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11/01 10:55:17
Name   Danial Plainview(Profit)
Subject   몇 년간의 연합사 관련 뉴스를 보며 느끼는 생각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52&aid=0001210761

이 기사를 보면, 마치 한국 정부의 최근 대북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생각보다 긴 히스토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책을 꼽으라면 전작권 전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 때부터 자주국방을 주장하며(http://sonnet.egloos.com/2709719 참고) 전작권 환수를 주장했고, 그 결과 외교안보라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작권 전환을 확정시켰죠. 이 당시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는 측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했는데

-NATO같은 집단안보체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작전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다면 진정한 독립국이라고 할 수 없다'라는 식의 워딩이나
-한미연합사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연결해주는 기구일 뿐 결국 MCM이나 SCM 산하에 있는 것인데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군이라는 이유로 꼭 전시작전권이 미군에게 속해 있는 것처럼 말하던 것이었죠.

한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2012년까지 확정이 되었지만 국방부는 항상 이걸 롤백시키고 싶어했습니다. 결국 연합사가 갖고 있던 전작권을 한국군 단독으로 행사한다는 것은 연합사가 해체됨을 의미하게 되는데, 한국군은 전환 시기까지 연합사의 공백을 메꿀 자신이 없었던 것이죠. 이런 이해관계는 미군도 공유하는 것이어서, 중국의 부상과 함께 오바마 행정부 역시 동북아시아 역내에 연합사를 계속 두고 싶어하게 됩니다. 결국 양쪽의 이해관계 일치로 인해 이명박 행정부 들어서 2015년까지 연기. 박근혜 행정부 시기인 2014년 SCM때는 '특정 조건이 갖춰지기 전까지' 연기하게 됩니다. 이는 조건을 모호하게 서술함으로써 '사실상 무기한 연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410240440748329

한편 '자주국방을 위해서 한국군이 전작권을 단독행사'한다는 "대의명분"은 무시할 수 없으면서 '연합사의 존재'로 인한 "실리"는 둘 다 갖고 싶은 우리는 눈 가리고 아웅을 하게 되는데 그게 위에 있는 韓 주도 연합사죠. 어차피 연합사는 SCM-MCM이라는 상위기구 아래에 존재하기 때문에 연합사 사령관이 누구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방식은 '연합사령관이 미군이니까 전작권은 미군에게 있는 게 아니냐'라는 오해를 연합사 사령관에 한국군을 임명함으로써 불식시키고 계속해서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처음에 나오기 시작한 건 2012년인데 아래 블로그 포스팅은 아직 정보가 혼선이 있을 때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죠.

http://nestofpnix.egloos.com/4713198
http://bluegazer.egloos.com/2872389

그 뒤 1년쯤 뒤엔 이런 기사들이 나오게 됩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30603001010

그리고 오늘이죠.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10439155&isYeonhapFlash=Y&rc=N

결국 이것이 말해주는 교훈은...

선출된 행정부의 수장이 어떻게 생각하든 밑의 관료조직들은 쉽게 바뀌지 않고, 수장이 관심을 보일 때면 뭔가 하는 척 하다가 다시 관심이 지나가면 계속해서 자신들이 원래 하던 방향으로 돌아가며, 큰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늘 하던 대로 한다는 것. 

존버는 관료제는 승리한다...

따라서 이런 관료제를 상대로 대중 정치인이 조직의 근본적인 속성을 바꾸려고 싸우는 것은 대체로 패배로 끝나며, 원하는 방향으로 이러한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는 조직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보다는 조직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이뤄내는 것이 대체로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1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51 정치몇 년간의 연합사 관련 뉴스를 보며 느끼는 생각 19 Danial Plainview(Profit) 18/11/01 5173 11
    3425 기타몇가지 관련글을 적어보려고 했습니다. 16 피아니시모 16/08/02 3625 4
    5850 일상/생각몇가지 기묘한 불륜에 관한 사례들 15 사악군 17/06/28 13073 1
    7345 일상/생각몇년전 이야기.... 1 제그리드 18/04/06 3329 0
    1010 의료/건강몇명의 환자에게 같은 약을 주면 한명이 치료될까? 35 Beer Inside 15/09/16 7475 0
    3191 스포츠몇몇 선수들의 타격 사이클 그래프 모음 11 당근매니아 16/07/04 5156 0
    2981 꿀팁/강좌몇몇 웹사이트 소개 7 기아트윈스 16/06/09 4297 1
    4774 문화/예술몇몇 작품들 24 은머리 17/02/05 6253 1
    6256 영화몇몇 퀴어 독립영화 단상. 7 tannenbaum 17/09/10 3850 2
    11171 일상/생각모 바 단골이 쓰는 사장이 싫어하는 이야기 6 머랭 20/11/26 3768 25
    6432 사회모 배우의 강제추행 사건에 관하여 13 烏鳳 17/10/18 5928 10
    9499 일상/생각모 사이트에서 30살이 왜 여와서 이러고 있냐는 글을 보고 주절주절(짤에 일베밈포함) 12 하트필드 19/08/01 6277 8
    1536 문화/예술모 웹툰의 디테일과 배경 수준 10 블랙이글 15/11/12 14403 0
    12592 일상/생각모 중소병원 직장인의 일기 16 자몽에이드 22/03/07 3732 23
    11841 오프모임모객) 7/11 일 점심 평양냉면 54 even&odds 21/07/02 3726 1
    3649 게임모던 워페어 리마스터 이야기 6 저퀴 16/09/04 5104 0
    9261 게임모던 워페어로 또 돌아가는 콜 오브 듀티 3 저퀴 19/05/31 4541 2
    11527 방송/연예모던 코리아 시즌2 3부 짐승 1 하트필드 21/03/27 3857 1
    6370 IT/컴퓨터모델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4 aqua 17/10/05 4341 7
    2494 영화모두가 초능력자 - 기묘한 사랑이야기 3 Raute 16/03/29 9666 0
    13580 일상/생각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정직하게 너를 마주하는 것 7 양라곱 23/02/20 2119 10
    2227 과학/기술모든 물리는 국소적이다. 22 눈부심 16/02/15 7870 5
    3465 기타모든것의 시작 4 이젠늙었어 16/08/07 4533 1
    3525 스포츠모럴 해저드 KBO? 15 kpark 16/08/16 4401 0
    9015 게임모로윈드, 모드 설치와 실행 삽질 기록. 1 메리메리 19/03/31 9651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