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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0/28 15:47:47
Name   저퀴
Subject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뷰



모던 워페어는 옛 모던 워페어 3부작의 설정과 제목만 가져온 리부트에 해당되는 신작입니다. 마치 수없이 나온 여러 스파이더맨 영화처럼 이름이 같은 사람이 나와도 직접적인 후속작이 아니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모던 워페어를 리부트한 이유는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해줄 수 있는 높은 이름값도 있을테고, 이미 이야기가 종결된 옛 3부작을 잇는 것도 애매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특히 옛 3부작은 당시에는 최첨단 무기가 묘사되던 현대전 게임이었으나, 이젠 낡은 과거가 되었죠.

그래서 싱글플레이 캠페인은 훨씬 과거의 시간을 모티브로 삼은 것도 많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적어도 10년 이내의 국제 정세를 반영한 내용이 많습니다. 초반부 구성은 몇년간 벌어진 유럽의 연쇄 테러에서 따왔으며, 게임의 주된 배경인 가상 국가 우르지크스탄은 아직도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골고루 따왔죠.

캠페인의 내용 또한 멈출 줄 모르는 내전, 쌓이는 증오가 촉발시키는 테러를 그걸 몽땅 수습해야 하는 특수부대의 시선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런 의도가 듬뿍 담긴 연출로 영화 제로 다크 서티를 연상시키는 야간전과 실내 진입을 들 수 있죠. 또 민간인과 적의 구분을 더 느슨하게 해놓는 의도적인 디자인도 잔뜩 있습니다. 그런 연출이 여태껏 비디오 게임에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모던 워페어의 시도는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다만 기대한 것에 비하면 이번 작의 주요 테마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데에선 아니라고 봅니다. 결정적으로는 대부분의 연출이 플레이어가 갈등하거나 고민하도록 짜여져 있지 않아요. 교전 중에 실수로 민간인을 사살했다? 어떨 때는 게임 오버, 아니면 그냥 진행해도 되는 간편한 결과만 있습니다.

구성에 있어서도 다소 아쉬운데, 일단 전반적으로 매우 짧습니다. 6시간을 못 넘는거 같은데, 짧았던 소리를 들었던 어드밴스드 워페어보다도 짧게 느껴집니다. 거기다가 캠페인 구성에서 QTE나 건십 구간을 몽땅 빼버린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일반적인 전투 구간을 줄이고 거길 잠입 구간으로 채워넣은 것은 모두가 좋아할만한 선택은 아니라 봅니다. 그게 꽤 길고 난이도도 제법 있거든요.

무엇보다 시나리오에 있어서도 구닥다리란 느낌을 줄 때가 있어요. 심각할 정도로 러시아를 악역으로만 묘사합니다. 그 정도가 지나쳐서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이렇게 표현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에요. 원래 콜 오브 듀티가 전형적인 영웅담이고 자가성찰 따위 기대하기 힘든 건 알고 있었지만, 모던 워페어는 겉으로만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했을 뿐이지, 실은 그 어떤 콜 오브 듀티보다도 권선징악에 가깝습니다. 가상의 국가를 만들어내면서까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기어코 시나리오에 넣어서 최대한 용서 받기 힘든 악으로 묘사하는 건 과했다고 봅니다.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서방세계가 중동에 개입하면서 나온 결과를 생각하면 뻔뻔하다 싶을 정도에요.

전 이번 작도 한국어가 음성 지원되면서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단 괜찮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싶은 수준까진 당연히 아니고, 분위기를 해치는 번역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중간중간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데 대표적으로는 일관성 없이 원문인 영어에서도 외국어로 연기하는 부분까지 죄다 한국어로 더빙해버린 것과 전투 중에는 간결하고 짧은 대화 위주로 흘러가는게 보통인데 그 분위기를 못 살렸다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욕설도 순화하지 않고 넣은 건 좋은데 조금만 더 가다듬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캠페인 다음으로는 협동전을 들 수 있는데 이번 작이 전통적으로 이어지던 좀비 모드를 삭제하고 모던 워페어에나 있었던 스펙 옵스를 계승한 것도 좋았습니다. 아주 잘 만들었다 싶진 않았어도 전 퍼즐에 가까운 좀비 모드보단 협동만 강조되는 이쪽이 더 좋거든요. 대신 멀티플레이를 전혀 안 하는데 이걸 보고 구매해도 되겠다 정도는 못 되는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멀티플레이는 20명을 못 넘기던 데스매치 위주의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한 결과물이 많습니다. 32대32로 돌아가는 지상전 모드나 12년전 게임에서부터 매번 구색만 갖추던 수준에서 좀 더 나아진 커스터마이징 요소는 장점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 치장성에만 중점을 둔 오퍼레이터도 게임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좋은 변화라고 봐요.

대신 단점을 뽑아보자면 오락가락하는 맵 디자인에 지상전은 캠핑 위주의 방어적 플레이가 너무 유리한 측면이 있고, 싱글플레이 캠페인에서 멋지게 보여준 실내 진입 연출 같은 건 멀티플레이에서 전혀 재활용되지 못했다는 점도 불만족스럽네요. 그나마 장점으로 뽑았던 다양한 멀티플레이 환경도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처럼 돌아가기 쉬울 것 같아서 꼭 장점으로 뽑기도 애매해보여요.

PC판을 기준으로 기술적으로는 로딩 문제로 인한 컷신의 끊김이나 가끔씩 나오는 에러 정도가 있어서 다소 플레이를 방해합니다. 최적화는 딱 권장되는 사양 정도면 충분할 정도로 나쁘지 않습니다.

제 기준에서 평가하자면 이번 작은 고스트나 인피니트 워페어에 비하면 훨씬 잘 만들어진 콜 오브 듀티입니다. 하지만 옛 모던 워페어에 버금갈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니라고 봐요. 이번 작을 기반으로 새 모던 워페어로 후속작은 만들어도 되겠다 싶긴 합니다. 싱글플레이 캠페인에선 아주 노골적으로 후속작을 예고하기도 했고요. 올해 나온 슈터 게임이 얼마 안 되긴 하는데 그래도 모던 워페어가 가장 좋은 평을 들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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