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1/20 09:50:28
Name   The xian
File #1   20190120_010000.jpg (584.0 KB), Download : 45
Subject   [내폰샷] No. 05 - 아이러브커피 (03)


앞서 말한 것처럼, 좀 더 레벨이 잘 오르고 돈을 빨리 벌 수 있는 상위 커피 메뉴를 얻기 위해서 커피 시험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상위 커피 메뉴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전의 커피 메뉴가 별 세 개는 되어야 했기 때문에 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최소한 두 번의 시험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별 세 개를 맞기 위해서는 '엑설런트' 세 개만 맞으면 되었기 때문에 불행 중 다행입니다. NPC들의 재료 배합 등등에 대해서 한 개쯤은 틀려도 '엑설런트'는 나오니까요. 하지만 어떤 퀘스트나 다른 미션 등을 통과하기 위해 커피 메뉴를 별 네 개 정도를 받아야 하면 시험 NPC를 최소한 아홉 번 만나야 합니다. (별 두개 때 두 번, 별 세개 때 세 번, 별 네개면 네 번)


그리고 별 다섯 개를 받으려면 정말 지옥이 펼쳐집니다. 등장하는 다섯 NPC들의 시험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퍼펙트' 다섯 개를 반드시 맞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도 설명을 했습니다만 여기에서 '퍼펙트'라는 것은 말 그대로 '퍼펙트'. NPC들의 주문 사항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가령 샷을 하나 덜 넣었다거나, 휘핑크림 '아주 적게'에서 끊을 타이밍을 놓쳐 '적게'를 누르거나 하면? '퍼펙트'는 절대로 못 받습니다.

저도 한 수백 번 정도의 시험을 볼 때까지는 즐겁게 했습니다만 그놈의 별 다섯 개 받는 시험에서 다섯 NPC에게 '퍼펙트' 맞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 때문에 나중에는 5등급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을 정도입니다. 나중에 재도전 기회가 생기기는 했지만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시험을 다시 쳐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아이러브커피의 서비스가 오래 지속되면서 고레벨 커피 메뉴들은 그저 커피 주변기기와 충분한 레벨 정도만 있으면 얻을 수 있도록 변경되고 새로 업데이트 된 커피 메뉴들은 이러한 시험을 치는 일도 없이 등급을 저절로 올릴 수 있도록 변경되면서 저는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났습니다.

어쨌거나, 커피 등급 시험은 수고에 비하면 보상의 정도나 메리트가 너무 짰기 때문에, 이 커피 등급이나 등급 시험 등의 시스템을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내가 이러려고 커피 등급을 올렸나' 하는 허탈함이 생길 정도의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이런 원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러브커피 이후에 같은 회사에서 나온 아이러브파스타에서는 파스타 요리의 등급을 올리게 되면 소비하는 재료의 양이 줄어들거나, 파스타 한 접시를 파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파스타를 팔아서 얻는 골드의 양이 증가하는 등 요리의 등급을 올려야 하는 이유를 만들었지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아이러브파스타는 골드 인플레가 아이러브커피보다도 더 빨리 생기게 됩니다.)


뭐 지금 와서 돌아보면, 커피 등급 시험 시스템에 대해 인식이 이렇게 바뀐 건 아이러브커피가 서비스되고 제가 즐기는 약 6년의 시간 동안 트렌드도 즐기는 사람의 의식도 처지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PC나 콘솔, 온라인 게임도 처음에 나온 것은 드넓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고 전투를 하는 것만으로도 컨텐츠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게임이 고도화된 지금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입니다. 돌아다닐 데가 많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거나 싸우는 건 어디까지나 기본, 그것도 기본 중의 기본 사양이고 그 이상의 재미나 성장할 수록 뭔가 디테일한 보상 혹은 메리트가 있기를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새로운 게임에 불타서 했을 때는 무언가를 하는 일, 즉 아이러브커피로 따지자면 시험을 쳐서 커피의 등급을 올리는 일은 처음엔 즐거움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장벽이 너무 큰 반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극히 적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그 자체가 나름의 재미가 있었던 일이었기에 몰두했었고 지금도 비슷한 행동을 하라고 한다면, '충분한 재미'만 있으면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재미'라는 보상은 빨리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을 지속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아이러브커피의 커피 등급 시험 시스템은. 뭐랄까. 좀 많이 아쉽고 스트레스를 오히려 가중시키는 안타까운 시스템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저처럼 세월이 지나도 비슷한 동기부여로 비슷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사실 저도 예전에 했던 불편함 그대로 무언가를 다시 겪으라고 하면 말은 그렇게 할지 몰라도 실제로 똑같은 불편함까지 감수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어떤 것을 즐겼던 감성과 추억은 어느 정도 미화와 보정이 되기 마련이고 저도 어느 정도는 그러니까요.

지금에 와서는 고생스러웠던 경험이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경험으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별볼일 없는 보상을 주는 그런 시험들을 하나하나 쳐 가면서 제작할 수 있는 커피 메뉴가 늘어나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 때는 충분히 재미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6년이나 할 일이 없었겠지요.

다음 번에는 아이러브커피의 단골손님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 No. 06 - 아이러브커피 (04)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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