 막말로 수나라는 그때까지 자기네하고는 아무런 교류도 없던 사이이고 어차피 나라대 나라로 동등한 입장이라고 생각했을 테니 일부러 자신을 낮추고 수 양제를 높여줄 아무런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수 양제는 이 국서에 대해서 답신도 했다고 전해지는데 일본 사신이 돌아가는 길에 백제에서 그만 그 답신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그 사신도 참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되는데 그 답신의 내용이 어떤 것이었을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좋게 좋게 말로 잘 타이르는 내용이었을까요 아니면 요즘 랩퍼들이 잘 한다는 폭풍 디스(?)였을까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74 기타아저씨들과의 잘못된 만남... 26 Neandertal 15/06/30 8609 0
    486 기타선택받지 못한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박사과정의 비애 14 Neandertal 15/07/01 8197 0
    502 과학/기술김박사, 명왕성의 저 점들은 뭐지?... 8 Neandertal 15/07/03 9020 0
    509 영화터미네이터 2의 삭제된 엔딩... 21 Neandertal 15/07/04 14611 0
    517 음악배신의 대가는 별점 하나지... 17 Neandertal 15/07/05 9042 0
    807 일상/생각만 원짜리 운동화... 15 Neandertal 15/08/17 6043 0
    524 과학/기술아, 안 돼!...거의 다 왔는데...(내용 추가) 19 Neandertal 15/07/06 8463 0
    543 과학/기술뉴호라이즌스호는 왜 파업을 했나?... 21 Neandertal 15/07/08 8421 0
    570 영화잘 키운 쌍둥이 열 CG 안 부럽다... 20 Neandertal 15/07/11 12221 0
    580 문화/예술친구야...아직도 잃어버리지 않고 잘 가지고 있단다... 16 Neandertal 15/07/13 8646 0
    578 영화같은 추억팔이...다른 결과... 20 Neandertal 15/07/13 8126 0
    587 의료/건강기억하지 못하는 놈에게 자비란 없다... 24 Neandertal 15/07/14 7311 0
    596 기타왜 흉내지빠귀는 앵무새가 되었을까?... 40 Neandertal 15/07/16 20683 0
    604 도서/문학당신이 죽기 전까지 읽어봐야 할 50권의 책... 19 Neandertal 15/07/17 7645 0
    615 기타DNA를 사용해서 범인을 검거한 최초의 사례... 10 Neandertal 15/07/18 8838 0
    629 영화다시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은 할리우드 영화 3편... 34 Neandertal 15/07/21 6849 0
    646 역사일본 쇼토쿠 태자의 패기(?)... 17 Neandertal 15/07/24 16033 0
    660 영화다 죽어가던 [백 투 더 퓨처]를 살린 영화...[로맨싱 스톤] 3 Neandertal 15/07/26 6886 0
    664 영화키가 커서 배역에서 잘린 배우... 18 Neandertal 15/07/27 18987 0
    676 영화배우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5 Neandertal 15/07/29 6065 0
    727 기타람보르기니 vs. 페라리... 15 Neandertal 15/08/04 7528 0
    749 영화영화 속에서는 스타...현실은 개차반(?)... 7 Neandertal 15/08/08 6786 0
    764 기타실용성이냐 스타일이냐? (Model T vs. LaSalle) 5 Neandertal 15/08/10 4823 0
    794 영화아재 추억팔이!...[백 투 더 퓨처] 촬영 뒷모습... 3 Neandertal 15/08/13 6123 0
    798 기타그런데 쓰라고 있는 머리가 아닐텐데... 6 Neandertal 15/08/15 6961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