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9/03 16:55:36
Name   세인트
Subject   잊지 못하는 와우저의 추억.

여자 게이머 이야기 나온 김에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와우저 여성유저가 있었는데
원래는 탐라에 쓰다가 길어질 것 같아서 티타임으로 옮겨 적습니다.


불타는 성전 확장팩이 딱 시작할 때 새로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호드 흑마법사로 시작했습니다.
얼라이언스 같은 공대 맘에안드는놈 있어서 필드에서 잡아볼까 싶기도 하고,
기존 공대 친목질에 질려서 아무도 없는 데서 맨땅에 헤딩으로 키워볼 요량으로다가요.

정말 1코퍼 4칸가방 지원하나 받은 거 없이 맨땅에 헤딩으로 키우는데
한 10렙 중반인가... 20인가 부터 어쩌다가 파티로 성기사 한 분이랑 같이 파티를 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건, 그 쪼렙때부터 보호 성기사 외길인생을 걷는 탱커분이셨죠.
말투도 다나까 말투를 쓰시기도 하고
~~군 이라는 아이디이기도 했고
당시 저는 여자유저분들은 겜을 잘 못할거라는 편견도 있고 해서
여자일거라곤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아무튼 그분이랑 정말 70까지 쭉 같이 겜했어요.
접속시간대도 비슷하고, 그분도 따로 인맥없이 새로 시작하신 분 같더라구요.
쭉 같이 겜해서 그런지, 호흡은 진짜 지금까지도 제 평생에 같이 겜해본 분중에 가장 잘 맞았습니다.
말 한마디 없어도 점사/어글관리/풀링/메즈 다 잘 되던. 정말 재밌게 겜했었어요.
솔직히 와우인생 통틀어서 불성 초반에 새로 호드로 키우던 그 시절이 저에겐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아무튼 70찍고 인던 졸업할 때 쯤부터 레이드를 다녀야 하는데
이미 자리잡힌 기존 상위권 공대에서 탱커자리가 날리가 만무하고
그 분께서는 탱커 성기사로서 레이드를 들어가기도 힘들고 큰 흥미도 없으셨고 해서
그 뒤부턴 자주 같이 게임을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접속하면 서로 귓말로 '알카 콜? 으손 콜? / ㅇㅇ' 이러고 같이 다니곤 했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의 금요일 저녁처럼 5인던전을 재미나게 돌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참, 그때쯤에는 거의 3인이 고정이었어요. 중간부터 쭉 같이 힐러 하나랑 같이 하게 되었거든요.
편의상 앞으로 그 탱커 성기사분을 A, 힐러를 B라 칭하겠습니다.
나이 순서는 저 - B - A 순서였지요.

던전을 끝내고 나서 사트러스(제 기억이 맞나 모르겠네요. 불성 중립 대도시 같은 곳이었는데)에서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내일은 어디 돌까요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 탱커 A분이
자기가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있어서 접속을 못 할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서울 사는 김에 한번 만나자고 콜을 했습니다.
정말 진짜 호흡이 너무 잘 맞고 같이 겜하는게 재밌고 개그코드도 맞고 그래서
나이가 제가 몇 살 위인 김에 올라오면 한번 보자 형이 한턱 쏠게 막 그러고 있었지요.
B도 형이 쏘면 얻어먹으러 가겠습니다 막 그러고 있더라구요.

그 때 A가 처음으로 자신이 여자임을 밝혔습니다.
당시에 저는 연애나 이런데 별 관심이 없는 와창인생이라
여자면 뭐 어떠냐, 어차피 미트스핀 드립치는 놈들끼리 와우 이야기 하고 놀면 되지
이러고 보자고 했어요.

그리고 만났는데, 솔직히 굉장한 미녀셨습니다. 제가 딱 좋아하는 타입의 ㅋㅋ
아무튼 그래도 연애감정 이런거 전혀 없이 재밌게 놀았어요.
만나자마자부터 거의 새벽까지 셋이서 계속 와우 수다로 날을 새웠지요.
주로 저랑 A랑 쪼렙때 이야기 많이 하고, B가 약간 겉돌긴 했습니다.
근데 중간에 화장실 갈때 B가 따라나와서
'형 저 A가 진심으로 맘에 드는데 형 A를 이성으로 좋아하세요?' 라더군요.
아무 생각없이 아니 난 그냥 파티원으로서 잘맞는건데? 하니까
자기가 그럼 A랑 잘되보고자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도와줄 생각이나 능력은 없으니 알아서 해라 했습니다.
뭐 아무튼 제 개인적으로는 정말 너무 재밌게 만나서 놀고, 다음날 아침 해장까지 시켜주고 집으로 왔더랬죠.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A와 B가 사귀게 되었다고 둘이 이야기하더군요.
B가 적극적으로 들이댔고, 성공한 거죠.
(나중에 듣기로는 A가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근데 그렇게 되면서 3인 파티는 잘 꾸려지지 않게 되었고
B가 A에게 여러 가지 지나친 요구들을 하게 되면서
결국 서로 다 서먹해지고 연락이 다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리분을 앞두고 투기장 팀원들과 함께 살타리온 서버로 이주를 하게 되면서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비엔나로 떠나게 되면서
완전히 연락이 끊겼었지요.
근데 와우 생각을 하면, 오리지널이고 불성이고 리분이고 레이드고 투기장이고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사실은 지금까지도 와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한국 돌아왔을 때
거의 관리하지 않아서 방치되있던 제 네이버 블로그 방명록에 글이 하나 있더군요.
어떻게 알았는지 A가 제 블로그 주소를 알아서
(아마 애드온이나 기타등등 때문에 메일주소를 교환했었던지라 그 주소 보고 네이버 블로그를 찾은 듯 합니다)
자기를 기억하느냐며, 잘 지내는지 안부 묻고
이제 자기는 와우를 접고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원래 꿈이던 일을 찾아서 새출발을 한다고 써놨더라구요.
(원래도 잡담할때 작가가 꿈이라고 했었습니다. 지금은 몇몇 웹소설을 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때 A는 사실 저를 좋아했었다고
근데 B때문에 말을 못했었다고 하면서
그래도 지금까지도 저랑 같이 파티했던 시절이 게임 라이프에서 가장 즐거웠다고
새출발 하는 자신의 미래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시절이었다고 적어놨더군요.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저도 A를 많이 좋아했었더군요. 이성으로서는 아닐지 몰라도
앞으로도 평생 겜하면서 그렇게 쭉 같이 호흡 맞춰본 콤비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졸업하고 반백수/프리랜서 때라 그렇게 겜을 했던 거지 이제는 그렇게 게임을 할 시간도 체력도 안 되요 ㅋ)



아쉽거나 그런건 전혀 없고, 그냥 예전에 가장 잊지 못할 파티원이자 든든한 동료였던 분에 대해 써 봤습니다.




21
  • 소설입니다 아무튼 소설이에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678 7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676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22 + 매뉴물있뉴 24/11/15 1233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861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811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06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486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15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1 dolmusa 24/11/13 665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364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37 31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4 Leeka 24/11/11 1025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508 4
15036 일상/생각과자를 주세요 10 하마소 24/11/11 545 18
15035 일상/생각화 덜 내게 된 방법 똘빼 24/11/11 399 14
15034 일상/생각긴장을 어떻게 푸나 3 골든햄스 24/11/09 601 10
15033 일상/생각잡상 : 21세기 자본, 트럼프, 자산 격차 37 당근매니아 24/11/09 1712 42
15032 IT/컴퓨터추천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 13 토비 24/11/08 694 35
15030 정치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며 13 코리몬테아스 24/11/07 1461 28
15029 오프모임[9인 목표 / 현재 4인] 23일 토요일 14시 보드게임 모임 하실 분? 14 트린 24/11/07 511 1
15028 도서/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 다람쥐 24/11/07 736 31
15027 일상/생각그냥 법 공부가 힘든 이야기 2 골든햄스 24/11/06 680 16
15025 생활체육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564 31
15024 정치2024 미국 대선 불판 57 코리몬테아스 24/11/05 2232 6
15023 일상/생각마흔 직전에 발견한 인생의 평온 10 아재 24/11/05 798 2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