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15/07/27 17:43:19 |
Name | 세인트 |
Subject | 쓰다보니 피꺼솟하는 이야기. |
아래 nickyo 님 글 보고 문득 떠오른 얼마전에 있었던 와이프의 직장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와이프가 저에게 말한 전말은 이랬습니다(제가 의알못이라 저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근무를 마칠 때 쯤, 여느 때처럼 카드키를 들고 (이 카드키가 마스터 키 같은 카드키입니다 병원에서 분실했다고 난리치는 그 카드키이기도 하지요) 전체 순찰을 한 바퀴 돌고 간호사실로 돌아와서 카드키를 원래 늘 두던 곳에 두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정상적으로 인수인계를 하고 퇴근했는데, 다음 근무자, 다다음 근무자까지 낮 시간이라 순찰을 굳이 다니지 않아 하루가 거의 다 지나서 다시 밤 근무자가 된 다음에서야 카드키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그날 야간 근무자가 알아냈다고 하더군요. (이건 간호과장의 주장입니다. 사실, 그 중간에 다른 사람이 썼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 데 낮 근무자, 저녁 근무자도 항상 모든 키가 제 자리에 있는지 봐야 하는 게 있는데, 그런 건 하나도 안해놓고 뒤늦게 제 아내가 모든 잘못을 했다? 정말 그 전화 받을 때부터 짜증이 치밀어 오르더군요. 심지어 간호과장이라는 분은 처음에는 아예 제 와이프를 '도둑년' 으로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니 몇일만 일 더 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정신병원 카드키를 훔친답니까 -_-;;; 거기다 CCTV고 어디고 와이프가 카드키를 들고 나가거나 하는 모습도 없었는데 말이죠. 와이프의 전언에 따르면 다음날은 더 가관이더군요. 니가 훔치진 않았지만 니 잘못이다 라면서 와이프에게 경위서를 쓰라고 했다는데 경위서가 아니라 반성문 쓰듯이 시켰다더군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은 저의 책임이고 과실이며 제가 잘못해서 카드키를 분실하였습니다' 라는 문장을 넣으라고 옆에서 몇 시간을 윽박지르고 회유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더라구요. 와이프는 경위서를 쓰면서도 왠지 그렇게 써선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그 부분만은 필사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퇴근 후에 부터 2차 웨이브(?!)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간호과장이 갑자기 '니가 카드키를 잃어버려서 니 잘못인건 너도 알지?' 로 시작하는데 (아주 그냥 세뇌수준입니다 -_-;;) '이러저러한 보안상의 이유로 카드키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안되니 어쩔 수 없이 병원의 전체 문에 보안장치를 다시 설치해야 되고 그 비용이 어림잡아 몇백만 원이다. 니 과실이니 니가 다 내야겠다' 라는 겁니다;;; 와이프가 그건 너무 말도 안된다고 했더니 '니가 안 내면 다른 간호사들이 내야 한다, 꼭 이렇게까지 얼굴 붉히면서 나가야 하느냐?' 이런 식으로 나중에는 거의 협박조로 전화를 했다더군요. 어지간해서 화 안내는 와이프인데, 병원에서 별의 별 험한 꼴 당해도 잘 이야기 안하던 제 아내가 그날 제가 퇴근하기도 전에 전화해서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고 눈물을 펑펑 쏟더군요. 너무 말도 안 되는 식으로 전개가 흘러가서 오죽하면 저도 와이프가 과장한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악독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아침저녁으로 와이프에게 돈 내놓으라고 거의 채권추심업체 수준으로 독촉을 해 댔습니다 -_-;; 보다못해서 제가 병원에 전화를 해서 간호과장이라는 분이랑 대화를 하고 싶다 했더니 휴가가있다고 전화를 안 받으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약 10여 분 뒤에 와이프에게 톡이 와서 '지저분하게 가족 끌어들이고 뭐하는 짓이냐, 나 쉬는데 이런 연락을 병원으로부터 받게 해야 되느냐, 그렇게 안봤는데 XX씨 영 별로네' 뭐 이런식이었습니다. -_-;;; 지 휴일은 소중하고 아침저녁으로 쉬는 날이고 안 쉬는날이고 전화 문자 톡 보내서 망가진 제 와이프 휴일은요;;; 아무튼 정말 보다보다 못해서 제가 병원에 전화를 다시 해서 '와이프가 분실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있는지 알려달라. 그게 아니라면 와이프가 내야 할 의무는 없는 걸로 안다. 그리고 앞으로 아침저녁으로 전화 하지마라. 다 녹취해서 내용증명 보내겠다' 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와이프한테 힘내라고 저런 애들한테 한 푼도 줄 필요 없다고 했지만, 제가 출장이 잦은 관계로... 그 바로 다음날 일본으로 3박 4일 출장을 가게 되었고, 이 출장이 크루즈 선상심사관련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구간이 꽤 있었고 결국 마음 여린 와이프는 그 뒤에도 미친듯이 아침저녁으로 괴롭혀대니까 결국 GG를 선언하고 (그래도 법적으로 하자는 말에 쫄기는 했는지 50만원만 내라고 했다더군요 무슨 금액이 저리 널뛰기를 하는지 어떤 근거인지도 모르겠고;;;) 50만원을 내겠다고 했다더군요.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진짜로 저 간호과장을 조지고 싶은데 와이프가 참으라고, 나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지만, 저런 애들이랑 안 엮이는게 낫다고 필사적으로 말려서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습니다.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정말 혈압이 오릅니다... 일하면서 쓰느라 순서가 뒤죽박죽이긴 한데, 추가로 부연하자면 반성문 쓰라고 한 다음에 병원측에서 갑자기 없던 말을 만들어내더군요. 마스터키는 원래 절대로 쓰면 안 되는 거라고, 그걸 쓴 이상 니 잘못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써왔다구요. 와이프가 병원짬밥 하루이틀 먹은 것도 아니고, 거기다 이 병원에서 1년 넘게 있도록 단 한 번도 저런 이야기는 없었고 자기도, 다른 간호사들도, 심지어 간호과장 본인도 수시로 저 마스터키를 썼답니다. 그런데 무조건 와이프 과실이라고 주장하다가 그게 안 먹히니까 갑자기 '원래 아무도 안 쓰던건데 뭔 소리 하느냐' 고 간호과장이 주장하는데 근거는 없고 그런데 동료 간호사들이 처음에 '에이 그건 말도 안 된다' 라고 하더니 몇일 지나니까 '그런데 카드키를 쓴 건 언니가 잘못한 거 같아요' 라고 말이 바뀌거나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따로 연락하지 말래요' 라는 후배 간호사들의 톡 답신이 오더군요; 거기다, 와이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대부분이 법알못인 젊은 간호사들한테 법가지고 장난질이 장난이 아니었더라구요. 와이프한테 들은 대로 예를 들자면, 근무를 만 1년을 불과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간호사에게 이러저러한이유로 그만둬주었으면 한다면서 '앞으로의 경력을 생각하면 "지금 바로 자발적으로" 그만두는것이 좋다'고 우겨서 그 막내 간호사가 360일인가 일하고 그만두게 해서 실업급여니 뭐니 이런거 하나도 안 준 경우도 있었고 와이프에게도 제가 중간에 법대로 하자고 하니까 '신랑 끌여들여서 그렇게 법대로 하자고 나오면 이 바닥에서 소문 안 좋게 날거다' 라는 식으로 반 협박(?)을 하기도 하고, 아무튼 진짜 최악이더군요. 어디 하소연할데도 털어놓을데도 없었던지라 써 보았습니다. 괜히 피꺼솟할 글 올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P.S: 다행히 와이프는 현재 다른 병원에서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고 전부터 알던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들이 계시는 병원이고, 워낙 와이프가 똑부러지게 일하는 스타일이라(과장이 아닙니다. 집안일도 그래서 제가 덕을 많이 봅니다 흐흐) 와이프가 이전 병원 그만둬야겠다고 말 꺼내자마자 오라고 성화였던 병원이라 잘 다니고 있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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