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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6/09 15:31:02수정됨
Name   치리아
Subject   [스포일러]엑스맨:다크 피닉스 얕은 리뷰
* 엑스맨:다크 피닉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샤잠! 에 대한 소소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탈것'이 집요하리만큼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진 그레이 가족이 탄 자동차가 뒤집히는 걸로 영화가 시작하고, 우주선에 생긴 문제가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됩니다. 진의 폭주에 경찰차가 뒤집히고 헬기가 추락합니다.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는 차들이 가득한 뉴욕 도로에서 싸움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자동차는 물론 지하철까지 끌려와 처참하게 부서집니다. 진과 대면한 프로페서 X는 '탈것'인 휠체어에서 끌려내려집니다.
 제압당한 뮤턴트들은 후송기차에 갇혀서 이송되는데, 외계인의 습격과 군인/뮤턴트의 반격 와중에 기차는 점차 고철로 변해갑니다. 기차를 호위하던 헬기들은 무력하게 부서지고요. 마침내 각성한 진은 후송기차를 손수 산산조각내지요. 직접적인 갈등 내지 파괴의 대상이 아닌 탈것도 비극의 전조를 보여줍니다. 엑스맨이 타는 '제트기'는 물론이고, 외계인(릴란드라)이 밤중에 '택시'를 타고 동료와 접선하는 장면과 프로페서 X가 진의 이상을 깨닫고 밤중에 '자동차'를 타고 X맨션으로 복귀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처음에는 '탈것'을 작품 초기의 '펜' 비유와 결부지어서 '능력=도구란 사용하는 것에 달렸다'는 메세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작품 안 보신 분을 위해 설명드리면, 프로페서 X가 진에게 볼펜을 보여주며 '너는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눈을 찌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펜은 펜일 뿐이다'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나 탈것은 작품 내내 부정적인 인상으로 나타나더군요. 기껏해야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가 체스를 둘때 배경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정도가 긍정적인 이미지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탈것에는 '목적지'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목표와 인생에 대한 비유일까 생각해봤지만, 글쎄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영화의 시작과 끝이 '진 그레이가 탈것을 파괴하는' 행위란 겁니다.
 영화의 시작에서는 어리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진이 의도치않게 가족이 탄 자동차를 전복시킵니다. 그로인해 의도치않게 사람이 죽게되죠. 영화의 끝에서는 (일단 영화내용상으론)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진이 스스로의 의지로 후송기차를 파괴합니다. 그 과정에서는 의도한대로 외계인들이 죽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안에서 진은 부모님에 의해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는 경험을 합니다. 후송기차는 말할 것도 없이 엑스맨/뮤턴트에 대한 억압의 표상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에서의 '탈것' 중 일부는 진에 대한-나아가 초능력자/소수자에 대한 억압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진에 앞서 매그니토가 후송기차 칸 하나를 파괴하는 장면이 있기도 하고요.
 그렇게 본다면 진이 프로페서 X를 휠체어에서 끌어내리는 장면은 의미심장합니다. 이 작품에서의 프로페서 X는 진을 -비록 그녀를 생각해서지만- 정신적으로 억압한 존재거든요. 작품 초반부의 미스틱과 프로페서 X의 갈등도 '프로페서 X의 방식이 결과적으로 뮤턴트를 다른 형태의 억압 속으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냐'는 거고요. 미스틱이 죽은 뒤 행크도 프로페서 X에게 잘못을 인정해라, 미스틱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고 절규합니다. 미스틱이 말했는지 행크가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프로페서 X로부터 뮤턴트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말도 나왔죠. 프로페서 X가 은퇴하고 '자비에 영재학교'가 '진 그레이 영재학교'로 바뀌는 건 그의 방식이 틀렸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제가 그거에 동의한단 건 아니고요, 영화 내 서사에선 그렇다고요.


 하지만 이렇게 본다면 이 영화의 메세지는 뭐가 될까요. '억압에 대한 반항도 가려서 해라?' 사실 진 그레이의 부모님이 진을 무시한 건 그저 장난이지 샤잠! 도입부마냥 악의가 있었다고 볼 순 없습니다. 프로페서 X가 진의 마음을 억압한 것도 그녀를 지키기 위한 거였죠. 그러나 진의 반항은 비극을 불러왔습니다. 어릴 적의 반항은 사랑하는 가족을 영원히 없애버렸고, 우주에서 돌아온 후의 반항은 애꿏은 사람들을 죽이고 기껏 개선시킨 뮤턴트에 대한 이미지를 망쳐놨죠. 반면 반항을 멈추고 프로페서 X를 받아들인 진은 기차를 파괴함으로서 적을 물리치고 피닉스로서 승천합니다.
 그런데 이건 별로 좋은 메세지같지는 않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경찰국가의 프로파간다 영화가 아닌 이상 이렇게 체제순응적인 메세지를 담으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어차피 이 작품은 기존 엑스맨 작품과의 연결을 자해 수준으로 끊어놓고 있긴 합니다만) 엑스맨 시리즈의 기본적인 주제의식과 완전히 반대됩니다.

 그러면 다른 메세지를 생각해봅시다. '사랑 섞인 억압이라도 억압은 억압이다'. 좀 그럴듯하네요. 사실 진의 반항이 비극으로 이어졌다곤 해도, 그 발단은 결국 억압이었죠. 영화의 끝에서 프로페서 X는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에게 용서를 빕니다. 진은 그것을 이해하고 용서함으로써 각성하고요. 너무 급변해서 개연성의 문제를 지적받긴 하지만, 복수의 허망함을 말하고 결국엔 진을 지키기위해 싸우게 되는 매그니토도 이 서사에 어울립니다. 이렇게 보니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면 피해자가 잊지는 않되 용서함으로써 공존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던지려고 한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처리처럼 말이죠.
 하지만 다른 탈것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또다른 주제는 '진 그레이의 성장'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아이'가 많이 나옵니다. 진 그레이는 아이 시절에 사고를 일으키고 프로페서 X와 대면했습니다. X맨션에는 어린이 뮤턴트가 그득합니다. 미스틱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쏘아붙이자 프로페서 X는 '그들은 아이가 아니다'라고 반박합니다. 나중에 휠체어에서 끌어내려질때 프로페서 X는 그 말을 그대로 돌려받죠. 진은 아이가 아니라고요.
 그러나 진을 '어른'으로 만든 외계인(릴란드라)은 제대로 된 어른이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가짜 어른이죠. 그렇다고 잘못된 길을 걷는(영화 내 서사에서 말입니다) 프로페서 X도 제대로된 어른은 아닙니다. 진은 프로페서 X의 잘못을 인정받고, 외계인(릴란드라)을 죽임으로써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납니다.. 이러면 너무 프로이트/융스러운 해석이 될까요? 이렇게 보면 미스틱을 죽인 것도 요상하게 해석해낼 수 있을겁니다. 마음 속 어머니를 죽임으로서 어른이 되니 뭐니.. 물론 이런걸 의도하진 않았겠죠.

 사실 진의 성장을 보여주려고 한건 확실하지만, 실시간으로 각본을 고쳐가면서 촬영했다는 영화에서 얼마나 그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지-아니 읽어내야 할지는 회의적입니다. 탈것을 먼저 이야기한 것도 그거때문이에요. 탈것은 현장에서 뚝딱 대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최소한의 기획의도는 남아있겠구나 싶었죠. 또 편집에서도 일관성이 느껴졌습니다. 외계인끼리 그냥 딱 대면해서 이야기하면 될것을 굳이 시간들여서 외계인(릴란드라)이 택시를 타고 오는 장면을 길-게 보여주거나 할때 말이죠.


 엑스맨 시리즈 언제나의 '뮤턴트=강대한 힘을 가진 소수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도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걸 보여주는 한 축은 프로페서 X의 '정치'고, 다른 축은 진 그레이의 폭주입니다. 진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선의와 악의가 섞여있다는 점에서 일반인 입장에서의 뮤턴트와 같죠. 프로페서 X는 다수자와 친근해지기 위해 대통령과 통화하고 연설을 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합니다. 내부(미스틱)의 반발을 살 정도로요. 진이 폭주할 때도 끝까지 진을 신뢰하고 설득하고자 합니다.
 다른 시리즈에서 프로페서 X와 대립하기 마련이었던 매그니토는 미국과 밀약을 맺고 외딴 섬에서 평화롭게 살아갑니다. 진이 어떻게 남을 해치는 걸 그만두었냐고 묻자, 복수는 허망하다는 걸 깨닫자 저절로 멈췄다고 대답하죠. 나아가 진이 미군을 죽이려고 하자 자신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며 진을 힘겹게 막아내기까지 합니다. 이때까지는 프로페서 X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미스틱의 죽음을 알자 '꼭지가 돌아서' 진에게 복수하겠다고 달려들게 되죠.

 작중에서 다수자에 '구걸하는' 프로페서 X의 방식은 처참히 실패하고, 복수가 허망하다던 매그니토도 정작 자신의 행적으로 깨달음이 의미없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엑스맨 팬' 아들을 둔 군인이 엑스맨을 풀어준다거나, 뮤턴트들이 결국 진을 '믿고 지켜주자'며 뭉치는 걸 보면 '선구자/어른'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말하려는 이정표가 보이더군요. 좋게 보면 현실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면서, 때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결국엔 공존하자, 신세대에 희망을 걸자 같은 메세지를 의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구구절절 리뷰하니 뭔가 있어보이지만 잘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아무리 잘쳐줘도 '조금 못만든 히어로 영화' 정도, 그나마도 엑스맨 시리즈와의 연결성을 덜 고려했을때 이야기입니다. 연결성을 고려하면 나와선 안될 수준까지도 떨어집니다. 위 리뷰도 쓸 내용이 더 있었지만 문득 시간을 이렇게 낭비해야하나 싶더라고요.
 제가 보기엔 딱히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배트맨vs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처럼 스토리는 엉망이지만 극장에서 볼거리는 있는 작품도 아닙니다. 볼거리가 없진 않지만 결점을 커버하기에는 상당히 부실합니다. 특히 엑스맨 팬이라면 캐붕으로 '피꺼솟'할 가능성이 크니까 안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엑스맨에 대해 대강은 알고 있지만 팬까지는 아니다' + '시간과 돈이 있다'면 도전해보세요.


PS1.글을 마무리하고 친구에게 보여주니, 신화학적으로 달리는 탈것은 '죽음, 순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조금 확장시키면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나 숙명'이 될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운명(탈것) 안에서, 또는 운명을 두고 일어나는 갈등과 운명의 극복(기차의 파괴)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겁니다.
PS2.공지를 읽긴 했는데 혹시 놓쳤을지도 모르니, 혹시 규정에 어긋나는 표현이나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4
  • 이 글은 좋은 글이다.


엑스맨 알못이고 다크 피닉스도 안 보고 리뷰도 이 글만 봐서 그냥 허우적대는 소리일 거 같긴 한데.. 리뷰를 원체 재미있게 쓰셔서 정신 없이 읽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생각들이 뇌리에 스치더라고요. 그래서 되는대로 좀 끼적여 보자면.. '탈 것'은 프로페서 X로 대변되는 기능적인 제도주의를 부분적으로 은유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재학교에서 교육 잘 받고 양지의 메인스트림에 잘 편입되면 그만이야, 초능력은 다른 특성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기능에 불과한 거고 투명한 거고 무색무취한 거고 누구나 갖고 있는 개성의 일부인 거야,... 더 보기
엑스맨 알못이고 다크 피닉스도 안 보고 리뷰도 이 글만 봐서 그냥 허우적대는 소리일 거 같긴 한데.. 리뷰를 원체 재미있게 쓰셔서 정신 없이 읽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생각들이 뇌리에 스치더라고요. 그래서 되는대로 좀 끼적여 보자면.. '탈 것'은 프로페서 X로 대변되는 기능적인 제도주의를 부분적으로 은유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재학교에서 교육 잘 받고 양지의 메인스트림에 잘 편입되면 그만이야, 초능력은 다른 특성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기능에 불과한 거고 투명한 거고 무색무취한 거고 누구나 갖고 있는 개성의 일부인 거야, 별로 다르게 생각할 필요 없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히어로나 머글이나 똑같아'라는 식의 입장이 프로페서 X의 이념이라고 한다면(진짜 그런진 모르겠고 그냥 통빡 굴려서 어림짐작 해 본 겁니다.), 이건 기성 체제를 가감없이 받아들이는 것이죠. 말하자면 '탈 것'은 그저 '탈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발상인 셈입니다. '무지의 장막' 류 자유주의적 관점 같은 거죠. 도덕적으로 임의적인 선관념이나 우연한 개인적 특성에 불과한 것이며 별 게 아니라는 그런 것 말입니다. 메시의 축구 솜씨나 빌 게이츠의 자산 규모나 오드리 햅번의 미모나 객관적인 무지의 장막 앞에서 특별할 게 없다는 거죠. 하지만 진 그레이의 입장에서는 탈 것은 그저 탈 것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히어로로서 가지는 충동과 초능력과 소수자 정체성은 그런 무지의 장막 드립 쳐 가며 아무 것도 아닌 양 무마시켜 봐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며 모래 밭에 타조 머리 처박기라는 반론을 제기하고 싶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도덕적으로 임의적인 특성들에 불과하다고 제도적인 관점에서 속 편하게 말하기엔 초능력자가 맞닥뜨리는 특수한 현실은 너무나도 즉물적이고 직관적이고 어마어마하니까요. 이렇게 보면 프로페서 X로 대변되는 일련의 제도적 접근, 그러니까 정치적으로는 온정주의적인 친절함을 가장하지만 관념적으로는 이성을 강박적으로 내세우면서 초연하고 냉정한 심사를 유지한다는 이율배반 사이에서 모두를 엿 먹이는 보편 지향의 리버럴 마인드에 대한 특수성의 반발 - 소위 부문운동이라고 일컬어지는 - 이라고 구도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프로페스 X는 그냥 법 지키고 살고 차 타고 다니면 인생이 편할 거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게 다가 아니고 훨씬 섬세하고 디테일하고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는 게 아닐까요. 객관병 헛똑똑이 프로페서 X식 탈 것 긍정론 아웃 개량주의 아웃 착한 아이 콤플렉스 아웃 뭐 그런..
치리아
기능적인 제도주의라, 흥미로운 해석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적어도 현재 단계의 인류까지는)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특수한 정체성/특성이 존재하기 마련이지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상당히 전복적이거나 급진적인 메세지가 되겠네요.
구밀복검
네. 본문에서 짚어주신 것들 중에서 '진이 프로페서 X를 휠체어에서 끌어내리는 장면'하고 '너는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눈을 찌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펜은 펜일 뿐이다'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거든요. 왜냐하면 프로페서 X는 그야말로 휠체어는 '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흔히들 장애에 대해 논할 때, '안경 쓰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안경처럼 휠체어나 의지義肢 같은 걸 쓸 뿐이다, 크게 다를 거 없다'라는 식의 보편주의적인 접근을 하는 이들이 있죠. '탈 것' 앞에서는, 사회와 제도와 규범하에서 모... 더 보기
네. 본문에서 짚어주신 것들 중에서 '진이 프로페서 X를 휠체어에서 끌어내리는 장면'하고 '너는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눈을 찌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펜은 펜일 뿐이다'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거든요. 왜냐하면 프로페서 X는 그야말로 휠체어는 '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흔히들 장애에 대해 논할 때, '안경 쓰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안경처럼 휠체어나 의지義肢 같은 걸 쓸 뿐이다, 크게 다를 거 없다'라는 식의 보편주의적인 접근을 하는 이들이 있죠. '탈 것' 앞에서는, 사회와 제도와 규범하에서 모두가 동일하다는 그런 거. 지극히 불편부당하고 공정무사한 관점이죠. 하지만 자동차가 진의 폭주 앞에 폭발할 수밖에 없듯 프로페서 X 역시 휠체어에선 끌어내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게 맨몸으로 세상에 맞닥뜨려야 할 때도 과연 불편부당하고 공정무사할 수 있겠느냐, 휠체어와 펜대와 기차를 속편하게 타고 다니며 '편'과 '당'과 '사'를 무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냐는 그런 비판이 타당성을 띨 수 있다 봤습니다. 언뜻 인터넷에서 보기로 작중에서 드러나는 진의 변덕스러움과 비일관성이 이 작품의 평가를 떨어뜨린다는 이야기가 있던 것도 같은데, 이렇게 본다면 그 역시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싶기도 합니다. 이성과 제도와 보편과 계획으로 대변되는 '리버럴식 차가운 온정주의'의 억압에 가장 강력한 저항을 할 수 있는 건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정념과 분노와 감정일 테고, 휠체어에서 굴러 떨어져 현실을 직접 체험하며 부박하게 살아가는 소수자에겐 그거야말로 자신의 본질이고 정체성이겠죠.
치리아
문화/예술 카테고리로 글을 썼는데, 알고보니 영화 카테고리가 별도로 있었군요. 카테고리를 수정했습니다..
세인트
남들이 망영화라고 그리 혹평을 해도
홍차넷에서는 본문과 리플로 이리 양질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아아 홍차넷 차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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