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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8/17 17:36:38 |
Name | Neandertal |
Subject | 만 원짜리 운동화... |
제주시에는 5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민속 5일장이 있습니다. 상당히 역사가 긴 민속장인데 요즘은 좋은 구경거리가 되어서 저 같은 현지인들 말고도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굳이 뭘 사지 않더라도 사람구경, 가격흥정 구경하는 맛으로도 한 번쯤은 찾아볼 만한 곳이지요. 오늘은 거기를 같다가 예정에도 없이 만 원짜리 운동화를 하나 샀습니다. 운동화들을 잔뜩 쌓아놓은 가게 앞을 지나다가 갑자기 옛날 생각이 떠올라서 충동구매를 하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저희 집은 찢어지게 가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풍족하고 여유롭게 살았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많지 않은 아버지의 월급으로 늘 알뜰하게 살림을 꾸리셨는데 그러다 보니 제가 학교 다닐 때 신었던 운동화들은 늘 이런 민속 시장에서 산 짝퉁들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타이거"니 "월드컵"이니 "프로 월드컵"이니 하는 소위 말하는 "메이커" 신발들을 신었지만 (나이키는 아주 귀해서 초등학교 때는 거의 본 기억이 없고 좀 잘사는 집 아이들은 "아식스"를 신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리 조르고 졸라도 어머니가 그런 운동화들은 사 주시질 않으셨지요. 늘 오일장표 짝퉁 운동화였습니다. 어린 맘에 제가 신은 신발은 왜 그렇게 초라하게만 보였던지. 아마도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사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정말 죽기만큼 신기 싫었던 오일장표 신발이었는데 오늘은 지나가다 가격을 물어보니 무려(!) 만 원 밖에 안 하더군요. 나이키 운동화 하나 살 돈으로 열세 켤레 정도는 살 수 있는 가격이었습니다. 마침 운동하러 다닐 때 신는 운동화가 오래되고 좀 무거운 것 같아서 가벼워 보이는 놈으로 하나 물어 왔는데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습니다(이제는 이런 신발들도 다 "메이드 인 차이나"네요.) 자진해서 오일장표 신발을 다 사고...저도 이제 정말 아재가 되었나 봅니다... 상표: 미소지움(miso zium) 가격: 10,000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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