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0/04/03 22:57:51
Name   토끼모자를쓴펭귄
File #1   NISI20200403_0016231716_web.jpg (98.1 KB), Download : 1
Subject   72년만에 돌아온 '똑똑이 할아버지' 향한 증손자의 약속


72년만에 돌아온 '똑똑이 할아버지' 향한 증손자의 약속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14159

눈물 흘리는 제주 4.3유족
https://news.v.daum.net/v/20200403165310746

文대통령, 4·3추념식 참석..위령비 참배, 희생자 추모(종합)
https://news.v.daum.net/v/20200403144615444

문 대통령 "4.3사건 법적 배·보상 안 이뤄져.. 마음 무겁다"
https://news.v.daum.net/v/20200403104502577

제72주기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가운데 아라중학교 2년 김대호 군의 ‘70년만의 귀가’ 유족 사연을 담은 편지가 낭독돼 많은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4‧3의 세대간 공유를 위해 4·3 희생자 故 양지홍 님의 딸 양춘자 님(당시 3세)의 손자인 김 군이 낭독한 ‘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닌 제주의 이야기’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유해 발굴, 유전자 감식 결과 올해 1월 신원이 확인돼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비극사다.

양씨의 아버지는 1949년 봄 제주시 조천읍 신촌국민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토벌대에 연행, 불법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아 같은 해 10월 지금의 제주국제공항인 정뜨르비행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날 김 군의 편지에는 오랜기간 아버지의 시신을 찾지 못하다가, 아버지의 유해를 찾고 난후 올해 1월 발굴유해 신원확인 보고회를 향하는 할머니의 애통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김군은 '똑똑이 할아버지'께 4.3을 널리 알리는 교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제72주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족들과 유관단체 관계자 등등 수십명만이 참여하여 축소된 규모로 진행되었습니다. 추념식에서 중학교 2학년 김대호 군이 읽은 편지 전문을 다음에 붙입니다.


https://youtu.be/AXZ9lMvQ2nU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흐릿한 흑백 사진으로만 봐왔던 할아버지께 편지를 쓰려고 하니 ‘할아버지를 어떻게 불러야 하지?’ 하는 고민이 먼저 들었어요.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증조 외할아버지라고 하던데 저에게 ‘증조 외할아버지’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아버지를 ‘똑똑이 할아버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똑똑이 할아버지의 외동딸인 할머니께선 늘 “우리 아버지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할아버지 얘기만 하면 눈물부터 보이셨던 우리 할머니가 똑똑이 할아버지 자랑을 하실 때면 활짝 웃으시는 모습에 저도 할아버지가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었습니다.
저와 할머니 마음을 아셨는지 얼마 전 할아버지께서 돌아오셨습니다

할머니 평생 소원이 할아버지를 만나는 거라고 하셨는데
72년만에 돌아오신 똑똑이 할아버지를 만나니
조금 어리둥절 하기도 했지만 기뻤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를 찾기 전 4.3희생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유족 DNA를 수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얼른 신청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똑똑이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전날 밤
할머니는 아버지를 만난다는 생각에 밤잠도 설치셨습니다.
그렇게 긴장한 할머니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저희 가족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습니다.

72년만에 만난 똑똑이 할아버지 유골함 앞에서
할머니는 한참을 엉엉 우셨고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 나이는 3살
할머니는 할아버지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신촌초등학교 교직원 단체사진에서 찾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할머니가 기억하는 전부라고 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소원이었다는 할머니
네모난 유골함으로 돌아온 똑똑이 할아버지를 품에 안고서
할머니께서는 한참을 우셨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할머니를 위로해드리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똑똑이 할아버지
저는 사실 4.3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4월이면 할머니와 부모님을 따라 평화공원에 가긴 했는데
왜 똑똑이 할아버지 비석 말고도 비석이 셀 수도 없이 많은지
왜 다들 하염없이 울기만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4.3 이야기를 듣고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아무런 죄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할아버지는
총구를 맞닥뜨렸을 때 얼머나 무서웠을까

또, 얼마나 억울했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너무나 끔찍하고 화가 났습니다

똑똑이 할아버지,
지난 번 제사 때 제가 절하면서 한 말 기억하세요?
저도 나중에 커서 할아버지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었죠
제 꿈이 선생님이라고 하니
할머니가 똑똑이 할아버지 얘길 하시면서 좋아했었는데
이담에 제가 커서 똑똑이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되면
아이들에게 똑똑이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신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끔찍하고 아픈 역사지만 모두 제주4.3을 깊이 알고 공감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그리고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얘기해주겠습니다

제 꿈을 이루는 모습 하늘에서 지켜봐 주실 거죠?

똑똑이 할아버지!
이제라도 저희 곁에, 우리 할머니 곁으로
돌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대신해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똑똑이 할아버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할머니 이제 70여년 그리던 아버지를 품에 안았으니
그동안 맺힌 한 내려놓으시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저의 곁에 머물러주세요.

사랑합니다.

2020년 4월 3일
똑똑이 할아버지를 닮은 손자 김대호 드림



1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9712 사회최전방 방역 전선의 ‘그림자 노동’ 전사들 5 자공진 20/04/09 28902 11
19619 사회72년만에 돌아온 '똑똑이 할아버지' 향한 증손자의 약속 토끼모자를쓴펭귄 20/04/03 2087 11
19566 사회“사람을 굴비처럼 엮어서…문 앞엔 총 맞아 피범벅 된 어머니가” 7 메오라시 20/04/01 2567 11
19079 의료/건강'코로나19' 최전선에서..전담병원 의료진들은 지금 2 토비 20/03/05 2589 11
18398 의료/건강'우한 폐렴'이 아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다. 9 구밀복검 20/01/29 2462 11
17492 사회풍등을 날렸고 저유소가 터졌다 6 기아트윈스 19/11/17 2278 11
17360 국제중국 AIDS 내부고발자 왕슈핑, 국민의 목숨을 구하고 수난을 겪다 4 기아트윈스 19/11/04 2761 11
16905 정치조국 자택수색영장 2번기각후 3번청구 끝 발부 9 제로스 19/09/24 3527 11
16790 사회"가슴까지 차오른 물.. '우린 죽지 않는다' 말하며 공포 견뎌" CONTAXND 19/09/12 2758 11
16785 기타말이 빠른 언어는 정보 효율도 좋을까 5 아이폰6S 19/09/11 2997 11
16412 사회광복절: 강제징용 피해자 아들이 기록한 '재한일본인 처' 6 자공진 19/08/15 2694 11
15426 국제[외신]포함, 대만, 동성결혼 특별법 통과..아시아 최초 6 Darker-circle 19/05/17 2634 11
10859 의료/건강30년 만에…WHO “트랜스젠더, 정신질환 아니다” 14 tannenbaum 18/06/19 3609 11
38160 사회총장 면담 요구하며 세종대 진입하려던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체포 4 자공진 24/06/12 814 10
37604 정치총선 D-7, 각 정당이 만들고 싶은 세상은? 공약 본격 분석 5 자공진 24/04/03 803 10
36720 사회 정부, 故 자승스님에 무궁화장 추서…유인촌 "한국불교 안정·국민화합 기여" 7 당근매니아 23/12/02 2049 10
36436 정치"사단장 한 사람 지키려고‥" 분노한 채 상병 동료 전역하자마자 '고소' 2 매뉴물있뉴 23/10/25 1243 10
36397 사회이태원 참사로 아들 잃은 권사, 교회는 한 번도 분향소에 오지 않았다 22 구밀복검 23/10/21 2466 10
35625 사회장애아 키워낸 나경원, '주호민 사건' 두고 "양쪽 모두 이해" 26 카르스 23/08/02 2378 10
34666 사회불법 해외입양, 법원 "홀트는 1억원 배상하라"첫 배상 판결 20 다람쥐 23/05/17 1774 10
32381 사회화물차를 쉬게 하라 26 구밀복검 22/11/25 2570 10
32376 사회"결혼 4년차인데 왜 건보 안돼요?"..두 남자 울린 '뼈아픈 차별' [가족의 자격②] 8 tannenbaum 22/11/25 1909 10
31994 국제미국인 86% “근년간 반대정당 지지자와 교제하기 어려워진 듯하다" 29 구밀복검 22/10/27 2677 10
31852 사회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간다 1 Dr.Pepper 22/10/18 1994 10
30790 사회또 다시 밑바닥 보여준 인하대 성폭력·사망 사건 보도 1 늘쩡 22/08/09 1910 1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