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을 할 거면 임차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원금을 주거나,
임대인들에게 임대료 인하를 하면 '제대로 된' 세금 감면을 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둘 다 제대로 안 했습니다.

모든 건물주가 돈을 금고에 쌓아두고 아무 때나 꺼내 쓸 수 있는 과거 지주 계층은 아닙니다.
건물주들도 대출 등으로 임대료 받는 거 그대로 이자랑 세금 내고 나면 얼마 안 남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 정부에서 소득세, 재산세 등을 모두 많이 올려서 임대료 제대로 받아도 부담이 엄청 커진 상태고요.

말씀처럼 임대료를 재난이 왔을 때 멈춰야한다면, 임대인에게도 그 무지막지한 세금을 같은 상황에서 감면해줘야 가능한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선택한 건 우리는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배부른 임대인 놈들에게 책임 전가할게 라고 한 거구요.

정부에서 영업을 전면 금지하는 기간 동안 임차인이 차임지급의무를 면하는 부분의 경우, 기존 법령 하에서도 아예 불가능한 해석은 아닙니다. 임대인은 원래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상업용 건물의 경우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 거기서 영업행위를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면, 정부에서 영업을 금지하여 문을 닫은 경우 당사자 쌍방의 귀책사유는 없지만 어쨌든 사용·수익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고, 쌍방 귀책사유 없이 사용·수익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 채무자위험부담주의에 따라 그 위험은 임대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임차인은 차임지급 의무를 면하게 됩니다. 이게 이미 자리잡은 해석은 아닙니다만, 불가능한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비슷한 내용을 법으로 제정하는 경우에도,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당연히 위헌인 것은 아니고(재산권은 오히려 제한이 비교적 쉬운 기본권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