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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1/01 03:17:33
Name   Erzenico
Subject   [번외] Red Garland & Paul Chambers & Philly Joe Jones - 비밥의 뼈대를 구축한 사람들
한동안 게임과 몇가지 사정으로 인해 글쓸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던 지라
새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번까지는 번외편으로 쓰고 다음 편인 쿨 재즈를 빨리 써버려야 글쓰기에 탄력을 받을 것 같습니다.

비밥이라는 장르의 태동을 이끈 것이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로 대표되는 연주자 그룹,
그리고 이를 발전 계승 시킨 스타 플레이어가 [마일스 데이비스], [소니 롤린스] 등이라고
이전 작성한 두 번외편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관악기를 연주하는 프런트맨으로,
이들의 악기로는 비밥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혼자서 완성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음악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어느 정도의 틀을 구축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리듬 섹션]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아마 비밥과 그 이후 재즈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리듬 섹션 세 명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피아니스트 [레드 갈란드 Red Garland]는 35전의 복싱 경력을 가진 연주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그는 어린 시절 색소폰을 주로 연주하다가 18세에 피아노로 전향, 이후 5년여 뒤에 전문 연주자로 데뷔하게 됩니다.
그것이 1946년의 일로, 뉴욕은 이미 비밥 연주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였으므로
레드 갈란드 역시 자연스럽게 비밥 연주자들과 연주를 맞춰갔고
기존에 활동하고 있던 비밥/스윙 피아니스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발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54년부터 58년까지 (58년부터 마일스는 윈튼 켈리, 빌 에반스 등과 활동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일원이 되어 프레스티지 4부작, Round About Midnight 등의 걸작 앨범들에 참여했죠.

레드 갈란드 연주의 특징은 독특한 [블록 코드] 기술에 있는데,
그의 블록 코드는 왼손으로 근음을 뺀 코드 보이싱을 4개의 음을 짚고
그 루트를 한 옥타브 올려서 오른손으로 멜로디를 옥타브 주법 + 4도 또는 5도의 3개의 음으로 동시에 짚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그의 독창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후대의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도 곧잘 차용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도 피아노를 안 치는 입장이라 말로 설명만 하면 어렵기만 하고 지루하니,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것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베이시스트 [폴 체임버스 Paul Chambers]는 35세의 나이에 헤로인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베이스의 천재입니다.
그는 15세까지는 학교 밴드에서 관악기를 연주하다가 15세에 처음 베이스를 접하고
그 3년 뒤에야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시대적으로 앞선 듀크 엘링턴 재즈 오케스트라의 베이시스트 [지미 블랜튼]
처음으로 솔로 연주자로서, 그리고 타임 키퍼로서의 베이시스트의 역할을 제시하였으나 그가 결핵으로 22세에 세상을 떠나고
스윙/비밥의 세계에서는 오스카 페티포드, 레이 브라운 등의 베이시스트가 그러한 역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고 중이었습니다.

이러한 연주자들에게 영향을 받은 폴은 타임 키퍼로서의 밴드 내 베이스의 역할에
음악의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리딩 악기로서의 역할을 더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자면, 한 코드에서 다음 코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한 코드를 네 개의 음을 분산화음으로 짚고 넘어간다고 치면
네번째의 음을 다음 코드에서 빌려와서 쓰는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곡의 진행을 알리는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솔로이스트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클래식에서 자주 쓰이는 보잉을 처음으로 재즈에 도입한 것도 그의 공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이런 연주들을 바탕으로 여러 밴드에서 세션을 뛰었고, 1955년부터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일원으로 연주하였습니다.
이런 그의 연주의 특징들이 많이 담겨있는 곡을 하나 들어보고 지나가겠습니다.



[필리 조 존스 Joseph Rudolph "Philly Joe" Jones]는 그 까다로운 마일스 데이비스가 가장 좋아했던 드러머로
레드 갈란드와 폴 체임버스를 찾아낸 전국 연주 여행도 필리 조와 함께 갈 정도로 그의 사운드를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일반적으로 빅 밴드에서와는 달리 캄보 밴드에서는 사운드 밸런스를 맞추어 볼륨을 줄이고 덜 공격적으로 연주하였지만
마일스와 초기 함께 활동했던 피아니스트 태드 대머론 Tadd Dameron의 조언을 받아 빅 밴드에서처럼 적극적으로 연주하게 되었고
왼손을 적극적으로 스네어 드럼에 롤링 및 더블 스트로크 하면서 리듬을 잘게 쪼개고
그 사이 사이 오른손을 움직이며 탐, 플로어 탐, 심벌을 끼워넣는 방식은 리듬을 단순히 연주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밴드의 음악 내에서 적극적으로 리듬을 해석하면서 동시에 기계적이지 않고 역동적인 타임키핑을 하는 등
재즈 드러머의 영역을 더 확장하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의 연주의 장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빠른 비트의 음악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을 가진 뛰어난 연주자 세 명이, 훌륭한 프런트맨과 이루어 낸 결과물은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재즈 역사에 남겼습니다.
또한 이를 출발점으로 해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니
이들이 만난 1955년, 그리고 그 후 4년여 간은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들이 '위대한' 마일스 데이비스 초기 퀸텟으로서 만들어 낸 음악을 들으면서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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