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27 17:43:19
Name   세인트
Subject   쓰다보니 피꺼솟하는 이야기.

아래 nickyo 님 글 보고 문득 떠오른 얼마전에 있었던 와이프의 직장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와이프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직도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앞뒀을 때도, 지금도 제일 큰 고민이 건강 걱정이지요.
와이프는 아이를 한시라도 빨리 갖고싶어합니다.
그래서 고생고생을 해 가며 각종 부작용을 참아가며 다양한 약을 써 보고 있습니다.
기존에 쓰던 약은 확실히 효과는 좋은데, 워낙 독해서 아이가 생기면 안 좋을 수 있다네요.
그런 정도인지라, 걸핏하면 낮밤이 바뀌는 간호사 업무가 아내에게는 꽤나 고역이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앞두고 돈을 적게 받아도 좋으니 밤샘당직을 안하겠다고 미리 말씀을 드렸고, 아무 문제 없다고 OK사인까지 났는데

갑자기 간호과장이 바뀌면서
'내가 야간 당직서기 싫으니(정말로 저렇게 말했습니다 -_-;;)그냥 지금처럼 다니세요 아니면 그만두던가'
라고 말했고
하는 수 없이 와이프는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 때부터 별의 별...
일단 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못 갔던 연차를 퇴직 전에 가겠다고 했더니 가지말라고 X랄을 하더니
그러면 연차 안가고 일할테니 연차수당을 달라고 했더니 못 준다며 X랄X랄을 하더군요.
즉, 수당도 받지 말고 쉬지 말고 무료봉사를 하다가 나가라는 건데, 와이프는 어수룩해서 그냥 속만 상해하고 있길래
제가 전화해서 조곤조곤 설명했더니 궁시렁거리면서 '일부연차 인정 일부수당 지급 그러나 이 이상은 무리' 뭐 이래서 일단 그 정도로 타협을 봤습니다.
그러고 겨우 일단락 했나 싶었는데
갑자기 와이프가 마지막 당직근무를 서고 아침에 돌아오고 바로도 아니고 만 하루가 지난 다음날 아침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와이프를 들볶더군요.
말인즉슨 와이프가 당직 선 다음부터 병원 카드키(정신병원이라 대부분의 문을 항상 잠궈놔야 합니다)가 없어졌다며
이건 '무조건' 제 와이프가 분실했거나 빼돌렸다면서 진짜 그야말로 생 난리를 피우더군요;;;

와이프가 저에게 말한 전말은 이랬습니다(제가 의알못이라 저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근무를 마칠 때 쯤, 여느 때처럼 카드키를 들고 (이 카드키가 마스터 키 같은 카드키입니다 병원에서 분실했다고 난리치는 그 카드키이기도 하지요)

전체 순찰을 한 바퀴 돌고 간호사실로 돌아와서 카드키를 원래 늘 두던 곳에 두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정상적으로 인수인계를 하고 퇴근했는데,

다음 근무자, 다다음 근무자까지 낮 시간이라 순찰을 굳이 다니지 않아 하루가 거의 다 지나서 다시 밤 근무자가 된 다음에서야 카드키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그날 야간 근무자가 알아냈다고 하더군요. (이건 간호과장의 주장입니다. 사실, 그 중간에 다른 사람이 썼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 데 낮 근무자, 저녁 근무자도 항상 모든 키가 제 자리에 있는지 봐야 하는 게 있는데, 그런 건 하나도 안해놓고 뒤늦게 제 아내가 모든 잘못을 했다?

정말 그 전화 받을 때부터 짜증이 치밀어 오르더군요. 심지어 간호과장이라는 분은 처음에는 아예 제 와이프를 '도둑년' 으로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니 몇일만 일 더 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정신병원 카드키를 훔친답니까 -_-;;;

거기다 CCTV고 어디고 와이프가 카드키를 들고 나가거나 하는 모습도 없었는데 말이죠.

와이프의 전언에 따르면 다음날은 더 가관이더군요.

니가 훔치진 않았지만 니 잘못이다 라면서

와이프에게 경위서를 쓰라고 했다는데 경위서가 아니라 반성문 쓰듯이 시켰다더군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은 저의 책임이고 과실이며 제가 잘못해서 카드키를 분실하였습니다' 라는 문장을 넣으라고

옆에서 몇 시간을 윽박지르고 회유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더라구요.

와이프는 경위서를 쓰면서도 왠지 그렇게 써선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그 부분만은 필사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퇴근 후에 부터 2차 웨이브(?!)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간호과장이 갑자기 '니가 카드키를 잃어버려서 니 잘못인건 너도 알지?' 로 시작하는데 (아주 그냥 세뇌수준입니다 -_-;;)

'이러저러한 보안상의 이유로 카드키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안되니 어쩔 수 없이 병원의 전체 문에 보안장치를 다시 설치해야 되고

그 비용이 어림잡아 몇백만 원이다. 니 과실이니 니가 다 내야겠다' 라는 겁니다;;;

와이프가 그건 너무 말도 안된다고 했더니 '니가 안 내면 다른 간호사들이 내야 한다, 꼭 이렇게까지 얼굴 붉히면서 나가야 하느냐?' 이런 식으로

나중에는 거의 협박조로 전화를 했다더군요.

어지간해서 화 안내는 와이프인데, 병원에서 별의 별 험한 꼴 당해도 잘 이야기 안하던 제 아내가

그날 제가 퇴근하기도 전에 전화해서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고 눈물을 펑펑 쏟더군요.

너무 말도 안 되는 식으로 전개가 흘러가서 오죽하면 저도 와이프가 과장한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악독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아침저녁으로 와이프에게 돈 내놓으라고 거의 채권추심업체 수준으로 독촉을 해 댔습니다 -_-;;

보다못해서 제가 병원에 전화를 해서 간호과장이라는 분이랑 대화를 하고 싶다 했더니 휴가가있다고 전화를 안 받으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약 10여 분 뒤에 와이프에게 톡이 와서

'지저분하게 가족 끌어들이고 뭐하는 짓이냐, 나 쉬는데 이런 연락을 병원으로부터 받게 해야 되느냐, 그렇게 안봤는데 XX씨 영 별로네' 뭐 이런식이었습니다.

-_-;;; 지 휴일은 소중하고 아침저녁으로 쉬는 날이고 안 쉬는날이고 전화 문자 톡 보내서 망가진 제 와이프 휴일은요;;;

아무튼 정말 보다보다 못해서

제가 병원에 전화를 다시 해서

'와이프가 분실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있는지 알려달라. 그게 아니라면 와이프가 내야 할 의무는 없는 걸로 안다.

그리고 앞으로 아침저녁으로 전화 하지마라. 다 녹취해서 내용증명 보내겠다' 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와이프한테 힘내라고 저런 애들한테 한 푼도 줄 필요 없다고 했지만,

제가 출장이 잦은 관계로... 그 바로 다음날 일본으로 3박 4일 출장을 가게 되었고, 이 출장이 크루즈 선상심사관련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구간이 꽤 있었고

결국 마음 여린 와이프는 그 뒤에도 미친듯이 아침저녁으로 괴롭혀대니까 결국 GG를 선언하고

(그래도 법적으로 하자는 말에 쫄기는 했는지 50만원만 내라고 했다더군요 무슨 금액이 저리 널뛰기를 하는지 어떤 근거인지도 모르겠고;;;)

50만원을 내겠다고 했다더군요.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진짜로 저 간호과장을 조지고 싶은데 와이프가 참으라고, 나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지만, 저런 애들이랑 안 엮이는게 낫다고 필사적으로 말려서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습니다.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정말 혈압이 오릅니다...


일하면서 쓰느라 순서가 뒤죽박죽이긴 한데, 추가로 부연하자면

반성문 쓰라고 한 다음에 병원측에서 갑자기 없던 말을 만들어내더군요.

마스터키는 원래 절대로 쓰면 안 되는 거라고, 그걸 쓴 이상 니 잘못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써왔다구요.

와이프가 병원짬밥 하루이틀 먹은 것도 아니고, 거기다 이 병원에서 1년 넘게 있도록 단 한 번도 저런 이야기는 없었고

자기도, 다른 간호사들도, 심지어 간호과장 본인도 수시로 저 마스터키를 썼답니다.

그런데 무조건 와이프 과실이라고 주장하다가 그게 안 먹히니까

갑자기 '원래 아무도 안 쓰던건데 뭔 소리 하느냐' 고 간호과장이 주장하는데 근거는 없고

그런데 동료 간호사들이 처음에 '에이 그건 말도 안 된다' 라고 하더니 몇일 지나니까

'그런데 카드키를 쓴 건 언니가 잘못한 거 같아요' 라고 말이 바뀌거나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따로 연락하지 말래요' 라는 후배 간호사들의 톡 답신이 오더군요;

거기다, 와이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대부분이 법알못인 젊은 간호사들한테 법가지고 장난질이 장난이 아니었더라구요.

와이프한테 들은 대로 예를 들자면, 근무를 만 1년을 불과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간호사에게

이러저러한이유로 그만둬주었으면 한다면서 '앞으로의 경력을 생각하면 "지금 바로 자발적으로" 그만두는것이 좋다'고 우겨서

그 막내 간호사가 360일인가 일하고 그만두게 해서 실업급여니 뭐니 이런거 하나도 안 준 경우도 있었고

와이프에게도 제가 중간에 법대로 하자고 하니까

'신랑 끌여들여서 그렇게 법대로 하자고 나오면 이 바닥에서 소문 안 좋게 날거다' 라는 식으로 반 협박(?)을 하기도 하고,

아무튼 진짜 최악이더군요.


어디 하소연할데도 털어놓을데도 없었던지라 써 보았습니다.

괜히 피꺼솟할 글 올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P.S: 다행히 와이프는 현재 다른 병원에서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고 전부터 알던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들이 계시는 병원이고,

워낙 와이프가 똑부러지게 일하는 스타일이라(과장이 아닙니다. 집안일도 그래서 제가 덕을 많이 봅니다 흐흐)

와이프가 이전 병원 그만둬야겠다고 말 꺼내자마자 오라고 성화였던 병원이라

잘 다니고 있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1 일상/생각착한 사람을 잡아먹는 착한 사람들 13 nickyo 15/07/27 5260 0
    662 철학/종교보수, 진보, 도덕, 공리주의 23 눈부심 15/07/27 8494 0
    674 도서/문학너무 유창한 화자의 문제 26 뤼야 15/07/29 9563 0
    664 영화키가 커서 배역에서 잘린 배우... 18 Neandertal 15/07/27 18980 0
    665 일상/생각쓰다보니 피꺼솟하는 이야기. 41 세인트 15/07/27 6207 0
    667 요리/음식연인 혹은 아내에게 선물하기 좋은 의미를 가진 와인(~3만원이하) 24 마르코폴로 15/07/27 11433 0
    668 일상/생각한 폭의 그림같은 직장 이야기 #1 16 No.42 15/07/28 5921 0
    669 IT/컴퓨터???: 윈도우 10 예약을 취소하시기 바랍니다. 15 kpark 15/07/28 8914 0
    670 꿀팁/강좌[원팁원샷]귀차니스트 사진강좌를 시작하며 24 난커피가더좋아 15/07/28 8211 0
    671 역사은나라 주왕은 정말 폭군이었는가 8 개평3냥 15/07/28 13497 0
    672 요리/음식'폴 로저' - 처칠이 사랑한 와인 13 마르코폴로 15/07/28 7366 0
    673 꿀팁/강좌마트 와인 코너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위한 팁(달콤한 스파클링 와인편) 21 마르코폴로 15/07/28 13672 0
    680 역사당신 그림의 가격은 우리 와인 4박스요.- 샤또 무통 로칠드 14 마르코폴로 15/07/29 9693 0
    675 경제롯데,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 9 난커피가더좋아 15/07/29 5478 0
    676 영화배우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5 Neandertal 15/07/29 6058 0
    677 음악Natalie Merchant - My Skin 11 새의선물 15/07/29 6513 0
    678 일상/생각최근에 깨달은 커피 맛 47 한아 15/07/29 6974 0
    682 꿀팁/강좌[원팁원샷(1)]여친/남친 이쁘게/잘생기게 찍기 27 난커피가더좋아 15/07/29 9835 0
    681 IT/컴퓨터한 고등학생의 하스스톤을 이용한 교내 발표 연구가 화제입니다. 13 듣보잡 15/07/29 9745 0
    683 일상/생각한 폭의 그림같은 직장 이야기 #2 13 No.42 15/07/30 4960 0
    684 음악Sinead O'Connor - This is a rebel song 4 새의선물 15/07/30 7234 0
    685 일상/생각이름 갖고 놀리면 못쓴다는데... 23 세인트 15/07/30 5811 0
    686 꿀팁/강좌마트 와인 코너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위한 팁(드라이 스파클링 와인편) 8 마르코폴로 15/07/30 10189 0
    687 일상/생각한 폭의 그림같은 직장 이야기 #3 15 No.42 15/07/30 5187 0
    688 음악when you are old... 12 새의선물 15/07/31 778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